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슬라 “올해 5살 아이, 직업 고민 말라”…올트먼·게이츠 ‘부의 재분배’ 필수
노동가치 0원 시대… 부의 재분배 시급
올트먼·게이츠 “로봇세·기본소득 필수”

“지금 다섯 살짜리 아이는 15년 뒤 직업을 구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전설인 억만장자 벤처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71) 코슬라벤처스 창업자가 노동 종말 시대를 예고했다. 2030년대 후반에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대부분 일자리를 꿰차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한 일자리 감소를 넘어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극단적 물가 하락(디플레이션)과 ‘초풍요(Abundance)’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단언했다.
장밋빛 미래의 이면에는 그림자도 있다. 노동 가치가 ‘0원’으로 수렴하는 시대가 도래하며 부의 재분배가 화두로 던져졌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자리잡지 않을 경우 극단적 풍요와 빈곤이 공존하며 사회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슬라 창업자는 최근 포천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 인터뷰와 글로벌 테크 포럼에서 “2034년부터 길어도 4년 안에 지구상 모든 일자리의 80%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사, 회계사, 반도체 설계사 등 고도의 화이트칼라 직종은 물론 식당 주방이나 농업 현장의 블루칼라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인도 등 개발도상국들이 강점을 지닌 IT 서비스와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BPO) 산업은 당장 5년 안에 사실상 소멸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노동의 종말은 역설적으로 극단적인 풍요를 부를 것으로 봤다.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 비용이 0원에 가깝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슬라는 “2040년 이후에는 단 1만 달러만 있어도 오늘날 10만 달러어치의 가치를 거뜬히 누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자원은 넘쳐나고 의료와 교육 등 필수 인프라가 거의 무상으로 제공되는 시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값비싼 대학 학위나 전통적인 자격증은 가치가 사라질 것으로 봤다. 그는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이라며 “생계를 위한 고된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는 직업 대신 자신의 진짜 ‘열정’을 좇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문제는 2030년대에 몰아칠 과도기의 충격이다. 그는 “AI의 생산성 혁명은 초기엔 기업의 비용 절감을 돕지만 곧 거대한 파괴를 동반하며 대규모 해고 사태를 부를 수밖에 없다”며 “혁신에 뒤처진 포천 500대 기업들의 도태 속도는 지금보다 최소 3~4배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 대멸종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미국에서만 15조 달러(약 2경 원) 규모에 달하는 노동 시장이 증발하면서 현 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주의 방식의 분배 공식은 산산조각이 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사회 체제 구축을 위해 코슬라가 꺼내든 카드는 파격적인 부의 재분배다. 그는 최근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행사에서 “미국 정부가 모든 상장 기업의 지분 10%를 확보해 국민 펀드(National Pool)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가 창출한 기업의 막대한 초과 이익을 소수의 주주와 경영진이 독식하게 내버려 두는 대신 국가가 지분을 통해 거둔 수익을 대중에게 직접 분배해야만 사회적 폭동과 붕괴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부의 재분배는 이제 실리콘밸리 전체의 가장 뜨거운 화두로 번졌다.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역시 보편적 기본소득(UBI)의 강력한 지지자다. 올트먼은 “AI가 인간의 노동 가치를 무너뜨린다면 노동에 세금을 매기는 전통적 방식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며 자본세 도입을 촉구했다. 로봇과 AI를 보유한 기업의 주식과 자본에 과세해 그 부를 전 국민에게 나눠주자는 것이다. 그가 전 세계인의 홍채 데이터를 수집해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는 월드코인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것도 맥을 같이 한다. 향후 AI가 창출한 부를 80억 인구에게 오차 없이 배분하기 위한 거대한 인프라 구축 차원이다.

다른 테크 구루들의 해법도 결을 같이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일찍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에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며 이른바 로봇세 도입을 선도적으로 주장해 왔다. 기업이 자동화로 얻은 인건비 절감분에 세금을 부과해 실직자들의 재교육과 사회적 안전망 확충에 써야 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 역시 AI가 유례없는 극단적 불평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순한 현금 지급을 넘어, 일자리의 상실이 가져올 인간의 무용지물화(Uselessness)라는 심리적 위기까지 보듬을 수 있는 정교한 재분배 정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사태 본 국내 전문가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오래 못간다”
- 하메네이 급습 시점 알려준 앤스로픽…이란 자폭드론에도 AI 있었다
- 트럼프 “유가 보다 전쟁 중요” 조기종전 확률 78→28%
- “내가 산 카리나 포토카드가 짝퉁?”… 에스파·아이브 불법 굿즈 유통업체 덜미
- 이란 “美-이스라엘 미사일, 신생아 병동까지 타격”
- 중동 리스크 고조에 장중 유가 10% 급등…정부 “100조원+α 시장안정 즉각 투입”
- “다들 월 400만원 받는다더니, 내 통장은 왜 이래?”...연봉 협상 끝나자 절반이 “이직할래”
- “매일 5000보” 인증하니 금리가 年 10%까지…러너 모시기 나선 은행들
- 오늘 저녁에 꼭 봐야겠네...36년 만에 하늘에 뜨는 정월대보름 ‘붉은 달’
- “하이닉스 들어갔는데 전쟁이라니”...연휴 직전 7조 넘게 샀다 떨고 있는 개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