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계기 갈등 5년만에... 韓日국방 “재발방지책 마련, 대북협력”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23. 6. 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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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6개월만에 국방장관 회담
이종섭 국방부장관(왼쪽)이 4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 계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대신과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국방부

한일 양국이 2018년 이후 국방 교류협력의 최대 걸림돌이 돼왔던 ‘초계기 갈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상대방 과실이라는 양측 주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일 정상이 주도하는 관계 정상화 흐름에 맞춰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국방 분야에서도 미래지향적 협력에 집중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본 것이다. 이와 함께 한·미·일 3국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3국 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연내에 가동하기로 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4일 싱가포르에서 진행 중인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일본 방위상과 회담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초계기 갈등’에 대해 “(양측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실무협의부터 시작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일 국방장관 회담은 2019년 11월 정경두 장관과 고노 다로 방위상 간 만남 이후 약 3년 6개월 만으로, 5년 가까이 계속돼온 초계기 갈등이 봉합 국면에 들어서게 됐다.

한일 초계기 갈등은 2018년 12월 우리 해군 구축함이 일본 초계기를 향해 무기 사용에 준하는 행위로 간주되는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照射)를 했다고 일본 측이 주장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일본 측은 그 증거라며 초계기 내부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한국 측은 사격통제 레이더 조사는 없었고 오히려 일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그 뒤 양측 입장은 지금까지 평행선을 달려왔다. 문재인 정부는 이후 ‘낮은 고도로 근접 비행하는 일본 초계기에 추적 레이더를 쏘라’는 대응 지침을 만들었다. 양국 모두 갈등 해결보다 국내 정치에 이 사건을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방 당국 간 본격 교류도 중단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방차관 회담이 6년 만에 열리는 등 당국 간 교류가 재개돼 문제 해결의 물꼬가 트였고, 정상 간 ‘셔틀 외교’까지 복원되며 탄력이 붙게 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일 정상이 한일 관계 정상화가 궤도에 오른 것을 확인하고, 양국 관계를 더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한 만큼 한일 국방 당국도 안보협력 증진을 위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자리 모인 한미일 국방장관 - 이종섭(오른쪽부터)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앞서 한·일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3일 3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3국 장관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탐지·평가 역량을 증진하기 위해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올해 안에 가동하기로 하고 실무협의를 열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 장관은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경고 정보 실시간 공유를 위해 현재 한미 간, 그리고 미·일 간 운영 중인 정보 공유체계를 서로 연동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미, 미·일간에는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가 구축돼 있지만 한국군과 일본 자위대 간에는 이런 체계가 없어 2014년 체결된 한·미·일 정보공유협정(TISA)을 활용, 미국을 통해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3국 장관은 북한의 최근 우주발사체 발사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결의에 대한 심각한 위반 행위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3자 협력 증진과 함께 국제사회와 협력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3국 장관은 또 3국 대잠전(對潛戰) 훈련과 해상미사일 방어훈련 등을 정례화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이날 리상푸(李尙福)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 한중 국방장관 회담도 열고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한일 초계기 갈등

2018년 12월 20일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우리 해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이 함정 근처로 날아온 일본 해상자위대의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 통제 레이더를 쐈다고 일본 측이 주장했다. 사격 통제 레이더는 미사일·포탄 공격 타깃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조준하는 것은 공격의 전 단계로 간주된다. 우리 군은 “일본 초계기가 저공 위협 비행을 한 것이고 레이더 조사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일 과거사 갈등 국면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국방 당국 간 감정 싸움, 진실 게임으로 번졌고, 이 여파로 한일 국방 당국 간 교류가 4년 넘게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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