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에서 사 온 토마토를 집에 돌아오자마자 냉장고에 넣는 것은 거의 반사적인 습관입니다. 신선함을 지키려면 차갑게 보관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토마토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냉장 보관은 토마토의 향과 영양을 오히려 깎아냅니다. 미국 플로리다대와 코넬대 연구팀이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논문집을 통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토마토의 맛과 향과 관련된 휘발성 유전물질은 온도에 민감해서 12℃ 아래로 내려가면 고유의 맛과 향이 크게 떨어집니다. 일반 가정 냉장고의 적정 온도는 0~5℃이니, 토마토를 냉장고에 넣는 순간부터 풍미가 손상되기 시작하는 셈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손상이 되돌릴 수 없다는 점입니다. 같은 연구팀에 따르면 낮은 온도로 인해 한번 잃은 맛과 향은 온도를 다시 20℃로 올려도 일부 유전자의 발현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아 완벽하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향 성분은 냉장 보관 중 최대 60% 이상 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번 사라진 향은 다시 꺼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 토마토 표면이 거칠어지고 식감이 물컹해지는 것도 저온 장해의 전형적인 증상입니다. 세포벽이 차가운 온도에서 손상되면서 즙만 빠져나오는 흐물흐물한 식감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덜 익은 토마토는 실온에서 영양이 더 늘어납니다
덜 익은 토마토를 냉장고에 넣으면 그 시점에서 숙성이 거의 멈춥니다. 반대로 실온에 두면 토마토는 수확 후에도 스스로 숙성을 계속하며 향과 당을 만들어냅니다. 덜 익은 토마토를 실온에 두면 비타민C 함량이 높아지고, 대표적인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도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라이코펜은 토마토의 붉은 색을 만드는 카로티노이드 계열 성분으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며 혈관과 세포 보호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토마토를 냉장고에 넣자마자 그 숙성과 영양 합성 과정을 멈춰버리는 셈입니다.

이미 빨갛게 잘 익은 완숙 토마토라면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무르고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여름철 더운 날씨에는 냉장 보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바로 차갑게 먹기보다, 먹기 전에 잠깐 실온에 꺼내두면 향과 식감이 어느 정도 되살아납니다. 냉장 보관 후 먹기 직전 실온에 두면 향과 식감이 다소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되는 방법입니다. 차갑게 식어 있던 토마토의 휘발성 향 성분이 다시 활성화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꺼내자마자 먹기보다 잠깐의 여유를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수박도 같은 원리로 항산화 성분이 늘어납니다
이런 현상이 토마토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수박도 비슷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박을 실온(21도)에서 14일간 보관했을 때 수박의 라이코펜 함량이 40%, 베타카로틴 함량이 무려 139%까지 대폭 증가했습니다. 차갑게 통째로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일반적인 보관 방식이지만, 실온에서 일정 기간 두었다가 먹기 직전에만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식히는 것이 영양과 신선함을 모두 살리는 방법입니다. 토마토와 수박 모두 붉은 색을 내는 라이코펜이 핵심 성분이라는 공통점이 있고, 이 성분이 차가운 온도에서는 합성이 더뎌지고 실온에서는 활발해진다는 패턴이 일치합니다.

정리하면 보관법은 토마토의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덜 익은 초록빛이 도는 토마토라면 실온에 꼭지를 아래로 향하게 두고 5~7일 정도 기다려 충분히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완전히 익은 토마토는 서늘한 실온이나 채소칸에 보관하다가, 먹기 전 일정 시간 실온에 꺼내두어 향과 식감을 되살리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입니다. 차갑게 먹는 것이 늘 더 신선한 것은 아닙니다. 토마토 앞에서는 그 상식이 거꾸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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