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매물' 전락 동양생명…업계 "기대치 하회한 1조5000억여원"

조회 4442024. 8. 29.
서울 종로구 동양생명 사옥 /사진 제공=동양생명

우리금융그룹이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합병(M&A)에 성공했지만 동양생명의 가치 하락으로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이 나온다. 동양생명 주가가 20%가량 급락하며 '실망매물'이라는 혹평이 쏟아지면서다.

29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이번 인수가격은 1조5000억여원으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2조원대보다 4000억~5000억원 낮았다. <블로터>가 지난달 전문가 의뢰를 바탕으로 취합한 패키지 인수 매각가는 최고 2조6000억원, 최소 1조6000억원으로 추산됐지만 이번 인수가는 예상치에 한참 모자라다. ([임종룡호 M&A 대전]① '12% CET1' 사수 특명…인수가 마지노선 2조3000억 / 블로터 기사 참조)

이런 가운데 동양생명 주가가 급락했다. 업계는 인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해 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에 주목한다.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월 초에 비해 여전히 20% 이상 높은 상황이다. 또 인수가격이 2조원 이상으로 예상됐지만 이에 못 미치자 투자자의 실망이 확산됐다는 분석이 따른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보다 인수가격이 낮았고 현 시점에서 주가를 부양할 만한 새로운 소재가 소멸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우리금융이 시장의 예상가격 대비 낮은 가격에 협상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중국 다자보험그룹의 실태를 꼽는다.

다자보험의 최대주주인 중국보험보장기금(CISF)은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한 뒤 내년에 다자보험을 정리할 계획이다. 다자보험은 부실 문제가 불거진 안방보험을 정상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설립한 회사로, 중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남은 시간은 3개월 정도"라며 "아무래도 시간이 촉박한 다자보험 측이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요소를 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수익성이 좋은 편인 동양·ABL생명 가격이 예상했던 최소 매각가보다 적게 책정된 것은 예상 밖"이라며 "이런 결정이 주가 급락의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자료=네이버페이 증권 / 그래픽=박진화 기자

동양생명 주가는 올 6월 초만 해도 4500~5000원을 형성했다. 주가가 출렁인 시기는 하나금융의 인수설이 나돌았던 때로, 당시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이후 우리금융에서 ABL생명과 패키지로 인수한다는 소식에 7000원선을 넘어서더니 연중 최고가인 944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지난달 우리금융이 이사회를 열고 공식적으로 인수매각가를 발표한 후 20% 가까이 급락하며 7000원이 무너졌다. 29일 종가 기준으로 동양생명 주가는 전날 대비 4.30% 떨어진 6680원을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이날도 실망매물이 출하된 셈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주가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동양생명의 상반기 기준 자산 규모는 33조3058억원으로 생명보험 업계 6위, ABL생명은 17조7591억원으로 10위다. 양사를 단순 합산하면 약 51조원으로 5위인 NH농협생명의 54조원에 근접하게 된다. 같은 기간 보험계약마진(CSM) 잔액도 동양생명이 2조7540억원, ABL생명이 9184억원으로 양사의 단순 합인 3조6000억원은 농협생명에 이은 6위다. 신계약 CSM 역시 양사 합산하면 약 5000억원에 이른다.

한편 우리금융은 전날 이사회에서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의결하고 다자보험그룹과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구체적으로는 동양생명 지분 75.34%(다자보험 42.01%, 안방그룹홀딩스 33.33%)를 1조2840억원에, ABL생명 지분 100%를 2653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총인수가격은 1조5493억원이다.

박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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