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단어 '뱅크런' 의식했나..예적금금리 대폭 올린 카카오뱅크

조회수 2022. 10. 1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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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관련 이미지.(사진=카카오뱅크)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한다는 의미의 '뱅크런(Bank Run)'은 은행에 치명적인 금기의 단어로 통한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1930년대 대공황을 연구, 뱅크런이 경제위기 장기화의 결정적 트리거가 됐다는 점을 규명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듯 뱅크런은 유동성의 회수를 넘어 은행과 자금중개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무너졌다는 걸 의미한다.

뱅크런이라는 단어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의 지근거리를 감싸고 있다.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빚어지면서다. 카카오 서비스에서 카카오톡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적인 존재다.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이체부터 인증 및 상담 서비스, 송금알림 등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뱅크는 앱만 작동하는 상태에서 주요 기능이 마비된 것과 다름없었던 셈이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뱅크 예금을 타행으로 이체하거나 서비스 자체를 탈퇴했다는 '인증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다만 카카오뱅크 측은 예금 인출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 특성상 오프라인 점포를 두지 않고 있다. 즉 온라인이 유일한 영업창구다. 카카오뱅크의 기능 마비는 시중은행의 전국팔도 모든 점포에서 오류가 발생한 상황과 동치된다. 카카오뱅크의 무점포 운영은 업무 효율성과 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지만, 판교 데이터센터에 의존한 카카오처럼 불능 시 타격도 더욱 크게 나타났다는 지적이다.

금융사로서의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수'는 무엇일까.

18일 카카오뱅크는 오는 19일부터 예·적금 기본 금리를 최대 1.20% 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 기본 금리는 0.40% 포인트 대폭 인상했다. 하루만 맡겨도 연 2.60% 금리를 주는 셈이다. 입출금이 자유로워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돈으로, 은행의 대출 등 장기적 영업에는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 수신을 최대한 붙잡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으로 해석된다.

26주적금 금리는 0.30% 포인트 인상했다. 26주 동안 자동이체 성공 시 0.50% 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해 최대 연 4.00%의 금리가 적용된다. 이로써 경쟁상품인 토스뱅크의 '키워봐요 적금'의 금리와 똑같아졌다.

정기예금은 1년 만기 1.20% 포인트 인상해 금리가 연 4.50%로 올라섰다. 2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4.55%, 3년 만기 정기예금은 연 4.60% 금리를 제공한다. 자유적금은 자동이체 신청 시 0.20% 포인트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우대금리 적용 시 1년 만기 자유적금은 최고 연 4.40%, 3년 만기 자유적금은 최고 연 4.5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수신금리를 올렸다는 입장이다. 보다 많은 혜택을 전달하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뱅크는 지난 17일 카카오 연계 서비스가 모두 정상화됐다며 사과와 함께 자사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남궁훈,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가 이번 사건에 대해 원인 규명과 후속 조치에 힘쓰겠다는 입장에 주로 무게가 실린 것과는 다른 뉘앙스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뱅크의 금융 시스템은 문제가 없으며 안심하고 믿고 이용하셔도 된다"며 "카카오뱅크는 고객님의 소중한 자산과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데이터센터를 전국에 여러 개로 분리해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재난 상황을 대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러한 해명은 금융업이 보다 엄격한 법령과 규제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중앙처리장치, 데이터저장장치 등 주요 전산장비에 대해 이중화 또는 예비장치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금융회사가 업무별로 업무지속성 확보의 중요도를 분석해 '핵심업무'를 선정해야 하고, 해당 핵심업무의 복구목표시간은 3시간으로 규정돼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국가 행정규칙 위반이다.

카카오뱅크는 서울 상암동 LG CNS 데이터센터를 주전산센터로 운영하면서 경기 성남 분당의 KT ICD센터, 부산 강서구 LG CNS 글로벌데이터센터를 함께 가동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주센터에서 백업센터(DR센터)의 물리적 거리인 '30km 이상'에는 부합한다.

다만 카카오 서비스 먹통사태가 15일 촉발됐고 카카오뱅크가 모든 서비스 정상화에 성공한 건 그로부터 이틀 후인 17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금융 계열사를 대상으로 화재 시 비상 대응에 문제가 있었는지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블로터>에 "관계 당국의 조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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