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군함 고치는 한화, 글로벌 MRO 시장 진출 가능할까

김서연 기자 2024. 9. 16.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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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MRO시장 경쟁 치열… 정부 지원 없이 K-MRO 성공 어려워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이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하는 모습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발발하며 노후화된 군사자산과 유지·보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최근 한화오션이 미 함정 MRO(유지·수리·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방위 MRO 시장 본격 진출을 알린데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MRO 사업 진출에도 기대감이 모인다.

그랜드뷰 리서치 리포트는 글로벌 지상 무기체계 MRO 시장은 올해 448억5000만달러(약 59조7222억원)로 추정했다. 2034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76%로 2034년에는 714억3000만달러(약 95조13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해상의 경우 1365억3000만달러(약 181조8443억원)로 2029년까지 연평균 3.92% 성장해 1654억7000만달러(약 220조389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한화그룹은 방산 분야의 MRO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은 최근 MSRA(함정 정비 협약)을 획득하고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 호의 MRO 사업을 수주하며 글로벌 MRO 사업의 포문을 열었다. 한화는 글로벌 수출 확대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방 전력 보안에 매우 민감한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고객"이라며 "전투함이 아닌 군수지원함이지만 수리 과정에서 내부 기술 유출 등의 위험이 있는데도 사업을 맡긴 것은 그만큼 한화의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미 함정 MRO사업 수주에 이어 국내외 11개 국가에서 3000여대의 K9을 운영 중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MRO 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시기가 왔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진은 폴란드 맞춤형 '천무' 호마르 K가 행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내·외 3000여대의 K9 자주포를 공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MRO 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다. 마켓리서치퓨처는 글로벌 자주포 시장 규모가 2022년 81억7000만달러(한화 약 11조1300억원)에서 2032년 125억달러(약 17조원)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자주포 MRO 시장은 56조~85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K9 자주포의 수출 시장점유율은 52%다. 최근 루마니아를 포함해 핀란드, 노르웨이, 호주, 인도, 튀르키예, 이집트 등 10개국에 자주포를 수출하고 있다. '중고 K9'을 구입한 유럽 국가들의 정비 주기에 맞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MRO와 성능개선 부문의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방산 MRO에 있어 장밋빛 환상에 빠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 수출량은 많지만 계약에 현지 생산이 포함됐거나 자체 MRO 역량을 가진 국가들도 있어서다. 폴란드 수출 건의 경우 2600억원 규모이고 현지 생산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폴란드 맞춤형 '천무'인 '호마르K'의 경우 발사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담당하지만 차량은 폴란드 현지 업체가 담당한다.

게다가 MRO 사업은 개발 비용과 난이도 대비 수익성이 좋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튀르키예의 경우 1984년 군사위협시 국가 총력자원 대응한다는 토털 디펜스에 착수해 항공·함정 분야에서 MRO 역량을 키워왔다. 현재 미국, 동남아, 네덜란드 해군 함정 정비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가 글로벌 MRO 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선 대기업의 노력 뿐만 아니라 국내 수리 부속 협력 업체를 지속해서 육성해 부품 내재화 비율을 끌어올리는 것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한다. 업계는 현재 한화의 국내 협력사가 2000여개로 연간 부품 구매비용은 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소통 측면에서 MRO 사업의 안정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하는 소수 국가 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성해 소통을 활성화하고 고객-부품사-정비사를 신속하게 연결하는 온라인 수리부속 공급 시스템 구축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절충교역 형식으로 국가 간 방위산업 협력이 활성화 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관련 국가들과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방산의 장점이 속도인만큼 빠른 소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성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는 "MRO 사업을 통한 장비 가동률 유지는 군의 전투준비 태세와 직결되고 이는 수출 경쟁력 확대로 이어진다"며 "K-방산 유지보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서연 기자 ks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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