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이라는 이름은 여전히 코트의 공기를 달궈줍니다. 다만 이번엔 유니폼 대신 작전판을 들었고, 스파이크 대신 교체 카드로 승부를 봅니다. MBC ‘신인감독 김연경’ 1·2회는 바로 그 낯설고도 익숙한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데뷔전 첫 승을 따냈지만 “애매한 경기였다”라는 혹평까지 스스로 남긴 신인 감독. 예능과 스포츠의 경계에서 김연경은 어떻게 팀을 만들고 경기를 움직였는지, 두 회차를 관통한 키워드로 짚어 보겠습니다.

무대는 창단식과 트라이아웃에서 시작했습니다. 팀 이름은 ‘필승 원더독스’. 언더독의 심장에 ‘필승’이라는 주문을 붙였습니다. 초반 편성은 예능의 리듬을 택했습니다. 선수들의 사연, 포지션 퍼즐, 훈련 장면이 빠르게 전개되면서도, 화면은 늘 김연경의 표정으로 돌아옵니다. 결론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중심은 ‘선수 김연경’이 아닌 ‘감독 김연경’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있습니다. 이는 1회 후반, 전주 근영여고와의 첫 공식 경기에서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첫 세트는 깔끔했습니다. 김연경은 타임아웃에서 “생각하는 배구”를 주문했고, 원더독스는 25-19로 세트를 가져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2세트 들어 리시브 흔들림, 서브 범실, 네트 터치까지 연속 실수. 분위기는 순식간에 근영여고로 넘어갔습니다. 김연경은 “제 교체 카드가 잘못돼 흐름을 내줬다”고 자책했습니다. 이 장면은 두 가지를 보여줍니다. 하나, 그는 TV용 연출에 기댈 생각이 없습니다. 둘, 자신의 판단을 가장 먼저 검증하는 사람도 본인입니다. 결과는 3·4세트 연속 25-22. 페인트 한 방, 세터 교체, 세부 포지션 조정으로 균열을 만들고 흐름을 되찾았습니다. 데뷔전 승리였습니다.

하지만 시상대는 없었습니다. 인터뷰에서 “승리는 만족스럽지만 애매한 경기였다. 오늘 경기력으로는 100% 진다”고 단언했습니다. 프로가 아마를, 강자가 약자를 꾸짖는 어투가 아니었습니다. 자신과 팀을 한 묶음으로 끌어안고 스스로를 올려세우는 ‘기준선’의 선언이었습니다. 그 직후 편집도 예능이 아닌 다큐에 가까웠습니다. 선수들의 숨, 테이핑 소리, 벤치의 낮은 웅성임이 길게 잡혔습니다. 웃기는 대신 ‘밀도’를 택한 선택이었습니다.
2회는 예고대로 한층 뜨거웠습니다. 같은 근영여고와의 승부를 마무리한 뒤, 무대는 곧장 프로팀 IBK기업은행으로 넘어갔습니다. 김호철 감독과의 ‘0년 차 대 30년 차’ 맞대결. 김연경은 시작 전 “살살해주세요”라고 농담을 던졌지만, 라인업 구성과 작전 지시는 전혀 살살이 아니었습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주장 표승주를 선발로 세우고, 세터는 이진, 리베로는 구혜인으로 짰습니다. 친정팀을 상대하는 이진과 구혜인에게는 감정과 동기, 두 가지 연료가 동시에 들어갔습니다.

현실은 차갑게 시작했습니다. 1세트 0-8. 화면에 잡힌 김연경의 이 악문 표정은 예능을 지우고 현장을 남겼습니다. “그럴 거면 나가라”라고 쏘아붙인 장면도 나왔습니다. 거친 말이 아니라 느슨한 태도를 끊는 신호였습니다. 교체는 빠르고 정확했습니다. 인쿠시, 윤영인, 이진을 내리고 한송희, 타미라, 이나연을 투입. 흐름을 끊고 다시 잇는 기본 중의 기본을 예능의 속도감에 실었습니다. 2세트 들어 문명화의 서브 에이스, 상대 리시브를 흔드는 길고 깊은 서브가 연속으로 꽂히면서 분위기가 뒤집혔습니다. 그때 벤치 뒤에서 매니저 승관이 “나이스!”를 외치며 팀 공기를 끌어올리는 장면이 컷인으로 박혔습니다. 스포츠 예능의 문법이 정확히 맞아떨어진 순간이었습니다. 재미와 긴장, 모두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날 방송이 던진 가장 큰 메시지는 ‘선수의 실력을 포장하지 않는다’였습니다. 김연경은 결과보다 내용을 보았습니다. 페인트 주문이 통하면 칭찬이었지만, 교체 카드 미스에는 스스로를 겨눴습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긴장했다”는 흔한 핑계를 차단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자세가 좋지 않았다”라는 지적을 정면으로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편집은 화려한 자막 대신 코트 전체 샷과 교체 보드, 타임아웃 원형 대형을 집요하게 보여줬습니다. 시청자는 자연스럽게 ‘전술이 어떻게 흐름을 바꾸는지’를 눈으로 배우게 됩니다. 예능적 재미는 승관의 리액션, 김연경과 제작진의 짧은 농담, 벤치의 미세한 표정 변화에서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상대가 프로팀인 IBK라는 사실은 이 프로그램의 또 다른 축을 탄탄하게 했습니다. 김호철 감독은 “가만히 있으면 당할 수도 있다”고 선수들을 다그쳤고, 알토스는 황민경·김하경·김채원 등 베스트 라인업으로 무게를 실었습니다. 결과는 세트 스코어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프레임은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언더독과 프로의 충돌, 신인 감독과 베테랑 감독의 심리전, 그리고 한 포인트마다 오르내리는 ‘기세’의 진폭. 제작진은 이 모든 요소를 경기 템포에 맞춰 요란하지 않게 얹었습니다. 그 결과 2회 시청률은 2049 타깃 1.8%, 수도권 4.4%, 분당 최고 6.0%까지 치솟았습니다. 스포츠 예능의 핵심은 ‘경기를 제대로 보여주면서도,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 것’인데, 이번 회차는 그 공식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행했습니다.
명장면을 꼽자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근영여고전 3세트 인쿠시의 페인트 득점. 김연경의 지시가 코트에서 완벽히 구현되며 흐름을 되찾는 장면이었습니다. 둘째, IBK전 0-8에서 시작된 강제 리셋. 교체 카드와 서브 전술로 한 점씩 끌어올리는 과정이 ‘감독의 경기’가 무엇인지를 친절히 설명했습니다. 셋째, 승리 인터뷰에서의 혹평. “오늘 경기력으로는 100% 진다.” 팬에게는 매섭고, 선수에게는 분명한 문장입니다. ‘달콤한 예능’이 되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과제도 남았습니다. 가장 큰 숙제는 연속 범실의 차단입니다. 서브 실수와 리시브 흔들림, 네트 터치가 겹치면 세트 전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프로그램은 이 약점을 숨기지 않았고, 김연경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다음은 교체 타이밍의 정교함입니다. 신인 감독에게 가장 어려운 영역이지만, 1·2회만 놓고 보면 판단의 속도와 명분은 확보되어 있습니다. 타이밍의 ‘체감 정확도’만 더해지면 경기는 더 짧아지고, 팀은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예능적인 감각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배구에 쇼를 덧씌우지 않습니다. 대신 인간관계의 온기를 얹습니다. 감독과 선수 사이의 눈빛, 벤치의 숨, 매니저의 목소리, 그리고 때때로 터지는 농담 한 줄. 그 가벼움이 경기의 무게를 방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게를 더 웅장하게 보이게 합니다. 스포츠 예능이 종종 범하는 ‘과한 연출’의 덫을 지금까지는 잘 피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도 분명합니다. 첫째, 표승주의 컨디션 회복과 공격 루트 확장입니다. 둘째, 세터 조합의 안정화입니다. 이나연과 이진의 장단점이 확실한 만큼, 상대에 따른 플랜 A·B가 더 촘촘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서브 전술의 다양화입니다. 문명화의 직선 에이스가 통했다면, 다음은 코스 믹스와 템포 변화가 필요합니다. 넷째, 리베로 구혜인의 라인 컨트롤과 백코트 조직력 강화입니다. 이 네 가지가 맞물리면 원더독스는 ‘언더독’이라는 설정을 스스로 벗을 힘을 갖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이 던지는 가장 소중한 문장은 아마도 이것일 것입니다. “감독은 쉬운 일이 아니다.” 김연경은 경기 중 코트에 들어가고 싶은 본능을 여러 번 참았습니다. 대신 타임아웃에서 짧고 단단한 말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그 절제와 기준이 이 팀의 토대가 됩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편합니다. 화려한 말 대신 분명한 기준을 듣기 때문입니다. 이 기준은 승리보다 오래갑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야말로, 예능을 보러 왔다가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첫 승을 따냈지만, 박수만 받지는 않았던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생깁니다. 다음 주, 일본 고교 우승팀과의 한일전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살살해주세요’가 통하지 않을 무대에서, 김연경의 작전판은 어떤 선을 그릴까요.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웃음 뒤에 남는 것은 결국 경기 내용입니다. ‘신인감독 김연경’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그래서 믿음이 갑니다. 그리고 지금 이 팀이야말로, 승리를 배워 가는 과정을 우리에게 ‘보여줄’ 자격이 충분합니다.
Copyright © 구독과 좋아요는 콘텐츠 제작에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