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막았다…하나마이크론의 ‘승계 퍼즐’ 첫 조각부터 틀어져

/사진= 하나마이크론

하나마이크론이 2세 승계를 염두에 둔 인적분할을 전면 철회했다. 올해 1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발표한 지 반년 만이다.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꼼수’ 논란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당근책 무용…'꼼수 승계' 논란에 인적분할 전면 철회

하나마이크론은 이달 29일 이사회를 열고 계획했던 인적분할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측은 “주주들과 회사 모두에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이 과정에서 재상장 일정이 지체될 경우 소수주주들에게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나마이크론은 1월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투자회사 겸 지주사 역할을 맡을 ‘하나반도체홀딩스(존속법인)’와 기존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담당할 ‘하나마이크론(신설법인)’으로 나눠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사업과 투자사업의 경계를 명확히 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 목적으로는 △경영효율화 △사업전문성 강화 △사업 간 조달 리스크 분산 등이 제시됐다. 이에 따라 그동안 충분히 평가 받지 못했던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비즈니스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당근책도 제시했다. 내년부터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각각 잉여현금흐름(FCF) 기준 30%, 5% 이상을 배당하는 정책을 도입하기로 했고, 3년간 일반주주 우선배당 정책을 약속했다. 또 주주 대상 설문조사와 온오프라인 간담회 개최 등 주주들을 회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설득은 쉽지 않았다. 소액주주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는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결국 16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계획서만 가결되고 지주사 전환에 필수적인 정관변경안은 부결됐다. 결정적으로 법원에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분할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이 처음부터 반발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사업 시너지를 설명하기에는 분할의 실익이 부족했고, 지배구조상 승계와 직결된 구조라 주주들의 경계심을 키웠다는 것이다.

하나마이크론이 제시한 분할비율은 순자산 기준 존속법인 32.5%, 사업회사 67.5% 수준이다. 이는 하나마이크론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가 지주회사 주식 32.5주와 신설회사 주식 67.5주로 나눠 받게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 존속법인의 매출은 9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신설법인의 매출은 7967억원에 달했다. 하나마이크론이 지난해 올린 167억원의 영업이익 또한 신설법인으로 이전될 사업부의 영업이익 242억원이 주된 역할을 했다. 기존 주주들로서는 실질적인 수익창출원이 집중된 사업회사 지분이 분할되고 사실상 ‘껍데기’에 가까운 지주회사 지분을 받게 되는 셈이라 손해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배구조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어떻게 분할하고 어떻게 비율을 정할지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납득할 만한 가치평가를 거쳐야 한다”며 “분할해서 얻는 이익보다 혼선이 크다면 오히려 시장에 불확실성이나 불안감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다음 승계 플랜은?

분할구조가 사업재편을 넘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운 배경 중 하나다. 실제로 하나마이크론은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지주회사에 대해 현물출자 방식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했다. 사업회사 지분을 현물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유력한 승계 후보자는 최창호 회장의 아들인 최한수 하나머티리얼즈 부사장이다. 최 부사장은 하나마이크론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하나머티리얼즈에서는 지분 11.63%를 가진 2대주주다. 하나머티리얼즈는 하나마이크론 지분 10%가량을 갖고 있다. 모든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자회사였던 하나머티리얼즈는 하나반도체홀딩스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자연스럽게 최 부사장이 지배구조 상단에 자리하게 되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을 마쳐야 하는 지배주주로서는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일반 소액주주들은 핵심 사업회사를 두고 비주류가 될 지주사의 지분을 취득할 유인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주사 전환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하나마이크론 총수일가가 선택할 다음 승계 시나리오에 쏠리고 있다. 인적분할이라는 승계방식이 좌초된 만큼 다른 승계 플랜이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당분간은 구조 개편보다 사업경쟁력 강화와 시장 신뢰 회복이 우선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마이크론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회사와 주주들을 위해 경영상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기존 사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며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성장에 맞춰 핵심 역량인 첨단 패키징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글로벌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확장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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