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에 감도는 '위기'...조선 부문, 탈출구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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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포커스=곽경호 기자] 지난 2020년 동부그룹에 인수된 HJ중공업(구 한진중공업) 조선부문이 '사활(死活)'의 기로에 놓였다.

연결 회사가 과도한 부채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조선 1번지' 부활을 꿈궜던 조선부문은 수주 부진과 거듭된 영업손실로 '시계(視界)제로' 상태다.

대한조선공사에서 출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거치며 한때 부산지역의 자존심으로 여겨졌던 HJ중공업 조선부문이 자칫 역사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돌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과 조선부문을 합한 HJ중공업의 현재 부채 비율은 무려 900%를 넘는다. 올 3분기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하며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즉시 사용 가능하거나 1년 내 현금화 시킬 수 있는 자산 보다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가 초과한 상황이다.

이같은 위기는 조선부문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2008년 2조원을 웃돌았던 조선부문 매출은 2022년 3202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HJ중공업이 조선부문에서 흑자를 낸 것은 2010년이 마지막이다. 이후 12년 동안의 누적 적자는 1조463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조선 부문은 매출 3,202억원, 영업손실 541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조선 부문의 매출은 2,608억원으로 전년 동기간 대비 172.8% 폭증했으나 기저효과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년 상반기 296억원 수준이었던 영업손실은 올 상반기에 833억원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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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영도조선소…20년간 부산 최대 기업 '우뚝'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부산 시민들에겐 '애증'의 기업이다. 지난 1974년 대한조선공사 영도조선소에서는 3만톤급 수출선의 진수식이 열렸다. 당시 순수 국내 기술로 건조한 선박 중에서는 가장 큰 배였다.

이 수출선은 진수식을 거쳐 선주인 미국 걸프사에 모두 6척이 차례로 인도됐는데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국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1937년 설립된 대한조선공사는 근대 조선 산업의 효시이자 현대중공업 설립 이전까지 한국 조선산업을 대표한 기업체였다. 1989년 사명이 한진중공업으로, 다시 2020년 HJ중공업으로 바뀌긴 했지만 사람들 기억 속엔 '대한조선공사'로 여전히 남아 있다.

한진중공업의 전신 '대한조선공사'는 지난 1937년 우리나라 최초의 철강조선소로 탄생했다. 한국 조선 1번지. 세계 조선 1위 국가의 기틀을 닦았다. 그 동안 국내 최초, 동양 최초, 세계 최초의 수식어를 숱하게 남기기도 했다.

1989년 한진그룹이 인수한 뒤 이듬해 한진중공업으로 사명이 변경됐고 이후 약 20년 동안 세계 10대 조선소로,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사랑을 받았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2010년 말 기준, 자산 6조2830억원, 매출 2조7558억원에 달하는 중견 그룹이었다. 그룹 계열사로 (주)한국종합기술, (주)한일레저, (주)대륜이엔에스, (주)대륜에너지, (주)대륜발전, 별내에너지(주)를 거느리기도 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를 바탕으로 당시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 중 매출 1위이자 수출 1위 기업이었다. 협력업체는 2, 3차까지 합치면 1000여 개에 달했고 부산의 세수(稅收)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르노삼성자동차를 앞선 1위였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결국 2010년 12월 10일 400여 명의 직원들이 희망퇴직과 정리해고 방식으로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kkh@e-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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