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연금개혁안, 국회 공론화案보다 순혜택 최대 62% 적어"
1975년생(50세), 순혜택 46%↓(2억 4200만원→1억 3100만원)
2000년생(25세)은 61% 줄어 낙차 더 커…"제도 본질 상실" 지적
정부, 개혁안 발표 직전 설문조사서 '재정안정' 유리케 문항내용 변경 의혹도
정부가 내놓은 '더 내고, 그대로 받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지난 국회 당시 공론화위원회가 다수안(案)으로 선택한 최종안보다 순혜택이 최대 62% 정도 적다는 추계 결과가 나왔다.
순혜택은 생애 동안 받게 되는 국민연금 급여 총액에서 납부한 보험료 총액을 뺀 개념이다. 특히 연령대가 젊을수록 이 같은 삭감률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나, '미래세대를 위한'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내세운 정부의 방침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全연령대서 '공론화 다수案'이 순혜택 현저히 높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과 소득보장 강화론을 주장해온 시민단체 연대체인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지난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내 공론화위원회 다수안과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따른 세대별 국민연금 보험료·급여 추계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초 출범한 연금특위 산하 공론화위는 수차례의 숙의 토론을 거친 뒤 시민대표단 500명을 대상으로 모수개혁 방안 등에 대한 설문을 실시했다.
시민대표단은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올리고 '받는 돈'에 해당하는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재정안정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더 많이 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보장강화안 중 과반(56.0%)이 후자를 선택했다.
'조금 더' 많이 내더라도 '더 받는' 시나리오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다만, 공론화로 도출된 안을 둔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 21대 국회는 막을 내렸고, 정부는 지난달 초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를 골자로 한 자체 연금개혁안을 내놨다. 재정 안정에 초점을 맞춘 정부의 연금개혁 추진계획엔 인구구조 변화와 경제 여건 등에 따라 연금 수령액을 줄일 수 있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의원실과 연금행동은 국민연금에 30년간 가입한 평균소득자를 기준으로 기대 여명을 반영해 2가지 안(국회 공론화안·정부안)의 △수익비 △생애 총보험료 △생애 총급여 △순혜택 등을 나이대별로 비교했다.
정부안의 경우, 자동조정장치는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추월하는 2036년도부터 작동한다는 가정이 적용됐다.
이들이 분석한 결과, 정부안은 샘플로 대입한 모든 연령대에서 공론화안보다 순혜택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연금개혁안의 순혜택은 공론화위가 선택한 안에 비해 1975년생(50세)의 경우, 46.0%(2억 4233만원→1억 3092만원) 떨어졌고, 1985년생(40세)은 56.4%(3억 429만원→1억 3265만원)의 감소 폭을 보였다.
앞으로 보험료를 한참 내야 하는 MZ세대는 낙차가 더 컸다. 1995년생(30세)의 순혜택은 정부안 적용 시 1억 4280만원으로 공론화안(3억 7405만원) 대비 61.8%의 격차가 발생했고, 2000년생(25세) 또한 이와 비슷한 61.1%의 하락 폭(공론화안 4억 1690만원→정부안 1억 6217만원)을 나타냈다.
총보험료 대비 총급여의 비율을 가리키는 수익비도 △1975년생, 공론화안 2.60배→정부안 1.85배 △85년생, 2.37배→1.60배 △95년생, 2.20배→1.46배 △2000년생, 2.16배→1.46배 등 각각 정부안이 공론화안보다 확연히 낮았다.
연금행동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정부안은 (자동조정장치를 통한) '자동 삭감'으로 고령 노인이 될수록 더 빈곤하게 만들고 젊은층일수록 더 많은 연금을 삭감해 (연금)제도의 본질을 상실한 방안"이라고 진단했다.
전진숙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재정 안정에만 방점을 두어 (결과적으로) 연금액이 삭감되는 문제가 있다"며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자동조정장치는 철회해야 마땅하며, 보장강화 방안 중 하나로 가입기간 확대를 위한 '돌봄크레딧'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혁안 발표 직전 설문내용 들여다보니…'재정안정' 편향 문구 다수
한편, 전 의원은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정부안에 대한 찬성 응답을 유도할 수 있게끔 질문 문항을 자의적으로 수정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연금개혁안 발표에 앞서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을 통해 지난 8월 16~29일 전국 20~59세 남녀 국민연금 가입자 28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의원실이 입수한 '국민연금 제도 개혁에 대한 가입자 인식 및 동의수준 조사' 초안과 최종안을 비교해본 결과, 국민연금 제도를 설명하는 내용에서 소득보장 관련 내용은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처음엔 국민연금제도를 두고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해소하는 국가사회보장제도', '소득이 중단되거나 상실될 가능성이 있는 국민들이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라고 기술했다가, 최종안에서는 이 문장들을 모두 뺀 것이 일례다. 최종안에는 대신 '가입자는 감소하고 수급자는 증가하는 등의 영향으로, 2025년경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해당 조사 결과, 응답자의 51.8%는 '지속가능성 제고'를 바람직한 개혁방향으로 선택했는데, 설문문항 설계 시 정부 개혁안에 유리한 여론을 이끌어내고자, 재정안정에 편향된 내용을 정부 입맛에 맞게 '취사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은 45.6%였다.
자동조정장치와 관련해서도 1안에는 '가입자 수가 증가하거나 일정 수준을 초과해 보험료율을 낮추는 경우' 및 '가입자 수나 보험료 수입 감소로 급여수준을 축소 지급하는 경우' 등의 설명이 담겼으나, 수정본에선 '매년 자동으로 연금액을 조정'하는 제도라며, 한층 완화된 표현으로 대체됐다.
이어진 자동안정장치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67.4%가 '도입에 동의한다'고 답해, 비동의 비율(32.6%)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전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을 상대로 "(정부는) 2980만원을 들여 국민연금 관련 여론을 조작했다. 정말 너무 황당하다"며 "(설문) 최종안을 이렇게 바꾼 주체가 누구냐"고 따졌다.
김 이사장은 "제가 알고 있기로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문항을 작성한 것)"이라며 "아마 복지부와 협의했었던 것 같다. 구체적인 건 저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백혜련 의원도 이를 두고 "거의 여론조작 수준의 질문지"라며 공단 측에 "설문지 내용이 바뀌게 된 경위, 누가 어떻게 검수하고 어떻게 (변경)했는지 그 과정을 조사해 전달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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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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