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당하는 상사, 이것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
“헤어샵에서 팀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팀에 저보다 나이가 10살이나 많고 경력도 훨씬 오래된 팀원이 있는데, 그 팀원이 제게 고장 난 열펌기계를 가져다 버리라는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유를 묻기 위해 얼굴 보면서 얘기하자고 하니, 팀원은 자신이 나이가 더 많고 근무 경력도 길다는 이유를 들며 거부했습니다. 그리곤 ‘팀장님 얼굴 보거나 목소리 듣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미칠 지경’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팀원보다 직책이 높은데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가 될 수 있나요?” (A씨)
2019년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보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상사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답변은 “될 수 있다”입니다.
중노위가 20일 발간한 ‘노동분쟁해결 가이드북 조정과 심판’을 보면, 괴롭힘 행위자가 직위·직급 체계상 상위에 있지 않더라도 나이·성별·연차·근속연수·직장 내 영향력 등 다양한 사정을 고려했을 때 우위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 관계의 우위가 인정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위성’은 피해자가 괴롭힘 행위에 대해 저항 또는 거절이 어려울 가능성이 큰 상태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판단에 있어선 행위가 발생하게 된 경위, 당사자와 직장동료들의 관계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헤어샵 팀장 A씨의 사례에서는 팀원이 A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근무경력이 긴 것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관계상 우위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팀원이 본인보다 직책이 높은 팀장의 지도 및 감독 권한을 무시하며 오히려 팀장에게 부당한 업무지시를 한 점 역시 고려될 수 있습니다. 중노위는 팀원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해 팀장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의 사례를 포함해 노사가 자주 부닥치게 되는 분쟁 70가지를 정리한 ‘생활노동법률 70선’을 중노위가 이달 중으로 발간한다고 합니다. 노동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 더 알아보려면
최근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결과에선 한국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지난 1년간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괴롭힘 피해를 입은 10명 중 9명은 여전히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금지법 시행 후 사회적 문제의식이 높아졌지만 여전히 법의 한계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함께 살펴보기 좋은 경향신문의 관련 기사들을 공유합니다.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623132300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11261312001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1040929001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071114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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