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를 이끈 권오현 전 회장이 한국 기업의 위기를 '리더십 부재'로 정의하며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권 전 회장은 최근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특강에서 "기업들이 요새 어려운 이유는 한국인이 갑자기 바보가 돼서가 아니라 새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서"라고 지적했다.

▶▶ "AI 시대에는 베낄 정답이 없다"
권 전 회장은 한국 조직장들이 '패스트 팔로워 성공의 덫'에 갇혀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한국이 선진국을 빠르게 모방하며 성장했던 시대에는 실수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유효했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더 이상 베낄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카피할 게 없는데 실수를 안 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라며 현재 많은 조직이 혁신을 두려워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 삼성전자 HBM 부진 원인은 "리더십 능력 부족"
특히 주목할 점은 권 전 회장이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은 이유에 대해 "한 마디로 리더십의 능력 부족"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그는 "철기시대든 정보화시대든 어느 시대나 중요한 것은 조직을 맡고 있는 사람의 리더십"이라며 "그 사람들이 방향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권한 이양이 필요하다"
권 전 회장은 한국 리더들의 문제점으로 권한 이양 부족을 지적했다. 많은 리더들이 권한을 나눠줄 때 발생하는 비효율과 실수를 참지 못하고 모든 것을 꼼꼼히 지시하고 관리하는데, 이로 인해 구성원들은 지시만 기다리며 실력이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뇌가 신체와 장기를 통제하지 않는 것처럼 리더는 조직원을 사사건건 통제하지 말아야 한다"며 '리더는 뇌처럼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실력 아닌 열정으로 난관 극복"
권 전 회장은 인재 선발에 있어서도 독특한 관점을 제시했다. "신규 기술 분야를 시작할 경우, 실력이 뛰어난 사람보다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 좋다"며 "난관을 극복하는 힘은 실력보다는 열정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회사가 원하는 것은 일하는 실력을 늘리라는 것이지, 일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직원들의 역량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혁신은 리더의 몫
권 전 회장은 기업 생존을 위해 '개선'이 아닌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선'은 실무자가 하는 것이라면 '혁신'은 리더가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살아남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과감한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초격차를 이루기 위해서는 규모나 자본보다 "과감한 혁신을 향한 리더의 의지, 구성원의 주도적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미래 인재 양성의 방향
최근 의대 열풍에 대해서도 권 전 회장은 "공과대학은 그들을 유인하려고 무엇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라며 "공대는 '시험에서 적게 틀리는 사람'을 받으려 하기보다 '호기심 많은 학생'을 받아서 잘 훈련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의 변화를 반영한 발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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