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 반한화"…페루·칠레·필리핀서 붙는다

올 하반기 K-방산의 시선은 유럽이 아니라 중남미와 동남아다. 페루·칠레·필리핀 시장을 놓고 '한화 대 반한화' 구도까지 펼쳐지고 있다.

올 하반기 K-방산 기업들의 시선이 주력 시장 유럽이 아닌 페루·칠레·필리핀에 쏠려 있다. 나토 국가들이 비(非)나토국의 시장 진입을 막는 '방산 블록'을 쌓으며 유럽 수주가 녹록지 않은 가운데, 중남미와 동남아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특히 신시장마다 '한화 대 반(反)한화' 구도가 형성되며 관심을 모은다.

"현대·페루 vs 한화·칠레"

중남미에선 앙숙 관계인 페루와 칠레를 두고 국내 기업들이 갈렸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말 페루와 K2 흑표 전차 54대·K808 백호 장갑차 141대를 공급하는 3조원 규모 기본계약을 맺었고, HD현대중공업은 페루 차세대 잠수함과 상륙지원함 사업을 노린다. 반면 한화그룹은 칠레를 집중 공략해 '오션2000' 잠수함과 '오션4500' 호위함,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을 앞세우고 있다.

"요충지 필리핀서 재격돌"

동남아에서는 남중국해 갈등으로 군 전력 강화를 서두르는 필리핀이 요충지로 떠올랐다. 약 49조원 규모 '군 3차 현대화 사업'을 추진 중인 필리핀은 사상 처음 잠수함 2척(약 2조원 규모) 도입에 나선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연말 또 한 번 수주전을 벌일 전망이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고배를 마신 한화오션은 도산안창호급(3000t급)으로 설욕을 노린다.

"결국 다시 나토의 문"

KAI도 페루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함께, FA-50을 운용 중인 필리핀을 KF-21의 첫 수출 대상으로 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남미·동남아 시장의 한계도 지적한다. 무기 획득 절차가 불투명해 정부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고, 나토 시장처럼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는 초대형 사업이 드물다는 것이다. 결국 세계 방산 시장의 55%를 차지하는 나토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려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라이벌 현대와 한화가 각각 페루와 칠레를, 그리고 필리핀에서 다시 맞붙는 구도는 K-방산의 경쟁력이 그만큼 무르익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신시장 개척과 나토 재도전이라는 두 과제를 어떻게 병행하느냐가 하반기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사진 출처=조선일보·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