K패션, 신사옥 경쟁 불붙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이랜드 마곡 글로벌 R&D센터' 전경. 이랜드그룹은 오는 9월까지 계열사 입주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 사진 제공 = 이랜드그룹

국내 패션 기업들의 신사옥 이전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중요한 산업 특성상 K패션의 글로벌 위상에 걸맞게 사옥도 더욱 크고 세련되게 변모하는 모양새다. 회사의 덩치가 커지면서 분산된 조직을 한 데 묶고 사업 운영을 효율화하려는 목적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3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서울 강서구 ‘마곡 글로벌 R&D센터’로 계열사 주소지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9월까지 작업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사옥을 두고 있던 패션부문 사업형 지주사 이랜드월드와 유통을 담당하는 이랜드리테일은 이달 중순 입주를 마쳤다. 이랜드건설과 IT계열사를 비롯해 이랜드리테일에 흡수합병 수순을 밟고 있는 이랜드글로벌, 킴스클럽도 나란히 입주를 완료한 상태다.

이랜드 계열사가 한데 모이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룹은 2015년부터 프로젝트를 추진해 총 4000억원을 들여 R&D센터를 조성했다. 지하 5층~지상 10층, 연면적 약 25만㎡(7만5625여평) 규모로 최대 3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할 수 있다. 글로벌 수준의 패션연구소와 첨단 F&B 연구소를 열어 사업 부문 간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랜드그룹이 보유한 패션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재 개발부터 트렌드 분석, 디자인 기획, 리테일 솔루션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하고 고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신사옥. 올해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 사진 = 네이버 지도 갈무리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로 유명한 아이아이컴바인드의 성수 신사옥도 올해 말 완공을 앞두고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압도적인 건물의 외관이 화제인데 그간 젠틀몬스터가 선보여온 파격적인 매장 구성을 감안할 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응축한 건축물이란 평가를 받는다. 지하 4층~지상 11층, 연 면적 1만8000㎡(5500평)로 조성된다. 젠틀몬스터를 필두로 이아이컴바인드가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 '탬버린즈' 및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와의 시너지도 기대를 모은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성수 외에도 부동산 시장에서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조선내화그룹의 시알아이가 보유하던 용산구 한남동 4개 필지를 375억원에 인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2024년 연결기준 회사의 유형자산이 전년 대비 두배 가까이 증가한 5913억원에 달한 것도 이러한 행보가 맞물린 영향이다. 인테리어(555억원), 건설 중인 자산(3220억) 항목의 증가율은 85.2%, 216.1%에 달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F&F 신사옥 전경 / 사진 제공 = F&F

디스커버리·MLB 등을 전개하는 F&F와 내셔널지오그래픽·마크곤잘레스 등을 전개하는 더네이쳐홀딩스도 4월과 5월 각각 강남 테헤란로와 용산 원효로에 새둥지를 틀었다. F&F 신사옥은 지하 6층~지상 14층, 연면적 약 2만7000여㎡ 규모로 글로벌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2008년부터 15년 넘게 사용한 언주로 사옥이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한 전초기지였다면 궤도에 올라선 지금 테헤란로 본사는 규모를 키운 전략적 거점이자 선진화한 업무 환경에 무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더네이쳐홀딩스 용산 사옥도 마찬가지로 글로벌 헤드 오피스로서 자리매김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14층, 총 4941.12㎡(약 1495평) 규모다.

이들 기업이 신사옥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운영 효율화다. 본사와 계열사, 산하 브랜드 사무소를 통합해 비용을 줄이고 의사소통과 협업 속도를 높여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구상이다. 특히 본사 사옥이 기업의 브랜드 정체성과 위상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자체 투자는 대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 기업들이 해외 공략을 가속화하려는 시점에서 신사옥은 소비자는 물론, 해외 바이어나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본사가) 글로벌 도약의 마중물이 될 거란 기대와 함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투자를 단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재형 기자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