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못 참는다" 임원실 부순 현대차 노조, 결국 대가 치른다

현대차 노조가 임원실을 때려 부쉈다고? 사진을 보면 단순한 파손 수준을 넘어선다. 심지어 그 이유가 무단 외출 문제였다고 한다.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최근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노조가 임원실을 파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간단히 요약하면 아산공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일반 조합원이 아니라 노조 간부들이 지원실장실을 점거하고 기물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계기는 무단 외출 문제였다고 한다. 다만 무단 외출 하나만으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사건 경위와 쟁점

이 사안을 취재해보면 단순한 가십으로 넘길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다. 왜 아산공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현대차 측은 어떤 대응 방침을 세웠는지, 그리고 이번 사건이 현대차 노조에 왜 치명적인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지 차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런 민감한 사안은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떻게 벌였는지를 담백하게 정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갈등의 시작은 2월 27일 출입 절차를 둘러싼 충돌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갈등이 3월 5일 임원실 점거 및 파손으로 이어졌다. 이후 3월 10일에는 사측이 공고문을 냈고, 3월 13일 회사가 고소장을 접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실제 보도 시점을 봐도 주요 언론사 다수가 3월 13일 관련 내용을 전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임원실 점거와 기물 파손까지 이어졌는지가 핵심이 된다. 보도 내용을 보면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부 노조원들이 지원실장실에 난입했다. 언론사에 따라 일부 노조원으로 표현한 곳도 있고, 노조 간부라고 적은 곳도 있다. 더 구체적으로는 노조 간부 7명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들은 지원실장실을 점거한 뒤 고성과 폭언을 쏟아내고, 컴퓨터와 화분, 사무집기 등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서 앞서 공개된 사진과 같은 장면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사건의 출발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무단 외출 관련 내용이다. 노조 간부들이 회사의 출입 보안 절차 시행에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사태가 여기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가 도입하려 한 절차가 어느 정도였기에 노조가 이 정도로 반발했는지가 궁금해진다.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근무 시간 중 외출할 경우 소속과 성명을 적고 나가라는 취지였다. 얼핏 들으면 더 강한 통제가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문구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이례적인 수준은 아니다. 애초에 근무 시간 중 무단 외출은 상식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 몸이 아프거나 업무상 বাইরে 나가야 하는 경우라면 통상 허가를 받고 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소속과 이름을 적고 출입하는 절차 자체가 큰 문제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노조 간부들은 이 절차를 두고 표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항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에도 카드 체킹 시스템으로 출입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많은 사업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를 표적 탄압이라고 규정하면서 임원실을 부술 정도의 사안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 남는다. 왜 울산공장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는데 아산공장에서는 이런 충돌이 벌어졌는지를 보면, 노조 집행부가 새로 취임한 점이 거론된다.

노조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새 집행부는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집행부가 해당 절차를 현장 통제이자 표적 탄압으로 규정하면서 폐지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어쨌든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고, 그 결과 회사는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현대차 측 입장과 보안 논리

현대차는 지난 10일 공장장 명의 공고문을 게시했다. 회사는 이 사건을 폭력 행위로 규정하고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사측 설명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는 기본적인 출입 절차이며, 이를 토대로 근무 시간 중 출입 관리를 강화한 것이라는 취지다.

그렇다면 왜 최근 들어 이 절차를 다시 시행하려 했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사측 설명에 따르면 아산공장에서는 근무 종료 전 임의로 조기 퇴근하거나 공장을 벗어나는 인원이 있었고, 이에 따라 출입 관리 강화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산공장은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된 곳이어서 보안상 출입자 신원 확인은 필수라는 논리다.

더욱이 사측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도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아산공장위원회와 논의가 있었고, 그 결과 근무 시간 중 외출 시 정문에서 소속과 성명을 기재하도록 하는 방식이 정착됐다고 한다. 이번에 갑자기 처음 생긴 절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또 아산공장에서 사원증을 찍고 출입하는 전산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시점은 2002년이라고 한다. 당시에도 노조가 감시라며 반발했고, 결국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울산공장을 비롯한 다른 사업장들은 이미 이런 방식으로 출입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출입 통제가 현대차만의 특수한 제도인 것도 아니다. 요즘은 소규모 회사들조차 출입증을 태그하는 곳이 적지 않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건설 현장 및 유지보수 업무를 경험한 관계자들에게 확인해보면, 이들 사업장 역시 기본적으로 출입 통제가 엄격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건설 현장처럼 아직 건물이 다 지어지지 않은 허허벌판 같은 공간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무조건 출입이 제한되고, 출입증 태그는 필수라는 설명이다. 연구시설의 경우 아예 휴대전화를 반납하는 수준의 통제도 있다고 전해진다. 삼성과 SK는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고, 기술 유출 문제로 여러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어 보안이 특히 엄격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 공장이라고 해서 보안이 덜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자동차 공장은 이미 판매 중인 차량만 다루는 공간이 아니라 출시 전 테스트카와 각종 개발 관련 정보가 오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산공장은 국가중요시설로도 지정된 곳이라고 한다. 그런 곳에서 아직까지 출입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오히려 더 낯설게 느껴진다. 더구나 이를 표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임원실을 부쉈다는 것은 일반적인 대응이라고 보기 어렵다.

혹시 다른 배경이 있는지 추가로 살펴봤지만, 현재까지 노조 측 공식 입장은 확인되지 않는다. 회사는 정상적인 대화 창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업무를 방해하고 기물까지 파손한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며, 사규와 법적 절차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 스스로 키운 역풍

이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렸을 반응은 아마 이것일 것이다. 이러니 로봇을 도입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실제로 최근 로봇 도입과 자동화 확대가 산업 전반의 흐름이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은 그 여론에 더 무게를 싣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

아틀라스의 경우 유지비가 연간 1400만 원 수준이고 24시간 운영도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사람과 로봇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지만, 적어도 로봇이 근무 시간에 무단 외출을 하거나 임원실을 부수는 일은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노조 스스로 로봇 도입 명분을 더 키워준 셈이 됐다.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현대차 노조가 얼마 전 공장 내 로봇 도입을 반대했다는 점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당시 관련 내용을 다룰 때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이후 다시 확인해보면 노조는 단순한 반대를 넘어 보다 강한 표현까지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회사 측이 일방통행하면 판을 엎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또 노조 소식지에는 사측이 우선 로봇 투입이 가능한 해외 공장으로 물량을 빼내고, 남은 국내 물량으로 퍼즐을 맞춘 뒤, 마지막에는 공장 유휴화를 거쳐 로봇 투입이 가능하거나 자동화가 극대화된 신공장을 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담겼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되묻게 된다. 로봇을 도입하면 왜 안 되는가. 로봇이 아닌 사람이 만든 차가 본질적으로 더 낫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 사실 노조 입장대로라면 로봇 도입 자체를 무조건 막는 데서 끝날 일이 아니라, 로봇 도입 이후의 판도 속에서 노동자의 위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를 고민했어야 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뒤집힌 것은 판이 아니라 임원실이었다.

이 지점에서 더 큰 질문이 시작된다. 이미 여러 차례 말했듯 로봇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가깝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서비스업, 외식업 등 일상 곳곳에 자동화가 들어오고 있다. 방향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 결국 인류가 여러 산업 전환기를 거치며 배운 교훈은 하나다. 바뀌기로 결정된 것은 결국 바뀐다는 점, 그리고 그 변화에 더 빠르게 적응하는 쪽이 살아남는다는 점이다.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기계화로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쉈지만, 결국 자동화와 기계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었다. 기계화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며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고, 그 변화에 빨리 적응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새로운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늘날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새만금 투자 사례만 봐도 그렇다. 로봇 공장과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로봇이 짓는 것은 아니다. 공장을 짓는 것도 사람이고, 대규모 산업 단지가 조성되면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7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긴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산업이 커지고 돌아가야 일자리 역시 생긴다. 그런 점에서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이 새로운 일자리에 이토록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묻게 된다. 흔히 밥그릇 싸움이라고 하지만, 정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산업 안에서도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이미 정해진 방향 앞에서 로봇은 단 한 대도 안 된다고 외친다고 해서 일자리가 자동으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앞선 영상에서도 전태일 열사를 언급했던 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전태일 열사를 언급하고, 전태일재단에 기부하고, 그 정신을 거론하는 것 자체는 자유일 수 있다. 다만 그것을 현재의 투쟁 명분으로 그대로 연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일부 노조 측 반응으로 보이는 주장 가운데는 이런 것도 있다. 노조가 생산직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연구직도, 사무직도 있으며, 현대차 노조는 이런 구성원들까지 함께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주장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원 수를 보면 4만2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가운데 생산직 조합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만 명 수준으로, 비율로 따지면 대략 70% 안팎에 이른다. 생산직과 사무직을 갈라치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힘의 구조를 볼 때 한 번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지점이다. 왜냐하면 임단협이든 파업이든, 혹은 이번 사안처럼 임원실 점거와 파손 같은 문제든, 결국 외부에서 비판받는 주체는 하나로 묶인 현대차 노조이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비판받는 것이지, 생산직 노조와 사무직 노조가 따로 분리돼 평가받는 구조는 아니다. 그런데 실제 힘의 중심은 생산직에 있다. 파업과 특근 거부, 라인 운영 주도권, 협상력의 핵심이 대부분 생산 현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대중이 현대차 노조를 생산직 중심으로 인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합원 수 자체도 생산직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앞서 확인했다.

그 힘이 어느 정도냐 하면, 노조 2만6000여 명이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주휴수당과 유급휴일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인데, 이 사안의 세부 내용은 별도로 다룰 문제다. 중요한 것은 사측과 투쟁하는 수준을 넘어, 대규모 소송전까지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의 힘이 크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강한 노조가 전태일 정신을 계승한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되묻게 된다. 전태일 열사의 투쟁 방식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그가 놓여 있던 환경과 현재 현대차 노조가 처한 환경이 같지 않다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전태일 열사는 1960년대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했고, 1970년 무렵에는 재단사로 일했던 인물이다. 그런 노동 현실과, 오늘날 고연봉으로 알려진 현대차 노조의 투쟁을 같은 선상에서 연결할 수 있는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래서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현대차 노조가 과연 귀족 노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번 아산공장 임원실 점거 및 파손 사태는, 단지 한 번의 과격한 충돌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현대차 노조의 현재 위치와 대중 인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승현 | sh.kim@spoiler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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