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SK플라즈마의 예상 몸값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1조~2조원 규모의 밸류에이션을 제시하고 있지만 순자산가치(NAV)·주가수익비율(PER) 등 재무지표로 산출한 기업가치는 최대 3000억원 대에 머문다. 과거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IPO에서 보여준 ‘흥행 기대감’과는 온도 차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 단위 몸값 근거된 실적 개선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플라즈마는 최근 IPO 주관사 선정 작업을 본격화했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 중이라고 전해졌다.
SK플라즈마의 등판 소식에 증권가에선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번 IPO가 기업가치 1조~2조원, 공모액 3000억~5000억원 수준에서 조율될 것으로 보고 있다.
SK플라즈마는 2015년 SK케미칼에서 물적분할돼 설립된 혈액제제 전문 기업이다. 2017년 SK디스커버리의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자회사로 편입됐다. SK디스커버리는 현재 SK플라즈마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한앤컴퍼니 계열 투자목적회사인 한앤코20호 유한회사(27.4%)다.
조 단위 가치 평가엔 최근 2~3년 실적 개선세가 뒷받침됐다. SK플라즈마는 2019년부터 4년간 적자를 기록하다 2023년 연매출(별도기준) 1733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4년엔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27.8%, 276.1% 오른 2215억원, 267억원이었다. 올 1분기에도 매출 425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거두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NAV·PER 적용 시 2000억~3000억 대 수준
일각에선 SK플라즈마의 2조원대 기업가치에 물음표를 던지는 분위기다.
실제 매출규모나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 추산 시 시장에서 거론된 ‘최대 2조 몸값’은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다.
우선 NAV 기준으로 보면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SK플라즈마의 몸값은 3000억원 대에 그친다. 2024년 말 기준 회사의 자산총계와 부채총계가 각각 5905억원, 2426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밸류에이션은 3478억원 수준이다.
PER을 기준으로 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SK플라즈마의 2024년 연간 순이익은 104억원이다. 여기에 국내 정통 혈액제제 기업으로 꼽히는 GC녹십자를 포함, 주요 중견 제약사 평균 PER인 24.7배를 적용할 경우 SK플라즈마의 기업가치는 2570억원으로 추산된다.
SK는 흥행 보증 수표?…바팜·바사와는 다른 현실
이번 IPO가 과거 SK그룹 바이오 계열사의 흥행 사례와는 다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SK는 2020년과 2021년 바이오 부문 계열사인 SK바이오팜, SK바이오사이언스를 유가증권 시장에 안착시킨 바 있다. 두 회사 모두 성장 잠재성을 인정 받으면서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공모가를 초과 달성했다.
SK바이오팜은 자체 개발 뇌전증 치료 신약 ‘엑스코프리’ 상업화 성공이라는 뚜렷한 신약 모멘텀을 안고 2020년 7월 상장했다.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약 20년간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진행까지 자체 진행해 개발한 3세대 뇌전증 치료제다. 경쟁 약물 대비 우수한 효과와 안정성으로 글로벌 매출 상승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증권가에선 SK바이오팜이 IPO 발표를 하자마자 기업가치를 5조~6조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하면서 최종 몸값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조8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주당 공모가도 보수적 수준(4만9000원)에서 결정했다. 그 결과 SK바이오팜 주가는 상장 직후 4거래일만에 5배 성장하는 등 성공적으로 주식 시장에 데뷔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수탁생산(CMO)과 자체 백신 개발이라는 성장 스토리를 내세웠다. 당시 임상3상을 진행 중인 백신은 폐렴부터 장티푸스, 소아장염, 자궁경부암 등 10여 종에 달했다. 국내 최초 3가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를 선보이며 기존 국내 백신 강호였던 GC녹십자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탄탄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가치는 상장 전부터 최소 3조원 대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높은 밸류에도 수요예측에선 경쟁률 1000대 1을 넘기는 등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상장 시기가 코로나19 팬데믹이 성행했던 때란 점도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SK플라즈마는 SK바이오팜이나 SK바이오사이언스에 비해 뚜렷한 신성장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혈액제제 시장은 낮은 약가와 혈액 수급 문제로 외형 성장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회사는 희귀 난치성 치료제로 분야를 확장하거나 인도네시아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을 갖춰나가고 있지만 매출화까진 시간이 더 필요해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SK플라즈마 측은 투자자 우려를 잠재울 수 있도록 착실히 준비하겠단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아직 밸류에이션이나 주관사가 확정 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IPO 계획은 밝히기 어려운 상태”이라며 “주관사 선정 이후 방향성 등을 성실하게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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