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료 나가면 쏴올릴 거예요^^"... 도이치 주가조작 정황 살펴보니
'3억 매수' 방조범들 시세조종 정황 적시
'2차 주포'가 시세조종 내부정보 전달해
검찰 약식기소에 재판부, 정식재판 회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는 방조범들이 시세조종 관련 내부 정보 등을 이른바 주가조작 '2차 시기' 주포(총괄기획자)와 직접 주고받으며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렇게 직접 증거가 확보된 방조범들과 달리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범행 가담을 입증할 증거나 진술 등을 확보하지 못해 다음 주 중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9일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 받은 이모씨 등 4명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7월 25일 이들 공소장에 2차 시기 주포 김모씨가 투입된 후 이씨 등이 김씨로부터 도이치 내부 정보 등을 전달받아 이를 시세조종에 이용한 범행 일시·장소·방법·언행 등 구체적인 정황을 담았다.
검찰은 2021년 12월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을 기소하면서 이씨 등 5명을 약식기소했다. 2명에겐 시세조종 공모 혐의, 나머지 3명에겐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비교적 범행 가담 정도가 작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지만, 법원은 2022년 3월 직권으로 이들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이 중 시세조종 공모 혐의를 받던 1명이 사망해 현재 4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변경된 공소장에는 1차 주가조작 이후 투입된 2차 주가조작 주포 김씨가 2010년 8월~2012년 7월 발신한 문자메시지 내역과 함께 개인 전업 투자자인 A씨와 증권사 직원 B씨가 2012년 4월 받은 메시지 내용도 적시됐다. 김씨는 A씨에게 "◇◇사와 워런트(보증) 계약은 했으나 금요일과 오늘 아침에 블록딜(장외거래)은 안 돌렸습니다. 지금 주가에는 돌릴 수가 없어서, 조금 반등시킨 후 돌릴 예정"이라고 했다. 시세조종 정황을 알리며 "시장에서 조금 매수를 할 예정인데 지켜봐 주세요"라며 계획도 공유했다. A씨는 자신과 배우자 명의 계좌로 도이치 주식 약 7만 주(3억2,700만 원대)를 사들였다.
B씨도 2012년 4월 23일 "도이치에서 들어온다고... 오늘 매도 대금으로 내일 보도자료 나가면서 쏴올릴꺼에요(쏘아 올릴 거예요)^^ 종가에 +만 만들어놓고"라는 김씨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앞서 두 사람은 "5분쯤 있다가 4,960(주당 가격)에 9,999주"라거나 "지금부터 4분 뒤 사겠습니다"라는 등 서로 긴밀히 문자메시지로 소통하며 주가 조작 정황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권 전 회장 등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관리한 그의 고객 계좌에 대해 "해당 계좌는 김씨(2차 시기 주포)가 다른 수급자인 B씨와 의사연락을 확보한 계좌로서 이 사건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B씨는 주식 약 7만 주를 매수하는데 3억8,000만 원가량을 썼다.
조만간 1심 선고 전망… 김 여사 처분도 임박
검찰은 4명 중 이씨에 대해 권 전 회장에게서 손실 보상을 약정받고 주식 계좌 모집 등을 공모한 '수급세력'으로 분류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외 A씨 등 3명에겐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도 주포와 협의하에 종가 관리와 자전거래를 하며 주식 매집을 방조한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지난해 3월 열린 이씨 등에 대한 2차 공판기일에서 각각 벌금 800만~1,000만 원을 구형했다. 2022년 4월 첫 공판 뒤 2차 기일이 권 전 회장 등 재판 1심 선고(지난해 2월) 후에 진행된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12일 항소심 선고 판결을 참고해 머지않아 이들 가담자들의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이렇게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이 담긴 직접 증거를 확보한 이씨 등과 달리 김 여사는 불기소 처분을 내릴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다'는 증거나 진술을 확보하지 못해 혐의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은 18일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무혐의로 김 여사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4년 넘게 끌다가 면죄부를 줬다'는 야당의 압박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박지원 의원은 "누구는 주가 조작에 3억 원을 써서 기소당하는데, 김 여사는 무려 40억 원어치를 매수했다"며 "검찰 결론을 전 국민이 다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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