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홍삼스파 불법 의혹②] 지역 업체 줄줄이 탈락…내정설 돌던 외지 업체 '선정'
자본금 5000만 원 법인이 300억 규모 공공시설 '꿀꺽'
<더팩트>는 전북 진안 마이산 입구에 위치한 300억 원대 규모의 홍삼한방타운 위탁자 선정 과정의 의혹을 집중 취재했다. 1차 보도를 통해 불법 계약문제(‘응모 따로 계약 따로’)를 집중 조명했다. 이번에는 위탁업체 선정 과정의 의혹 점을 살핀다. 일반적으로 300억 원 규모의 호텔과 스파 등 홍삼한방타운 전체를 경남 창원의 한 동네 목욕탕 업자가 위탁받은 형식이 됐다. 현재 이 목욕탕은 휴업 상태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경우가 됐다. 이러다 보니 진안군의 부정에도 불구하고 사전 내정설이 나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진안=이경민 기자] 전북 진안군은 지난해 10월 말 온비드(한국자산공사 공매 및 입찰 사이트)를 통해 홍삼 한방 타운 위탁 업체 공고 안을 냈다. 그리고 진안군은 한 달 뒤 11월 20일 경남 창원 소재 영사우나휘트니스(대표 신정호, 이하 ‘영사우나’)를 1차 위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영사우나’ 신 대표가 일찍이 위탁자로 선정될 것이란 소문이 진안 정가에 나돌았다. 진안군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더팩트>에 "신 대표는 2015년께 경매 물건을 찾아 경남 창원서 진안으로 온 인물로 이항로 전 군수 주변의 실세로 통한 인물"이라며 "위탁은 이미 내정된 것으로 소문나 있었다"고 말했다.
전춘성 군수는 "사전 내정은 없고 철저히 공개경쟁을 통해 위탁자를 결정했다"고 공고 당시부터 말해왔다. 하지만 전 군수의 해명과 달리 입찰자 선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들이 불거지고 있다.
◇ 서류 증빙 가능한 객관적 평가 아닌, 심사위원 주관적 평가로 위탁 결정
익명을 요구하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진안군 홍삼한방타운 입찰 결과는 정성평가에서 좌우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량평가는 문제에 대한 답이 명확하게 존재하고 객관적으로 채점할 수 있는 평가이지만, 정성평가는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으로 매겨질 수 있어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진안군은 이번 입찰에서 객관적인 정량평가 20점, 주관적인 정성평가 60점, 가격점수 20점 등 총 100점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정량평가는 업체들의 최근 5년(2016~2020년)간 유사시설 운영실적(8점)과 경영상태를 알 수 있는 신용평가등급(4점), 부정당 관련 행정처분 여부(4점), 자본력을 알 수 있는 자본금 현황(4점), 재무재표 등 서류를 바탕으로 명확한 객관적 평가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성평가는 운영방향 및 전략(5점), 운영관리 계획(20점), 홍보마게팅 계획(10점), 시설관리 계획(10점), 지역관광 협력 계획(15점), 기타(2점) 등으로 평가위원의 주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채점이 이뤄졌다.
해당 입찰에는 도내 수백억 규모의 외식 전문업체 등 회사 5곳도 수개월간 준비해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두 탈락했다. 대기업 호텔이 이번 입찰에 참여해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아도, 주관평가에는 만점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더구나 진안군은 이번 공고에서 제안자는 평가위원회의 구성, 평가기준 및 평가방법에 대한 사항은 진안군의 고유 권한이므로 이에 대해 일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덧붙였고, 업체를 상대로 평가위원회의 평가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서약서도 제출 받았다.
진안군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마이산 북부지역의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해 조기 개장이 필요해 서둘러 업체 선정을 진행했다"면서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사우나에 대한 어떠한 특혜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번 평가위원 모집에 모두 53명이 지원했고, 그 가운데 21명(3배수)을 선정한 뒤 업체들이 추첨해서 다빈도 순으로 총 7명을 확정했다. 어떠한 특혜도 없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 주관적 평가로 선택된 위탁운영 결과는?
위탁운영자인 ㈜영산의 진안 홍삼한방타운 운영 상태는 현재 적자인 것으로 전해졌으며, 향후 1~2년도 손해가 지속될 것으로 진안군 관계자와 ㈜영산 내부 관계자는 진단했다. 진안군이 주관적 평가에서 중요하게 평가한 홍삼한방타운 활성화로 인한 마이산 북부 상권 활성화 효과도 전혀 미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깡통이나 다름없는 법인으로 시작된 ㈜영산은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진안군은 계약과 함께 납부해야 할 1년 사용료 2억6000만 원도 4회 분할로 납부할 수 있도록 혜택을 제공했지만, ㈜영산은 1회 사용료부터 연체했다. 또 직원들 인건비 문제로 한바탕 내홍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 공시된 영사우나휘트니스 재무 상태를 살펴보면 최근 5년 연평균 매출은 4억여 원으로, 월로 환산하면 3000여만 원이며 동네 목욕탕 매출 수준이다.
동네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가 300억 규모의 공공시설은 운영한다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으며, 내부 직원도 이에 대해 불만을 터뜨렸다.
진안홍삼한방타운 위탁 운영 관계자는 "앞으로도 적자는 불 보듯 뻔하다. 애당초 영산 대표에게 진안 홍삼한방타운 위탁 입찰에 참여하지 말자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었다"고 말했다.
◇ 지역 입찰이 아닌 전국 입찰의 최대 수혜자는 ‘(주)영산’
영업 초장기부터 기울고 있는 ㈜영산이 진안 홍삼한방타운 위탁 운영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진안군의 입찰 방식 때문.
실제 진안군은 이번 입찰을 진행하면서 통상 지역 내 업체로 한정하는 참가 제한을 전북 도내가 아닌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런 이유로 동네목욕탕 개인사업자인 영사우나도 참여할 수 있었다.
계약부서에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진안군이 관내 최고 공공시설을 지역(전북) 제한을 안 하고 전국 입찰로 진행한 것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전직 공무원 A 씨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업 업체들의 경기 활성화를 위해 관내 입찰로 진행하고 있다"면서 "전국 입찰로 진행하는 경우는 전북 지역에 수행할 업체가 10곳 미만일 경우 담당자의 재량에 따라 전국 입찰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북지역에도 진안 홍삼한방타운을 위탁 운영할 만한 능력 있는 업체가 많이 있는데, 진안군은 공공시설이자 군의 대표 자산인 홍삼한방타운을 왜 전국 입찰로 푼 이유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전춘성 군수는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신정호 ㈜영산 대표를 높게 평가했고, 진안군 관계자 및 이번 입찰을 진행한 관계자들 모두도 신 대표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개인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위탁 운영자로 선정됐고, 신정호 개인을 믿고 약정서 등을 받고, 300억 규모의 공공시설을 자본금 5000만 원의 법인으로 계약자도 바꿔치기했다.
현재 신 대표는 경남 김해 소재 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이곳에 전념하고 있다.
신정호 대표는 "(김해) 병원 때문에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다. 홍삼스파는 나를 대신해 사무국장 B 씨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으니, 문제가 있다면 그와 상의하라"고 말했다.
또 자본금 5000만 원의 법인으로 300억 규모의 공공시설을 운영하기가 어려우니 자본금 증자 등의 계획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신 대표는 "진안 홍삼스파에서 벌어서 충당하겠다"고 답변했다.
scoop@tf.co.kr
[정정 및 반론보도] 홍삼스파 위탁운영자 보도 관련
[정정 및 반론보도] 홍삼스파 위탁운영자 보도 관련 본지는 지난 8월 23일자 [단독] 진안군, 홍삼스파 위탁계약 불법 의혹...’응모 따로 계약 따로‘ 및 9월 28일자 [진안홍삼스파 불법 의혹②] 지역 업체 줄줄이 탈락...내정선 돌던 외지 업체 ’선정‘ 제목의 보도에서 홍삼한방타운 위탁운영자 ㈜영산과 관련한 특혜 의혹 등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영사우나 휘트니스는 보도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휴업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한편 ㈜영산 측은 "홍삼한방타운 운영 과정에서의 불법행위로 형사처벌 내지 행정처분을 받은 바는 없고,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도 없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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