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야구장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면 조명탑 너머로 높은 빌딩과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일과 후 여가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겐 구장의 접근성 역시 중요하기에, 야구장은 주로 도심이나 살짝 치우친 중심부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 대신 푸르른 녹음이 우리의 지친 눈을 맞아주는 곳이 있으니, 바로 대구에 위치한 삼성 라이온즈의 홈구장 ‘라이온즈파크’다. 맑은 초록빛 나무들과 특유의 깨끗한 파란색이 그라운드를 감싸 안고 누구보다 열정적인 야구장의 모든 이들을 품어주는 이곳, 라이온즈파크로 함께 떠나보자. (5월 31일 작성)
에디터 이정희 사진 삼성 라이온즈, 김민규, 이정희

#위치 정보
대구광역시 수성구 야구전설로 1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
고층 건물이 보이지 않는 자연 친화적인 야구장이라고 해서 혹시 산속에 있는 것은 아닌지, 찾아가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면 그런 염려는 말자. KTX를 타고 동대구역에 내린 뒤 택시로 약 20분, 버스로는 약 35분 내외면 야구장에 도착할 수 있다. 대구 지하철 2호선 대공원역이 야구장 바로 앞에 있어 수도권 구장만큼이나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이 유리하고, 라이온즈파크 바로 앞에 정차하는 버스의 노선만 무려 18개이니 교통편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자가용을 가지고 방문하더라도 구장 바로 옆 대구부산고속도로 수성IC를 통하면 언제든 편히 방문할 수 있다. 다만, 주차 자리가 협소한 관계로 주말 경기의 경우, 야구장이 아닌 근처 대구스타디움이나 대구미술관에 주차 후 셔틀버스를 이용해 야구장으로 이동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은 유의하자.

#특이한 구장
라이온즈파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을 꼽으라 하면 단연 각진 모양의 외야다. 일반적으로 둥근 부채꼴 모양을 띤 다른 구장들과 달리 라이온즈파크는 국내최초 좌우대칭형의 팔각 모양으로 지어졌다. 중앙펜스까지 122m로 꽤 커 보이지만 좌우 중간 펜스까지는 107m로, 다른 작은 구장들보다도 홈런이 많이 나오는 타자 친화적 구장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보통의 야구장에서 홈플레이트 쪽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중견수 뒤쪽의 넓은 중앙 전광판이 라이온즈파크에는 없다. 대신 홈플레이트 기준 왼쪽으로는 조명탑 아래 웅장한 사자 배경의 ‘LIONS PARK’ 표시가, 오른쪽으로 대구백화점 로고 아래 큰 전광판이 자리 잡고 있다.
라이온즈파크는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와 유이하게 3루를 홈, 1루를 원정석으로 쓰는 구장이다. 이는 옛 홈구장인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 시절, 건축 구조상 햇빛이 많이 드는 1루를 피해 3루를 홈으로 썼던 전통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4,000석에 최대 29,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어 현존하는 국내 야구장 중 최다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이기도 하다. 라이온즈파크만의 또 다른 특색을 꼽자면 경기장 밖에서도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야구가 한창 진행 중인 시각, 바깥에서 야구장을 바라보면 홈팀 삼성이 리드 시에는 푸른색의 조명이, 추격하고 있을 때는 붉은색의 조명이 켜지니 삼성 팬이라면 라이온즈파크를 지날 때 푸른 조명이 켜져 있길 바라보자.

#특별한 좌석
라이온즈파크의 응원 지정석은 타 구장들보다 구역이 넓게 설정돼 있다. 응원지정석은 총 7구역으로 ‘블루존’이라 불리는데, 응원단장과 치어리더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2018년 새로이 리모델링한 응원단상 바로 앞쪽 3, 4구역이 가장 인기가 많다. 삼성이 요즘 좋은 성적을 내는 만큼 주말 경기 블루존은 빠르게 매진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선예매 혹은 빠른 티켓팅을 요한다. 응원에 살고 응원에 죽는 열정적인 팬이라면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직접 율동할 수 있는 블루존을 예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단, 원정 팬의 경우, 주말 낮 경기에 방문한다면 원정석인 1루 쪽에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므로 꼭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볼캡과 선크림 등을 지참하는 것이 좋겠다.
열정적인 응원도 좋지만, 야구 관람과 먹거리에 더 중점을 두고 싶다면 라이온즈파크의 명물, ‘땅땅치킨루프탑존’을 이용해 보자. 땅땅치킨루프탑존은 외야에 위치한 테이블 좌석이다. 24시즌 1인 기준 주중 18,000원 주말 21,000원으로, 치킨 윙 3조각과 맥주 한 잔이 티켓 가격에 포함돼 있어 팬들 사이에선 가성비 좌석으로 꼽힌다. 예매 티켓을 지참하고 루프탑 매장을 방문하면 치킨과 맥주를 받을 수 있는데 맥주 수령 시엔 신분증 확인이 필수이므로 잊지 말 것.
포수 후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SKY요기보존도 라이온즈파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색좌석 중 하나다. 삼성의 팀 컬러인 파란색 빈백과 쿠션들이 줄지어 놓여있어, 편히 누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좌석이다. 거기다 머리 위가 뚫려있는 다른 좌석들과 달리 요기보존은 지붕으로 막혀있어 우천 시에도 비를 맞지 않고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결정적으로 테이블석이 아닌 좌석들은 먹거리들을 무릎 위에 두고 불안하게 먹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요기보존에서는 빈백 옆 바닥에 그냥 내려둬도 된다는 게 금상첨화. 늘 자리가 좁고 불편해 야구장에 가는 것을 고민하던 야구팬들이 있다면, 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한 김에 편히 누워서 경기를 관람하는 이색 체험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색 있는 먹거리
야구장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야구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먹거리일 터다. 구장 내부에는 아예 다양한 음식 매장들과 함께 테이블에 서서 취식할 수 있는 푸드존이 따로 마련돼 있는데, 족발과 냉우동, 우삼겹 덮밥 등을 파는 ‘리얼키친더홍’과 ‘파파존스 피자’가 대표적이다. 노란 간판이 특징적인 ‘전설 스낵’에서는 황금 십원빵과 골뱅이 똥집 세트가 유명하다. 여름에는 수박 열대과일 화채도 판매한다고 하니 대구의 더위를 시원하고 달콤한 화채와 함께 날려버리는 것도 하나의 묘미가 될 것이다. 3루 쪽에는 만두 전문점인 ‘한만두’가 있는데 매콤한 음식이 당긴다면 이곳의 특색 음식인 마라만두와 짬뽕만두를 먹어보자. 마라향이 강하지 않아 마라를 쉽게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시도해 보기 좋다.
게다가 5층에는 인천 SSG 랜더스필드와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 입점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크림 새우를 먹을 수 있는 ‘스테이션’이 입점해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1회가 시작하기 전에 완판되는 상황도 잦으니 크림 새우를 먹고 싶다면 야구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5층으로 달려가는 걸 추천한다. 만약 크림 새우를 사지 못했더라도 괜찮다. 대구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땅땅치킨을 여기에서도 맛볼 수 있으니! 1루 테이블석 뒤쪽 2, 3층과 1루 쪽 출입구 외부에 위치한 땅땅치킨의 허브 순살치킨은 적당히 바삭하고 촉촉한 맛이 오래도록 지속된다고 하니, 경기 시작 전 미리 포장해 자리에서 플레이볼을 기다려도 충분하다. 3층 옆쪽으로는 ‘5직 떡볶이’가 자리 잡고 있는데, 떡볶이도 물론 맛있지만 밀크쉐이크와 팥빙수가 숨겨진 맛있는 메뉴 중 하나다. 혹시나 열을 식힐 게 필요하다면 공수교대 시간에 빠른 걸음으로 나와 양손 가득 음식을 사 들고 가는 건 어떨까.

#특급 마무리
부산 사직야구장의 ‘사직야구장’ 글자, 고척 스카이돔의 야구공 조형물처럼 라이온즈파크 정문에도 포토스팟이 존재한다. 바로 푸른색 'L ONS' 글자 조형물이다. 알파벳 'I'가 위치해야 하는 자리에 서서 방문 인증샷을 찍는 것은 라팍 인증샷 필수 코스로, 줄이 좀 길더라도 잠시 기다렸다 추억을 남겨보면 좋겠다. 그리고 포토스팟을 지나 왼쪽으로 쭉 구장 바깥을 돌다 보면 팀스토어를 발견할 수 있는데, 비교적 넓고 쾌적해 구단의 다양한 MD 상품을 구경하기 좋다. 또, 요즘 야구장마다 위치해 팬들의 발걸음을 붙잡아 두는 네컷사진기도 있다. 3층 1루 쪽 방향으로 가다 보면 ‘블루샷’이라고 불리는 네컷사진기가 있으며, 일반 프레임 말고도 선수들과 함께하는 프레임도 있으니 각자 취향에 맞는 프레임을 고르면 된다. 단, 사진이 아주 빠른 템포에 찍히는 데다 재촬영 기회가 없으니 포즈를 미리 생각해 와야 수월하게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라이온즈파크의 외부를 찬찬히 돌아보다 보면 선수들의 코믹스 일러스트로 구장이 꾸며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2021년과 2022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터 ‘광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계단과 주변 경관, 외야 잔디석이 선수들의 일러스트로 장식돼 있다. 지금은 타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부터 삼성의 레전드 선수들까지 있으니, 사람이 없는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한다면 최애 선수의 일러스트를 찾아 돌아다녀 보는 것도 라이온즈파크에서만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묘미다. 또, 삼성 팬이라면 라팍의 명물 노란 폴대 뒤로 보이는 전설 이승엽의 벽화도 꼭 구경해보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야구가 끝났다면, 이왕 대구까지 온 김에 경기의 여운을 안고 대구에서 유명한 맛집들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맛있는 메뉴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삼성 팬들의 추천은 ‘막창’과 ‘뭉티기’였다. 경기가 끝난 뒤 지인들과 함께 각 팀의 유니폼을 입고 막창과 뭉티기에 소주 한 잔까지 곁들인다면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학생이라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성년자들을 위한 시원한 콜라도 어디에나 준비돼 있으니, 우리 모두 맛있는 음식, 즐거운 야구와 함께 올여름도 HAPPY BASEBALL!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4년 159호 (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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