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현호 부회장 용퇴, 경영 세대교체의 신호
2025년 11월 7일, 삼성전자는 대외적 발표를 통해 정현호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공식화했다. 정현호 부회장은 2017년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 사업지원TF를 설립하고 8년간 삼성 그룹의 '2인자'로서 이재용 회장을 보좌하며 그룹 전체 의사결정과 현안 대응을 총괄해왔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의 여파 속에서 비상 임시조직으로 출범한 사업지원TF를 주도하며 삼성의 경영 안정화를 이끌어온 핵심 인물이었다.
정현호 부회장의 물러남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닌, 삼성이 비상경영 체제를 종료하고 새로운 성장 단계로 진입한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정 부회장은 사업이 정상화되는 시점을 맞아 후진 양성을 위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재용 회장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 조직 격상, 정상 경영체제로의 전환
이번 변화의 핵심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임시 조직 '사업지원TF'를 정식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격상한 것이다. 이 결정은 국정농단 사건 이후 8년간 비상조직으로 운영되어온 체계를 이제 정식 조직화하여 경영 안정성을 제도화하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해체되었는데, 당시 과도한 권한 집중과 불투명한 의사결정이 비판받았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사업지원TF를 임시조직으로 설립하되, 전자계열사들의 제한된 업무만 담당하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이번 사업지원실 격상은 이러한 임시 체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정상 경영 구조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평가된다.
>> 박학규 신임 실장의 프로필과 전략적 의미
박학규 사장이 새로운 사업지원실장으로 임명되었다. 박 실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카이스트 경영과학 석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내에서 재무와 경영 지원 업무를 담당해온 '재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박 실장의 경력 경로는 선임자와 다른 지향점을 시사한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을 역임하며 그룹 체질 개선에 주력했고, 2020년 사장 승진 후 반도체(DS) 부문 경영지원실장(CFO)을 거쳐 전사 경영지원실장, 디바이스경험(DX) 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삼성전자 전사 및 주요 사업부의 재무 상황에 정통한 인물로, 이재용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박학규의 임명은 지원 리더십에서 실행 리더십으로의 전환, 즉 위기 대응에서 성장 주도로의 경영 철학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된다.
>> 정상화 신호, 그 배경에 있는 법적 안정성
이번 인사는 이재용 회장이 법적 리스크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시점과 정확히 맞물린다. 이재용 회장은 2025년 7월 17일 대법원에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 건에 대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약 8년간의 경영 불안정 기간을 종료한 것이다.
이러한 법적 안정성의 확보는 조직 격상의 필수 전제 조건이었다. 비상 임시조직으로 운영되어온 사업지원TF가 이제 정식 상설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투명성 논란에서 벗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조직이 상설화된 것은 본격적으로 사업이 정상화하고 있는 만큼 조직을 다시 정상화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재편된 사업지원실의 조직 구조와 역할 확대
사업지원실은 기존 TF 대비 조직 규모와 기능이 확대되었다. 신설된 사업지원실은 전략팀, 경영진단팀, 피플(인사)팀 3개 팀으로 재편되었다. 주요 임원 재배치는 다음과 같다. 최윤호 경영진단실장은 전략팀장으로, 주창훈 부사장은 경영진단팀장으로, 문희동 부사장은 피플팀장으로 각각 위촉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성글로벌리서치 산하에 있던 경영진단실을 사업지원실로 이관하면서 조직에 실질적 역량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경영 진단 및 전략 수립 기능의 위상을 높이고, M&A 전담팀 신설 등을 통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가속화하려는 의도로 평가된다.
>> 'AI 컴퍼니' 전환의 가속화
사업지원실 격상과 시기를 같이하여 삼성전자는 전사적 AI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에 'AI 전략팀'을 신설하고 사업부별 'AI 전략그룹' 및 'AI 전환(AX)팀'을 편제했다. 이는 AI를 삼성의 핵심 경쟁축으로 재정의하는 동시에, 임시조직의 한계에서 벗어나 장기적 혁신 전략을 제도화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사업지원실이 정식 상설조직으로 격상되면서, 향후 사장단 인사에도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현호 부회장이 후진 양성을 위해 일선에서 물러난 만큼, 박학규 실장(사장) 주도 하에서 세대교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인사와 조직 개편은 '위기 관리'에서 '성장 추진'으로의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한다. 8년 동안 비상 임시조직으로 운영되어온 사업지원TF가 정식 상설조직 사업지원실로 격상된 것은, 삼성이 국정농단 여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뉴삼성' 시대를 추진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다.
정현호 부회장의 물러남은 안정적 성장의 기초를 마련한 리더가 새로운 도전자에게 지휘봉을 넘기는 세대교체의 출발점이며, 박학규의 임명은 재무 정규화와 성장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구체적 실행력을 갖춘 리더십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들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AI 기술 내재화를 통해 삼성의 미래 성장을 어떻게 견인할지가 향후 관찰의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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