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간 MBK, '양치기 소년' 취급받은 이유는?

김 부회장 "다른 나라 매각 의향 현재로선 없어"
'못 믿겠다' 여야 질타에 "말 번복 우려 만든 불찰"

고려아연 인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국회에서 신뢰를 잃어버렸다.

김광일 MBK 부회장은 1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을 인수해도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권은 질타와 함께 '믿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하는 김광일(가운데) MBK파트너스 부회장. / 연합뉴스

사실상 여야 국회의원들이 MBK가 '양치기 소년과 다르지 않다'는 망신을 준 것이다.

김 부회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감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해도 추후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부회장은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역할과 위상에 문제가 없도록 주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말고 다른 나라에 팔 의향은 있느냐'는 이헌승 의원(국민의 힘)의 질의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답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한 펀드는 바이아웃6호 펀드다. 현재 펀드 자금을 모집 중이며, 국민연금이 3000억원가량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국민연금이 출자한 3000억원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투입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통보·협의된 바 없다"며 부인했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 자본은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5% 남짓 차지한다. 나머지는 국내외 자본으로 구성돼있다"며 "적게는 10%, 많게는 20%가 국내 자본이고 주로 미국·캐나다 등 북미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김 부회장은 이날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반복해 설명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은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박상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ING생명, 홈플러스, bhc 등 MBK파트너스가 인수했던 기업을 언급하며 MBK파트너스가 이들 기업에 구조조정, 분할 매각 등을 단행해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막대한 차익이라는 눈앞에서는 여러 가지 했던 말들이 결국 소용없는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매각 가능성은 없다고 얘기하지만 절대 그 말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헌승 의원도 "싸게 사서 강제구조조정하고 자산팔고 배당 최대한 빼가고 매각하는 사모펀드의 잘못된 특성을 보여 주고 있는데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상훈 의원(국민의힘)은 "MBK파트너스의 말이 번복되고 있다는 걸 다른 의원들이 비판하는 것 같다"며 "외국에 매각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관심있게 질의하는데 그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 부회장은 이에 대해 "의원님들의 우려를 만든 저희의 불찰인 만큼 더 노력하겠다"면서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중요성을 알기에 중국 매각, 기술의 해외 유출, 생산 기반의 해외 이전 같은 일을 하지 않도록 주주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분할매각과 관련해서는 "배당을 받으려고 분할 매각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회사의 투자 및 운영자금으로 쓸 목적으로 분할 매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