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15배 크기인 나라''가 굶어죽을 위기인데 한국이 나서 기술 지원을 해준 이유

사막과 한랭, 재배의 금지선을 넘다

몽골은 한반도의 15배에 달하는 국토를 가졌지만 절반 가까이가 사막·반사막 지대이고, 연평균 저온·단기 생육기로 벼 재배가 ‘불가능’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왔다. 겨울은 길고 혹한이 깊으며, 여름마저 일교차와 평균기온이 낮아 출수·등숙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알칼리성 토양과 관개 인프라의 부족은 생육·수량성의 기초를 위협했고, 중국·러시아·일본 등 선진 농업국의 시도도 소규모 시험을 넘어 대면적으로 확장되지 못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식습관 변화로 쌀 소비가 늘었지만, 자급 기반이 부재해 수입 의존이 구조화되었다.

사막 벼의 첫 수확, 기술의 언어로 증명

한국의 해외농업기술개발 협력망을 통해 몽골 현지에 시험포가 조성되고, ‘몽골 적응 벼 재배기술’ 개발이 2년여에 걸쳐 진행되었다. 알칼리성 토양을 약산성·중성 구간으로 조정하는 비료 설계, 늦은 이식과 연장 육묘로 냉해 위험을 피하는 생육 캘린더, 단기간 출수·조생종 품종 선발이 결합되었다. 그 결과 한국에서 육성된 벼가 몽골 시험포에서 출수·등숙을 거쳐 수확에 이르렀고, 40년간의 실패 서사가 실증 데이터로 뒤집혔다. 이 성공은 벼가 ‘열대·온대 작물’이라는 통념을 환경 적응 기술로 재정의한 사건이었다.

‘진부올벼’와 통종 기술의 현대화

핵심은 품종과 재배법의 궁합이었다. 냉량 환경에 적응성이 있는 조생종 계열을 중심으로, 묘령을 길게 가져가고 이식 시점을 고위도 일사·기온 패턴에 맞춰 지연함으로써 출수기를 안전지대로 이동시켰다. 알칼리성 토양에는 산성형 질소·인·칼륨 비료를 단계 투입해 pH를 개선했고, 단기간에 생육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판·하우스 기반의 육묘 체계를 적용했다. 이 조합은 한랭 단기 생육지대에서 벼의 생장 단계를 압축·배치하는 일종의 통합 ‘통종’ 기술로, 시험포에서 10a당 수백 킬로그램 수준의 수량을 확인하며 실용성의 문턱을 넘었다.

사막 검증의 외연, UAE에서 몽골로

사막 벼는 몽골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 연구진은 이전에 아랍에미리트의 사막 시험포에서 벼 재배와 수확을 실증하며, 강한 일사·담수 비용이 높은 환경에서의 관수·관개·점적기술을 검증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막·건조지대 벼 재배의 물·영양·열 관리 알고리즘을 축적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노하우가 고위도 한랭·알칼리 토양이라는 전혀 다른 극단 환경의 몽골에 이전되었다. 동일한 벼라도 기후·토양·수자원 조건에 따라 재배 패키지를 바꿔야 한다는 ‘현장형 표준’이 다져졌다.

식량안보와 산업의 사슬을 잇다

몽골 정부는 쌀을 포함한 19개 핵심 품목의 자급을 국가 과제로 올렸고, 벼 재배 성공은 정책 동력과 산업 수요를 동시에 자극했다. 관개 저수지·수로, 정미·저장·유통 설비, 종자·비료·농약·농기계 등 연쇄 산업의 수요가 생기며, 한국의 농업 기자재·기술 수출 가능성이 넓어진다. 시험포 단계에서 다수의 투입재를 한국에서 조달해야 했던 현실은 곧 신규 시장의 초기 조건을 의미하며, 기술 매뉴얼·교육·A/S까지 묶인 패키지 수출의 여지가 커진다. 기술 협력이 개발협력(ODA)과 상업협력(ECA)의 교차로로 진입하는 지점이다.

기술로 굶주림의 지도를 바꾸자

한랭 사막의 금지선은 데이터와 현장 기술로 넘어설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품종·재배·토양·수자원의 통합 해법을 표준화·현지화해 몽골의 자급 역량을 키우고, 관개·정미·물류 인프라와 교육·유지보수 생태계를 함께 세우자. 극한 환경을 겨냥한 한국의 농업 기술을 더 넓은 건조·한랭 지대로 확장하며, 식량안보와 산업기회를 함께 여는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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