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C현대산업개발이 단순 시공을 넘어 디벨로퍼로 사업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등 자체사업이 연이어 예정된 만큼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클린업 트리오' 광운대 이어 용산ㆍ공릉 출격대기
서울 노원구는 지난해 8월 HDC현산의 광운대 역세권 사업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HDC현산은 11월 말 분양 이후 착공에 들어갔다. 총 4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으로 3000여가구의 공동주택과 오피스, 몰, 호텔 등 상업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프로젝트를 HDC현산이 디벨로퍼로 도약할 기점으로 보고 있다. 사업 결과에 따라 서울 내 자체개발 사업장 2곳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리포트에서 광운대 역세권 사업의 분양수입으로 외부 차입 없이 공릉동 역세권 개발사업과 용산 철도부지 개발사업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차입 개발로 사업을 진행하면 향후 발생하는 수입은 온전히 회사의 몫이 된다. HD현산으로서는 향후 2~3년간 자체사업이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에 디벨로퍼로서 회사의 정체성을 굳힐 수 있는 기회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의 첫 단계인 주택 분양에서 완판에 가까운 성과를 내며 실적 개선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올 1분기 실적에서 자체사업 매출은 227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5.8% 증가했다. 부문별 매출 이익률에서도 자체사업으로 발생한 매출의 비중이 32.1%로 가장 높았다.
최근 3년간의 수주 현황을 봐도 자체사업의 비중은 30% 안팎으로 유지돼왔다. 건설업의 특성상 외부 수주잔액이 50%로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을 감안해도 타사 대비 높은 자체사업 실적이다.
광운대 역세권 개발 이후의 사업도 연이어 예정돼 있다. 내년에 시행될 용산역 철도부지 사업과 공릉역 역세권 개발사업은 회사의 체급은 한 단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용산 철도부지 개발사업은 8300억원 규모로 공동주택 610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공릉 역세권 개발사업은 3800억원 규모로 공동주택 400여가구와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이외에도 잠실 MICE, 복정역 역세권 개발사업 등 자체, 지분참여 사업 등이 잇따를 것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4월 발행된 리포트에서 '향후 3년간 실적 성장기를 앞두고 있으며 이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에서 회사의 주가는 호재에 민감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사업은 최근 수주한 정비창 전면1구역 개발사업과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전면1구역 개발사업은 용산 한강로3가 40-641번지 일대에 지하 6층, 지상 최고 38층 규모의 공동주택 12개동을 시공하는 프로젝트다. 오피스텔 651실과 업무시설,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도 조성된다.
업계에서는 2000년대 초반 용산역 민자역사 개발사업에서 거둔 성과가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계열사인 HDC호텔을 통해 운영 중인 파크하얏트호텔 등의 성과가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회사는 철도병원 부지와의 연담화로 용산역 일대를 소위 'HDC현대산업개발 촌(村)'으로 통일감 있게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디벨로퍼 도약 중추 '개발·영업본부'
대규모 자체개발 사업과 도시정비 사업 수주는 전사적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그 중에서도 개발본부와 영업본부의 기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개발본부는 H1프로젝트로 일컬어지는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의 사업단장이었던 박희윤 전무가 본부장을 맡아 이끌고 있다. 박 전무는 1968년생으로 창원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도시개발 및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대학 졸업 이후 은행에서 5년간 근무한 뒤 도시개발의 꿈을 포기하지 못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를 마치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2006년 한국인 최초로 모리빌딩 수석컨설턴트로 스카웃된 인물로 신도림 역세권 개발(디큐브시티), 삼성동 파르나스몰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정몽규 회장이 2018년 직접 HDC현산에 영입한 인재로도 알려져 있다. 입사 이후 개발영업본부장과 상품기획실장, H1사업단장을 거치며 자체사업을 주도해온 핵심 인력이다.
박 전무가 자체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인물이라면 구체적인 실행과 색을 입히는 역할은 배치성 영업본부장(상무)이 맡았다. 배 상무는 한국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인물로 1997년 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해 2017년까지 근무한 뒤 HDC랩스로 이동해 리얼티본부장을 역임했다. 다시 HDC현대산업개발로 돌아와 개발부문장을 맡다가 올해 4월 영업본부장이 됐다.
전면1구역 프로젝트에서는 건축디자인그룹 SMDP, 초고층건물 구조 설계 전문인 LERA 외에도 조경의 강자인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파크하얏트호텔 등과 협업해 디자인 면에서 차별화된 설계를 내세웠다.
양 조직의 사업적 시너지는 자체사업과 도시정비사업 수주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관계자는 "자체사업을 단일 부서에서 주관하는 구조가 아니라, 개발본부와 영업본부 등 다양한 부서가 협업해 진행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김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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