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 들어온다, 그물 후리야~~달큰 구수한 '메르치배춧국' [대한민국의 숨, 울진]

남효선 2024. 10. 1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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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사람들의 식생활은 생업과 각별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중 울진 사람들은 주로 '물가후리질'로 멸치와 앵미리를 잡았다.

멸치 떼를 발견한 망잽이가 '후리야' 하고 큰소리로 외치면 포구의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바가지나 함석 물동이 등 도구를 들고 백사장으로 내달아 후릿그물을 둘러치고,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들어 들고 온 함석 물동이와 바가지로 '새하얗게' 몰려오는 멸치 떼를 백사장으로 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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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앞바다에서 잡힌 멸치. 물에 된장을 풀고 배춧잎을 넣어 끓인 뒤 잘 손질한 멸치를 넣고 끓여내는 울진 '메르치멸칫국'은 고단한 어부들에게 보약 못지않은 값진 음식이었다.

울진 사람들의 식생활은 생업과 각별하게 연결되어 있다. 농촌 사람들은 논이나 밭에서 나는 작물로, 산촌 사람들은 산야에서 철마다 나는 나물로, 해촌 사람들은 네 계절을 주기로 찾아드는 고기떼로 삶을 꾸리며 식생활 문화를 축적해 왔다.

'메르치(멸치의 울진지방 방언)'는 1960~1970년대 울진 사람들을 먹여 살린 주요 어종이었다. 울진 해촌의 각 포구에서는 '후리질' 어법이 매우 발달했다. 1960~1970년대 울진지방의 해촌은 망종이 드는 5월부터 추분인 9월까지 울진 앞바다를 찾아드는 멸치 후리질로 눈코 뜰 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당시 후리질로 주로 잡은 어종은 '멸치'와 '앵미리(양미리)'였다.

울진 사람들이 당시 하던 후리질은 '물가후리질'과 '배후리질'의 두 가지 방식이었다.

이 중 울진 사람들은 주로 '물가후리질'로 멸치와 앵미리를 잡았다.

당시 '물가후릿그물'의 규모는 둘레가 약 300m 크기였으며, 주로 해안에서부터 150m 내외에서 조업했다. '물가후리질'을 하기 위해서는 '짬(바다 속 바위 군락;울진 자연산 미역 자생지)'이 없고 '불(백사장을 일컫는 울진지방 방언)'이 넓게 펼쳐진 곳이 적당했다.

'후리질'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해류를 따라 이동하는 멸치 떼를 정확하게 관찰하는 일이다. 당시 멸치 떼의 이동을 관장하는 사람을 '망잽이'라고 불렀다.

'망잽이'는 오늘날 '어군탐지기' 역할을 수행하는 어부로서 해양생태계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풍부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망잽이는 갈매기 떼의 이동 변화를 관찰해 고기떼의 이동 시점과 경로를 파악했다 한다.

멸치 떼를 발견한 망잽이가 '후리야' 하고 큰소리로 외치면 포구의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바가지나 함석 물동이 등 도구를 들고 백사장으로 내달아 후릿그물을 둘러치고, 옷을 입은 채로 바다에 뛰어들어 들고 온 함석 물동이와 바가지로 '새하얗게' 몰려오는 멸치 떼를 백사장으로 퍼냈다.

이렇게 잡은 멸치는 주로 세 가지 요리 방식으로 울진사람들의 식탁에 올랐다.

'후리질'로 잡은 멸치 중 가장 싱싱하고 훼손이 덜 된 멸치는 싱싱한 '회膾'로 조리돼 포구 사람들의 입맛을 살렸다.

또 하나는 '메르치배춧국'으로, '메르치 간수(젓갈)'로 탄생했다. '메르치국'은 배추와 궁합이 어울리는 음식이다.

멸치 후리질이 주로 행해지던 시기가 5월부터 9월에 이르므로 이 무렵이면 김장을 하기 위해 집집마다 배추를 재배했으므로 배춧잎은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먼저 '파지(멸치 몸체가 심하게 훼손돼 횟감이나 상품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라고 부르는 생멸치의 비늘을 일일이 제거하고 멸치 머리와 뼈도 모두 제거한다.

먼저 물에 된장을 풀고 다듬은 배춧잎을 넣은 뒤 끓으면 잘 손질한 멸치를 집어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이어 손질해 놓은 파와 고춧가루를 넣고 한소끔 더 끓이면 '달큰하고 구수한' 메르치배춧국이 탄생한다.

고된 바닷일로 귀가한 어부에게 '뜨끈하면서 구수하고 달큰한' 메르치배춧국은 보약 못지않은 값지고 맛 나는 먹거리였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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