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 퇴화하는 게 자연의 섭리다. 그런데 류현진(40·한화)에게는 이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18일 롯데전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을 추가한 류현진은 현재 평균자책점 1.50, WHIP 0.72로 리그 최정상급 성적을 찍고 있다.
더 놀라운 건 올 시즌 새로 장착한 '스위퍼'다. 불혹의 나이에 신무기를 익히고, 진화는커녕 각성 중이다. 도대체 몇 살까지 야구하려는 걸까.
39세에 '며칠 만에' 스위퍼 습득

류현진은 지난 4월 7일 SSG전에서 스위퍼를 처음 실전에 선보였다. 6이닝 4피안타 2볼넷 10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는데, 이날 93구 중 스위퍼는 8구였다. 특히 리그 타율 1위를 달리던 박성한에게 시즌 첫 삼진을 안긴 결정구가 바로 스위퍼였다.

더 놀라운 건 습득 과정이다. 누군가에게 전문적으로 전수받은 게 아니라, 팀 동료 왕옌청의 투구 궤적을 유심히 지켜보고 스스로 연습한 뒤 실전에 바로 적용했다. 본격적으로 스위퍼를 던진 게 언제부터냐는 질문에 류현진의 대답은 단순했다. "며칠 전이요."

며칠 만에 본인에게 맞는 그립까지 찾았다. "다른 선수들 스위퍼 그립으로 잡으면 손가락이 너무 아프다. 왕옌청과 차이는 별로 안 나는데 나는 아파서 다르게 하고 있다"고 설명한 류현진은 특유의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비밀 구종이 또 있다. 와이프한테도 안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예전처럼 힘으로 안 되니까 팔색조로"

류현진은 자신의 변화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예전처럼 힘으로 안 되다 보니까 '팔색조'로 바뀌면서 모든 구종을 다 던질 수 있게끔 지금 준비하고 있다." 구속이 전성기 같지 않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하는 것이다.
사실 류현진의 구종 습득력은 이미 전설적이다. 신인 시절 구대성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물어보고 30분 만에 완벽히 습득한 일화, 메이저리그 시절 클레이튼 커쇼의 슬라이더 그립을 보고 단숨에 자신의 것으로 만든 일화가 유명하다. 당시 커쇼도 류현진의 습득력에 혀를 내둘렀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눈으로 본 구종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능력은 여전했다. 직구와 커브, 커터, 체인지업에 낯선 궤적의 스위퍼까지 섞으며 14년 만의 한 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과 역대 최소 경기 15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18이닝 ERA 1.50, WHIP 0.72

류현진의 2026 시즌 성적은 '괴물'이라는 별명이 아직 유효함을 증명하고 있다. 3경기 18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50, 2승 0패. 17탈삼진에 볼넷은 단 2개, 피안타 11개, 피홈런 2개. WHIP 0.72는 리그 1위다.
18일 롯데전에서는 7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전날 우천으로 경기가 취소되면서 박준영 대신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한화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1500탈삼진, 최고령·최소 경기 기록

4월 7일 SSG전에서 류현진은 KBO 역대 7번째로 통산 1500탈삼진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역대 최고령(39세 13일)이자 최소 경기(246경기) 기록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인 2012년 이후 무려 14년 만에 기록한 한 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전율을 선사했다.
류현진의 시간은 정말 거꾸로 가는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구속은 떨어지지만, 변화무쌍한 투구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아직 공개하지 않은 비밀 구종까지 예고한 만큼, 2026시즌 류현진의 투구는 더 흥미로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