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토트넘, 이번엔 '우승의 한' 풀 수 있을까

이준목 입력 2022. 8. 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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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은 끝났고 이제 성취가 필요한 때

[이준목 기자]

'지상 최고의 축구쇼' 2022-2023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막이 올랐다. 특히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은 역시 '한국축구의 자랑' 손흥민과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의 행보에 모아진다. 손흥민의 토트넘은 6일 오후 11시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개막전을 치른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EPL에서 무려 23골을 기록하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 함께 공동 득점왕(골든부츠)에 올랐다. 골 수치는 같지만 PK가 5골이나 포함된 살라와 달리 오직 필드골로만 이뤄낸 대기록이라는 점에서 손흥민의 골 가치가 더 높게 평가 받았다.

아시아 선수가 골든부츠를 차지한 것은 EPL 역사상 최초였다. 손흥민에게도 프로 커리어 첫 리그 득점왕이다. 한국 선수가 세계 최고로 꼽히는 유럽 5대 빅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원조 전설인 '갈색폭격기' 차범근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손흥민은 화려한 개인성적에 타이틀은 물론, 소속팀에게 3년 만의 챔피언스리그 티켓이라는 선물까지 안기며 자신을 둘러싼 '월드클래스' 논쟁에 확실한 종지부를 찍었다.

또한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장인 손흥민은 올해 6월 열린 A매치 4연전에 모두 출전하여 2골을 추가하면서, 센츄리클럽(102경기) 가입과 A매치 역대 득점 단독 4위(33골, 16도움)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손흥민은 올해 11월에 열리는 카타르월드컵에 자신의 통산 3번째 월드컵 본선출전을 앞두고 있다.

손흥민은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명실상부한 '토트넘의 레전드'이자 '아시아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느덧 30대로 커리어 후반부에 접어든 손흥민에게 이제 더 이상 '증명'은 필요가 없고,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성취'를 이뤄내느냐만이 남았다.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토트넘
 
▲ 로마 상대 프리시즌 경기 후 팬들에 인사하는 손흥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30)이 7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열린 AS로마(이탈리아)와의 프리 시즌 친선 경기가 끝난 뒤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67분간 활약했으나, 팀은 0-1로 패배했다.
ⓒ 하이파 AFP=연합뉴스
 
위대한 선수의 반열에 오른 손흥민에게 남은 아쉬움은, 클럽팀에서 우승트로피가 없다는 것과, 대표팀에서의 성적 정도다. 이는 손흥민과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레전드'로 자주 비교대상이 되는 선배 세대인 차범근-박지성에 비하여 유일하게 열세인 부분이기도 하다.

차범근은 수십년째 누구도 넘어서지 못한 남자대표팀 A매치 최다출장-최다득점 기록 보유자이고, 박지성은 한일월드컵 4강-최초의 원정 16강(2010 남아공 대회)의 핵심 주역이었다. 프로에서의 우승 실적도 차범근은 UEFA컵(유로파리그) 우승 2회를 기록했고, 박지성은 맨유와 PSV 아인트호벤 등에서 정규리그와 UCL(유럽챔피언스리그)까지 수많은 트로피를 쓸어담으며 우승청부사로 활약했다. 이에 비하면 손흥민도 개인 활약은 우수했지만 트로피와는 번번이 거리가 멀었고,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본선에서 두 번 연속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2010년대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신흥강호로 자리매김했지만 유난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공식 대회 우승은 이영표가 뛰던 시절인 2007-2008 시즌 칼링컵(리그컵)이 마지막으로 무려 14년 전이다. 리그 우승은 1950-1951시즌과 1960-1961시즌, 단 두 차례뿐이고 마지막 우승으로부터는 무려 60년이 훌쩍 넘었다.

손흥민이 입단한 2015년 이후로는 2016-2017시즌 EPL(2위), 2018-2019시즌 UCL, 2020-2021시즌 리그컵 등 각종 대회에서 준우승만 3번이나 기록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주제 무리뉴 같은 명장들도 토트넘을 정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2%가 부족했다.

다만 여기에는 토트넘의 소극적인 투자도 한 몫을 담당했다. 대니얼 레비 토트넘 홋스퍼 회장은 2001년부터 구단 운영을 맡아 토트넘이 유럽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빅클럽으로 발전하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한편으로 정상급 선수 영입을 위한 투자에는 지나치게 몸을 사린다며 팬들 사이에서 구두쇠(stingy)라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토트넘은 손흥민-해리 케인-위고 요리스 등 EPL에서도 정상급으로 꼽히는 주전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을 뒷받침해줄 선수층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도중에 부임하여 팀을 챔피언스리그진출권인 4위까지 끌어올린 콘테 감독도 구단의 지원에 불만을 드러내며 선수영입에 투자하지 않으면 팀을 떠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구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올여름에는 레비 회장이 다소 달라졌다. 토트넘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이반 페리시치, 프레이저 포스터, 이브 비수마, 히샬리송, 클레망 랑글레, 제드 스펜스까지 무려 6명의 선수를 대거 영입했다. 공격-수비-중원에 걸쳐 각 포지션을 고르게 보강했고 모두 즉시전력감으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토트넘은 2년 전 무리뉴 감독 시절에도 대대적인 선수보강을 단행한 바 있지만, 당시에는 전성기기 지난 가레스 베일의 임대 등 영양가에 의문부호가 붙었다면, 이번에는 취약포지션과 콘테 감독의 전술에 어울리는 맞춤형 영입들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올시즌에도 건재한 '손케듀오'
 
▲ '멀티골 합작' 기뻐하는 손흥민과 케인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오른쪽)이 7월 2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의 아이브록스 경기장에서 열린 레인저스(스코틀랜드)와의 프리시즌 친선 경기에서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은 헤리 케인과 포옹하며 기뻐하고 있다. 손흥민은 이날 케인이 터뜨린 2골을 모두 어시스트하며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 글래스고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부동의 공격 핵심인 '손케듀오' 손흥민과 케인은 올시즌에도 건재하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 디디에 드로그바-프랭크 램파드(36득점)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최다 합작 골 기록을 41골까지 경신하며 최강의 호흡을 자랑했다. 손흥민은 완전히 전성기에 접어들었고, 케인은 지난 시즌 구단에 이적을 요구하면서 잡음을 일으키고 슬럼프에 있던 것과 달리, 올시즌에는 잔류로 마음을 굳히며 축구에 집중하고 있어서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도 토트넘의 전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BBC, 기브미스포르트, 더 부츠 룸 등은 매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토트넘이 다음 시즌 리그 3~4위권으로 우승후보를 놓고 다툴 만한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손흥민과 케인의 콤비플레이, 평소와 다른 적극적인 투자와 적재적소의 전력보강, 그리고 '우승청부사' 콘테의 카리스마와 전술적 능력 등을 올시즌 토트넘의 강점으로 꼽았다.

물론 우승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EPL은 몇 년째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의 양강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토트넘의 전력은 이 두 팀 보다는 아직 한 수 아래라는 평가다. 여기에 또다른 강호 첼시, 명예회복을 노리는 아스널과 맨유 등도 있어서 유럽 5대 빅리그 중 상위권팀들의 전력이 가장 평준화된 리그다.

토트넘이 올시즌 노릴수 있는 우승트로피는 최대 4개다. EPL, 유럽클럽대항전(UCL 혹은 유로파리그), 리그컵과 FA컵 등이다. 우선적인 목표는 올해도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수성이며, 토너먼트 단기전이라면 올해의 토트넘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하다.

다만 에이스인 손흥민이 올여름 휴식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은 걱정거리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곧바로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 6월 A매치 4연전을 모두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가야 했고, 올시즌은 카타르월드컵으로 인하여 리그 개막 기간이 앞당겨지면서 비시즌에도 쉴틈이 별로 없었다. 올해 11월에는 대표팀에 차출하여 월드컵 본선까지 소화해야 한다.

골든부츠 2연패와 토트넘의 우승, 대표팀의 월드컵 16강같은 목표들도 일단 손흥민이 건강하다는 전제 하에서만 가능하다. 토트넘과 대표팀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손흥민이 크고 작은 부상없이 건강하게 컨디션과 체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절한 관리를 해주는 게 필수다.

무엇보다 팀스포츠에서 선수 개인이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리고, 훌륭한 선수들로 구성된 팀이라고 할지라도, 우승을 못하면 그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반감될 수밖에 없다. 손흥민같은 위대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가 전성기에 우승트로피 하나 들어올리지 못한다면 훗날에도 두고두고 아쉬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이번에야말로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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