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던 '배우'가 눈물 펑펑 쏟은 까닭은?
#김서형 눈물 #류준열 죄책감 #김종수 첫 수상
"영화 문을 참 많이 두드렸다."
김서형이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연기를 시작한지 30년이 됐고 안방극장의 시청률 보증 수표로 입지를 다졌지만, 그토록 하고 싶은 영화와는 인연이 적었다. 그런 그가 마침내 영화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서형은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3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시상식에서 영화 '비닐하우스'로 여우주연상을 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김서형은 "'비닐하우스'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작품"이라며 "배우들은 늘 좋은 시나리오에 목말라 있는네, 저는 좋은 시나리오를 만날 수 있었다"고 작품에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그가 주연한 '비밀하우스'는 자신이 돌보던 노부인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비극적 상황을 맞게 되는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김서형이 노부인의 사망 사실을 숨기려다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지는 여성을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김서형은 "내가 연기를 할 수 있게 지붕이 돼준 지난 시간들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영화로서 문이 열린 스타트가 바로 오늘이다. 제게 단비를 내려주시고 적셔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얘기로 박수를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올빼미'의 류준열이 수상했다. 류준열은 이 영화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맹인 침술사로 극을 이끌었다. 류준열은 "데뷔하고 나서 직업란에 영화배우, 영화인이라고 적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선뜻 쓰기 어려웠다"며 "그 감정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쑥스러움일 수 있고 부끄러움일 수 있고, '영화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영화인이라고 해도 되나'라는 죄책감 비슷한 것도 있었던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영화를 함께 즐겨주고 평론해주는 분들이 선택한 상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덕분에 앞으로는 영화인이라고 나를 소개하는데 있어서 앞서 말한 감정들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 류준열의 학창시절 은사와 부친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밀수' '비공식작전' 그리고 곧 개봉하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까지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종수가 '밀수'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김종수는 "40대 초반 늦은 나이에 영화를 시작했는데 상을 처음 받아본다"며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설레고 즐거운 도전이었다"고 '밀수' 현장을 돌이켰다. 그러면서 지난 5월 별세한 부친을 언급한 그는 "처음에 연기한다고 했을 때 심하게 반대했는데 오늘은 조금 흐뭇해하지 않을까 싶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당연히 해야 할 노력과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소감으로 뭉클함을 선사했다.
최우수작품상은 현장실습을 나간 청소년에게 닥친 비극을 그린 '다음 소희'에게 돌아갔다. '다음 소희'는 최우수작품상과 신인여우상(김시은)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드림팰리스'의 가성문 감독이 신인감독상은 '올빼미'의 안태진 감독이 수상했다. 여우조연상은 '드림팰리스'의 이윤지가, 신인남우상은 '크리스마스 캐럴'의 진영이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