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루샤’에 파리 날린다고?...사라진 큰손들 ‘여기’ 줄섰다는데
1층 루이비통·샤넬 매장엔
주말인데도 입장 대기 없어
손님 없는 매장도 ‘수두룩’
반값 할인마트엔 고객 붐벼
10위안 미용실도 대기해야
부동산·내수 침체에 직격탄
중국인 소비여력 크게 줄어
1층에 들어서자 손님을 기다리기가 지루했는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화장품 매장 점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화장품 코너를 지나니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디올 매장이 나왔다. 한국처럼 입장 줄을 선다거나 대기 예약을 받지는 않았다. 전 세계 매장 중 ‘매출 1위’라는 SKP 샤넬 매장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반면, 같은 날 방문한 베이징 차오양구에 있는 ‘반값’ 할인마트 ‘핫맥스(Hot Maxx)’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매장을 둘러보는 내내 장을 보러온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고객들이 밀려오면서 계산줄도 순식간에 길어졌다. 어림잡아 봐도 10m 이상은 됐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전이된 경기 하락 충격은 이처럼 베이징의 대표적 쇼핑몰에서 극명하게 확인됐다.
중국의 소비 여력을 상징하는 ‘베이징 SKP’에 즐비한 구찌, 프라다, 발렌시아가, 베르사체,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 매장은 손님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지상 6층 규모의 이곳 매장은 인기 있는 소수 브랜드를 빼고는 상당수 매장이 점원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명품 사랑으로 유명한 중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루이비통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그룹(LVMH)은 3분기 매출이 3% 역성장(전년동기비)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감소하는 충격을 겪었다. 이에 대해 장 자크 귀오니 LVMH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본토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코로나19 사태 당시 사상 최저치와 다시 일치하고 있다”고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겪는 이유를 호소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회복을 위해 주택 구매자 매수 계약금 비율을 낮추고 호적 전입 규제 폐지 등을 실시했다. 최근에는 주택대출금리도 내렸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구환신(노후 제품을 새 것으로 교환)’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줘 오래된 자동차나 가전제품을 바꾸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캠페인이다.
그러다 보니 강력한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국 재정부 산하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 원장은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가 벼랑 끝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정부가 특별국채 발행을 예고한 점과 관련해 그는 “무조건 10조위안(약 1924조원) 이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국채 발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발행 규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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