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데일리카 안효문 기자] 세단보다 SUV가 많이 판매되는 시대다. ‘원조’를 좋아하는 것이 한국인 특징이라지만, 의외로 1935년 출시된 4세대 쉐보레 서버번(Suburban)이 최초의 SUV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국내에서 대형 SUV로 분류되는 차도 미국 시장에선 (한국인의 감성으로) 준대형, 심지어 중형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만큼 SUV 원조를 자처하는 쉐보레가 한국 시장에 투입한 SUV 라인업에 자동차 애호가들의 관심이 더욱 쏠린다. 국내에선 보기 드물게 미국이나 유럽 시장 기준으로 봐도 쉐보레는 SUV 풀 라인업을 갖춰서다.
쉐보레는 최근 SUV 라인업의 양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J.D.파워가 선정한 ‘2022년 미국 신차품질평가(IQS, Initial Quality Study)’에서 효자상품 트레일블레이저의 형제 차 격인 뷰익 앙코르GX가 소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해서다.
여기에 더 넥스트 이쿼녹스가 중형 SUV 부문, 타호가 대형 SUV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SUV 부문에서 글로벌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도 보기 드문 SUV 풀 라인업을 갖춘 쉐보레의 다양한 차량을 서울과 경기도 양평 일대에서 체험해봤다.
■ 내수판매·수출 모두 책임지는..트레일블레이저
한국지엠과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는 글로벌 GM 전체 사업 중 소형~준중형 SUV 및 크로스오버 개발을 주도한다. 국내서 소형 SUV로 분류되는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한국 내 GM 사업장이 내놓은 결과물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형제차인 뷰익 앙코르GX와 함께 월 수출 1만대 이상을 책임지는 효자 상품이다. 다양한 시장 요청에 대응하는 세가지 디자인, GM의 차세대 E-터보 엔진 등으로 차별화를 꾀한 게 특징이다.
트레일블레이저의 파워트레인은 1.35ℓ 가솔린 E-터보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f·m 등의 성능을 발휘한다. 복합 ℓ당 13㎞대로 인증 받은 연료효율도 매력적이다.
차 크기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최대 길이 4425㎜, 최대 높이 1660㎜, 너비 1810㎜, 휠베이스 2640㎜ 등이다. 트렁크 용량은 460ℓ, 2열을 접으면 최대 1470ℓ까지 확장된다.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2열 러기지 플로어 등 공간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구성이 눈에 띈다.
최근엔 경쟁사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기술이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국내 판매되는 소형 SUV 중 최초로 무선충전과 무선 차량-스마트폰 연결 기능을 지원했다. 아담한 덩치 속에서도 본격적인 와이어리스 서비스를 제공한 차라 할 수 있겠다.
■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돌아온..더 넥스트 이쿼녹스
올 1분기 미국서 콤팩트 크로스오버 부문 판매 3위를 차지하며 상품성을 인정 받은 이쿼녹스 부분변경차가 한국땅을 밟았다. 기존 1.6ℓ 디젤 엔진 대신 1.5ℓ 가솔린 터보로 파워트레인을 교체, 배출가스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한편 승차감이나 NVH(소음 진동) 억제 개선 효과도 두드러진다.
이쿼녹스의 크기는 길이 4650㎜, 너비 1845㎜, 높이 1660㎜ 등으로 패밀리카로도 충분하다. 여기에 단순히 배기량을 줄인 것이 아니라 최적화를 꾀한 라이트사이징(Rightsizing) 기술을 적용한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 172마력, 최대 28㎏f·m의 넉넉한 성능을 선사한다.
LT 트림부터 스위처블 AWD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오프로드는 물론 도심과 고속도로 등 어떤 노면에서도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다. R-EPS 타입의 속도 감응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과 뒷바퀴에 적용한 멀티 링크 서스펜션은 안정적인 주행과 민첩한 핸들링을 선사한다.
■ 시원시원한 달리기 실력에 실용성 높은..트래버스
한동안 국내 쉐보레 라인업 중 맏이 역할을 하던 트래버스는 2022년형 연식변경을 통해 상품성이 한층 개선됐다.
2022년형 트래버스는 최신 브랜드 패밀리룩이 적용된 날렵해진 LED 주간주행등을 비롯, ‘ㄱ’자 모양의 LED 보조 주간 주행등, 한층 촘촘해진 전면 듀얼 포트 그릴 등으로 인상이 확 바뀌었다.
연식변경 후 트래버스는 전 트림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디지털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 무선 폰 프로젝션 등의 편의품목이 기본 제공된다. 여기에 1열 센터 에어백을 포함한 7 에어백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헤드업 LED 경고등,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전방 보행자 감지 및 제동 시스템 등의 안전기능도 기본 적용된다.
트래버스의 매력은 고성능 가솔린 엔진이 주는 산뜻한 주행 감각이다. V6 3.6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 변속기와 맞물려 최고 314마력, 최대 36.8㎏f·m의 넉넉한 성능을 보장한다. 여기에 전륜ㆍ후륜 구동을 상시 전환할 수 있는 스위처블 AWD로 SUV 본연의 가치를 잊지 않았다.
■ 미국산 SUV의 로망을 집대성한..타호
쉐보레 타호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함께 GM이 한국 시장에 선보인 몇 안되는 풀 사이즈 SUV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존재감은 현행 5세대에서 한층 더 무르익었다는 평가다.
국내에 출시된 타호는 최고 등급의 하이컨트리(High Country)로, 2열 파워 릴리즈 기능이 적용된 캡틴시트와 3열 파워 폴딩 시트가 탑재된 7인승 모델이다.
차 크기는 길이 5350㎜, 너비 2060㎜, 높이 1925㎜, 휠베이스 3071㎜ 등으로 국내 판매 중인 SUV 중에선 형제격인 에스컬레이드를 제외하면 견줄 차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22인치 크롬 실버 프리미엄 페인티드 휠을 위시한 디테일도 기존 쉐보레 라인업에선 접하기 어려웠던 호사다.
거대한 차체를 이끄는 건 V8 6.2ℓ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f·m 등의 성능은 자동차 애호가들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기름값에 대한 걱정은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DFM)가 덜어준다. 정속주행이나 타력주행 등 큰 힘이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17개 모드로 엔진 실린더를 비활성화/활성화, 연료소비를 최소화하는 기능이다. 덕분에 거대한 차체에 대배기량 N/A 엔진을 조합했음에도 국내 공인 연비가 복합 ℓ당 6.4㎞로 선방할 수 있었다.
타호의 숨은 매력은 단연 하체다. 기본으로 탑재된 어댑티브 에어 라이드 서스펜션은 고속주행 시 차고를 살짝 낮추고, 오프로드 주행 시 최대 50㎜까지 차고를 높여준다. 여기에 고급 브랜드에서 적극 사용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콘트롤로 적용됐다. 노면 상황을 1000분의1초 단위로 읽어 서스펜션 강도를 조절, 승차감 개선은 물론 기대 이상의 반응성을 운전자에게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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