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 시스템은 Good! 파이트 라운지는 Bad… 철권8 CBT 체험기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는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철권8의 CBT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여름 진행했던 클로즈드 네트워크 테스트(CNT)의 후속 테스트인 이번 CBT는 철권 파이트 라운지(TEKKEN FIGHT LOUNGE)와 같은 신규 요소를 비롯해 신규 캐릭터 레이븐, 아수세나, 펭이 추가됐고, 히트 시스템과 스페셜 스타일, 게임 밸런스 조정 등 다양한 추가/변경점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CNT에서는 겉핥기 정도로 플레이했던 터라 따로 체험기를 작성하지 않았는데요. 이번에는 다른 모든 일정을 뒤로 미루고 CBT만 집중적으로 플레이해 체험기를 작성합니다. CBT로 미리 만난 철권8은 어땠는지, 간단히 살펴봅시다.
'히트 시스템'으로 그동안의 철권과 차별화
반면 초보 플레이어에게는 좀 더 가혹해진 느낌
'히트 시스템'은 체력 게이지 밑에 새롭게 생긴 히트 타이머를 활용하는 신규 시스템입니다. 일부 캐릭터를 제외하면 체력 게이지 외에 별도의 게이지가 생긴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그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도 전작들과 크게 달라진 느낌입니다.
히트 시스템은 히트 버스트, 히트 발동 기술, 히트 대시, 히트 스매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히트 버스트와 히트 발동 기술은 히트 타이머를 활성화시키고, 히트 대시, 히트 스매시는 히트 상태에서만 사용 가능하며 히트 타이머를 소모합니다. 히트 상태에 들어가면 상대에게 주는 가드 대미지가 늘어나거나 하는 등의 이점 외에도 캐릭터별로 기존 기술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기술이 추가되는 등의 효과가 존재하는데, 이 부분이 전작의 플레이와 큰 차이를 줍니다.
저는 이번 CBT 내내 링 샤오유를 주로 사용했는데, 샤오유는 히트 상태에서 파보 자세 파생기의 위력이 증가하고, 백양 2타, 백련 1타에서 히트 타이머를 소모해 사용하는 신기술 백양염제파와 백련염제파의 사용이 가능해집니다. 양쪽 모두 상대에게 맞히면 큰 대미지를, 막히더라도 뒤자세 상태로 큰 이득을 가져갈 수 있죠. 만약 상대에게 대미지를 줌과 동시에 유리한 상태로 접근하는 히트 발동 기술로 히트 상태에 들어갔을 때는, 1타가 중단인 백양염제파와 하단 기술, 잡기로 심리전을 걸 수도 있습니다. 히트 스매시 역시 강력합니다. 대미지와 판정이 강하고, 상대의 파워 크러시를 무력화하며, 막혀도 후상황이 좋거든요. 샤오유는 전작의 레이지 드라이브처럼 뒤자세에서도 사용이 가능한데 사용한 뒤에는 강화 버전 파보가 발동돼 계속 유리한 상황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앞에 심리전이 대부분 성공했다면 보통 이 시점에서 라운드를 가져오는 일이 많고요.
히트를 발동하지 않았을 때의 샤오유는 막히고 유리한 기술이 적은 편이라 봉황, 뒤자세, 파보 등 다양한 자세를 활용해 상대를 교란시켜 착실히 대미지를 쌓아가는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히트 발동 뒤의 샤오유는 뛰어난 기술 성능으로 상대에게 계속 가드 상태에서의 심리전을 강요할 수 있어요. 히트 상태의 샤오유는 아예 다른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는 다른 캐릭터를 상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존 플레이를 크게 강화하는 형태의 캐릭터도, 샤오유처럼 히트 상태에서 플레이 형태가 달라지는 캐릭터도 모두 히트 발동 시와 평상시의 대처를 조금은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여기에 CNT에서는 히트 발동 상태에 들어간 상대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기에 지나치게 강한 느낌이었지만, CBT부터는 히트 버스트에 파워 크러시가 붙고 파워 크러시 자체도 상대 공격을 받아내는데 성공하면 후속 공격이 강해지는 식으로 강화돼 상대 캐릭터의 기술, 심리를 파악했다면 적절한 타이밍에 끼어들어 흐름을 가져올 수도 있게 됐습니다. 개발진이 의도한 대로 '어그레시브한'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히트 시스템이지만, 이번에는 상대하는 입장에서도 그 흐름을 끊고 역으로 공격을 펼쳐가도록 밸런스를 잡았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수세에 몰렸을 때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감정은 좀 더 증폭된 느낌입니다. 계속 격투게임을 해오던 입장에서는 상대의 플레이를 복기하면서 다음에는 당하지 않겠다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지만, 철권8 CBT를 통해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라면 뭔지 모르겠지만 화려하면서 대미지까지 강한 공격에 당해 연패하는 경험이 썩 즐겁게 다가오진 않을 테니까요. 원래도 그런 게임이긴 했지만, 히트 시스템의 추가가 초보 플레이어 이탈의 기폭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 초보 플레이어들을 끌어 주는 것이 TGS 2023에서 처음 공개한 싱글 플레이 콘텐츠 '아케이드 퀘스트'가 될텐데요, 이번 CBT에서는 체험해볼 수 없었기에 어떤 식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 CBT까지의 감상으로는 초보 플레이어에게 철권8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임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이번CBT에서 도움말과 튜토리얼의 보강, 오랜 세월 유지됐던 다소 복잡한 커맨드의 간소화, 딜레이 캐치로 들어가는 잡기, 하단 흘리기에 시간이 살짝 멈추면서 화면이 확대되며 강조되는 효과로 상황 인지가 쉬워지는 등 초보 플레이어를 위한 다양한 변화도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캐릭터의 핵심 기술이나 간단한 콤보를 버튼 연타로 사용하는'스페셜 스타일'도 핵심 기술과 하단 기술 버튼에 방향 조작을 더해 스페셜 스타일만으로 좀 더 다양한 상황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바꾸기도 했고요.
철권8의 핵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대전은 재미있었지만, 스트리트 파이터6처럼 플레이어 층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지는 '아케이드 퀘스트'를 포함한 출시 버전에서나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철권 파이트 라운지, 이게 최선인가요?
이번 CBT에서는 '철권 파이트 라운지'가 새롭게 문을 열었습니다. 자신을 대표하는 아바타를 생성하고, 이를 가지고 다른 플레이어와 교류하거나 대전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 파이터6의 배틀 허브와 비슷한 콘텐츠라고 보면 됩니다.
다른 플레이어와 대전하는 '배틀 구역'을 시작으로, 다른 플레이어와 함께 연습하는 도장, 철권 볼을 즐길 수 있는 해변, 아바타와 플레이어를 커스터마이즈하는 샵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 CBT시점에선 배틀 구역과 커스터마이즈 샵만 제한적으로 이용해볼 수 있었습니다. 철권 파이트 라운지는 게임 외에 이번 테스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좋은 점보다는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일단 철권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한 자리에 모여 교류할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좋았습니다. 대전 외에도 채팅, 감정표현이 가능하고, '슈퍼 고스트 매치'의 추가로 직접 대전을 걸기 어려운 플레이어의 행동을 따라하는 AI와 모의전을 해볼 수 있습니다. 슈퍼 고스트 매치는 데이터가 많이 쌓이지 않은 시점에서도 꽤 사람과 비슷한 플레이를 보여줘 흥미로웠는데요, TGS 2023에서 보여준 고스트에게 직접 가르치는 기능이 열리면 초보 플레이어를 위한 교보재나 유명 선수와 대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고스트부터 이기고 와야 하는 이벤트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 듯합니다.
구색은 잘 갖춘 편이지만 세세하게 불편하거나 왜 이렇게 만들었나 싶은 점들이 보입니다. 가장 불편한 건 대전 공간의 오락기 배치입니다. 대전 공간에는 랭크매치와 퀵매치를 즐기는 오락기와 그룹매치(전작의 플레이어 매치)를 즐길 수 있는 오락기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룹 매치를 즐길 수 있는 오락기는 오락실처럼 같은 라운지에 체제 중인 플레이어들과 대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주보는 오락기의 플레이어와는 계속 연전을 즐길 수 있기에 CBT기간 중에도 많은 플레이어가 빈 자리를 찾아 떠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랭크매치, 퀵매치를 즐기는 오락기는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왜냐면 메인 화면에서 들어가는 랭크매치, 퀵매치와 완전히 동일하거든요. 이미 백그라운드로 랭크매치, 퀵매치를 돌리며 아바타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데 철권 파이트 라운지까지 와서 이 오락기를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락실에서도 온라인 대전을 지원했던 철권7을 생각하면 그걸 그대로 가져온 건가 싶기도 하지만, 철권 파이트 라운지의 성격을 생각하면 모두 그룹매치 가능 오락기인 것이 좋았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외에도 전체 플레이어의 랭킹을 보는 리더보드는 있으면서 세세한 전적을 볼 수 있는 곳은 존재하지 않거나, 랭크매치 대전 기록 외에 아바타/플레이어 커스터마이즈가 로컬 저장이라 사용하는 PC가 바뀌면 같은 계정임에도 모두 새로 세팅해야 하는 등 이게 요즘 게임이 맞나 싶은 부분도 아쉬웠습니다.
CBT라서 힘을 빼고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스트리트 파이터6가 베타 때 보여줬던 배틀허브를 생각하면 철권 파이트 라운지는 출시 전까지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기대되는 철권8
CBT에서 만난 철권8은 그동안의 철권 시리즈에서 즐길 수 있었던 공방의 재미에, '히트 시스템'으로 폭발적인 공격성을 더한 새로운 철권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기존의 플레이 스타일이 완전히 무의미해진 것이 아니라 선택지를 늘려주는 변화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플레이어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히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전작처럼 풀어나갈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앞서 언급하는 걸 잊기는 했지만, 롤백 넷코드가 적용된 온라인 대전 환경도 상당히 쾌적했습니다. 와이파이 플레이어와도 전반적으로 깔끔한 플레이가 가능했거든요. 철권8도 대전의 재미만큼은 확실하다는 걸 이번 CBT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대전의 재미 외의 것들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신규 플레이어가 대전의 재미를 느끼기까지 끌어올려주는 것인데, 철권8은 스페셜 스타일과 이번 CBT에는 없었던 '아케이드 퀘스트'를 통해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는 듯합니다. 철권 파이트 라운지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CBT에서 볼 수 있던 튜토리얼이나 도움말, 연습모드에서 기본 제공되는 프레임 데이터 등 바뀌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어 기대가 더 큽니다.
철권8은 2024년 1월 26일 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