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고 일어날 때마다 비거리가 1m씩 줄어든다.” 비거리가 고민인 골퍼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농담이다. 골퍼는 노화가 두렵다. 왕년에 250m씩 보내던 감각을 몸은 여전히 기억하지만, 현실은 잘 나가도 180m다.
그럼에도 골프는 노련함으로 이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스포츠다. 근력뿐만 아니라 누적된 거리와 방향 감각이 맞물려 스코어를 줄이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골프용품 브랜드 ‘히메지몬자’는 부족한 근력을 보정해 비거리를 내는데 도움을 주는 고반발 드라이버를 개발했다. 그것도 완전 가성비다. 히메지몬자의 운영사 메이저월드의 이승건(50) 본부장을 만나 개발기를 들었다.
◇ 비거리가 고민인 이들을 위한 고반발 드라이버

메이저월드는 골프용품 유통사다. 타 골프용품 유통사가 오프라인 중심으로 유통할 때 메이저월드는 온라인 유통에 방점을 두고 출발했다. 이름 들으면 알법한 골프 브랜드와 대리점 및 총판 계약을 맺어 시즌 상품 및 단독 유통 상품을 취급한다. 약 500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보유해 재고 관리와 배송을 직접 한다.
PB(자사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로 히메지몬자(Himeji Monza)를 꼽을 수 있다. 히메지몬자는 한국 비거리가 부족한 골퍼의 체형과 사용 습관을 반영한 맞춤형 설계를 바탕으로 골프 클럽을 만든다.

보유 제품군 중에서도 비거리가 고민인 골퍼를 겨냥한 고반발 드라이버가 인기다. 반발력이 좋은 데다 임팩트 즉시 튕겨 나가는 손맛이 뛰어난 클럽이다.
히메지몬자를 비롯한 메이저월드가 취급하는 제품은 유명 커머스 플랫폼, 대기업 복지몰 등 100여개 이상의 온라인 채널, 400여개의 오프라인 채널 등 다양한 채널에서 판매되고 있다. 메이저월드는 채널 다각화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2011년 설립 후 13년간 연평균 40% 이상 성장했다. 2024년 연매출 641억원을 기록했다.
◇ 모두가 오프라인에 집중할 때 온라인 유통에 뛰어든 기업

이 본부장은 메이저월드에서 브랜드 및 상품 기획, 사업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특수체육교사로 근무하다가 유통업계로 전향했다. 스포츠 브랜드, 아웃도어 브랜드를 두루 경험하다 2007년 골프용품 유통사로 이직했다.
당시 골프 시장은 오프라인 유통이 주류였다. 골프는 특권층만 누리는 귀족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 시기이기도 했다. 이런 골프 시장의 특수성은 당시 재직했던 기업의 운신의 폭을 좁혔다. 경기 침체, 글로벌 불확실성이 불거지자 해당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졌다. 국내 1위라는 입지도 맥없이 무너졌다.
2019년 메이저월드의 유통관리 담당자로 이직했다. “2011년 개인사업자로 출발해 2014년 법인으로 전환한 메이저월드는 매년 4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이는 기업이었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껴 이곳에 합류했습니다. 메이저월드는 매출의 80%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특이한 유통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이 시대에 변화와 맞물려, 비전있다고 생각했어요. 6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맡으며 회사와 함께 성장한 덕에 2023년 본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 비거리 증대를 위한 고반발 드라이버 개발기

1. 시장과 소비자의 미스매치에 주목
2017년 자사 브랜드 ‘히메지몬자’를 론칭했다. 히메지몬자는 일본 효고현의 작은 도시이자 골프 클럽 장인의 본거지, 히메지에서 영감을 얻은 브랜드다. 여기에 유럽 모터스포츠의 상징인 몬자(Monza) 지역의 이름을 더했다. 전통과 역동성을 동시에 지향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히메지몬자의 주요 타깃은 비거리 증대가 고민인 골퍼다. “골프 시장의 흐름과 메인 소비자의 미스 매치에 주목했어요. 요즘 골프 클럽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의 골프 클럽이 대세인데요. 미국 브랜드 제품은 강도가 높아서, 힘을 많이 줘야 합니다. 하지만 골프 시장의 주류는 시니어층입니다. 이들의 최대 고민은 비거리에요. 왕년의 감각이 손에 남아있지만, 노화로 인한 근력 감소로 그때만큼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해 좌절하는 소비자층이기도 하죠. 이런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면 승산 있겠다 싶었습니다.”
2. 신체 특징을 설계에 반영

대표 상품은 비공인 드라이버 고반발 인디오더 드라이버다. 비공인 드라이버란 골프 규정에 맞지 않아 대회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드라이버로, 보통 반발력이 높아 공이 더 멀리 나가도록 설계된 클럽이다. 근력이 부족한 골퍼의 체형에 맞춰 최적의 반발 탄성값, 페이스 각도, 샤프트의 유연성을 찾아냈다. 시중 클럽보다 15~20g 가벼우면서도 임팩트 시 흔들림 없는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골퍼 데이터를 분석해 가장 보편적이면서 이상적인 스펙을 도출했다. “근력이 부족하거나 시니어 골퍼는 다르게 움직이고, 다르게 느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55세 이상 골퍼 500명의 스윙 패턴, 체형, 피로누적 곡선 등을 분석했어요. 근력 저하, 유연성 감소, 손목 부담 등 이들이 겪는 신체적 변화를 고려해서 반발력을 설계했습니다. 유저가 가장 편하고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하는데 중점을 뒀죠. 손에 쥐는 순간 자연스럽게 어드레스가 잡히고,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피니시까지 유도합니다.”
3. 클럽은 골퍼의 ‘제3의 팔’


클럽은 골퍼의 ‘제3의 팔’이다. 클럽에 대한 유저의 각별한 감정을 고려해, 감성 요소를 삽입했다. “골프채는 단순한 운동기구를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입니다. ‘자랑하고 싶은 클럽’을 완성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금으로 도금한 화려한 디자인입니다. 필드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죠. 또한 맑고 청아한 타구음을 내는데 집중했습니다. 타구음은 감성 요소 그 이상입니다. 골퍼의 뇌에 ‘맞았다’는 확신을 주는 오감 중 하나이며 이는 스윙 리듬과 집중력 유지에 영향을 주죠.”
4. 임팩트 시 손맛 극대화한 소재 차용

스윙 시 손맛을 고려해서 소재를 선택했다. “페이스에만 티타늄을 적용한 타 클럽과는 달리, 이 제품에는 클럽 전체에 고순도 티타늄을 넣었습니다. 반발력이 좋은 데다 임팩트 즉시 튕겨 나가는 손맛이 뛰어납니다. 폭발적인 반발력과 통통 튀는 타구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죠. 샤프트는 밀도 높은 카본 소재로 제작했습니다. 휘어질 땐 부드럽고, 복원될 땐 폭발적으로 반응해 느린 스윙 속도에도 강한 반발력과 방향성을 보장합니다.”
5. 주재원이 현지 생산 관리

품질과 실력을 기준으로 생산 공장을 엄선했다. “중국 광저우에 전 세계적인 골프 클럽 제작 공단이 있습니다. 유명 브랜드 제품 대부분이 이곳에서 생산되는데요. 저희 생산공장도 그 공단에 있습니다. 단순 조립이 아닌 0.1mm 단위의 정밀 가공이 가능한 설비와 기술자를 보유한 곳이죠. 내부에 품질 관리 시스템을 갖춘 공장입니다. 메이저월드 주재원이 직접 생산을 관리하고 있죠.”
◇비거리 안나온다고 서러워 마세요

비거리가 고민인 골퍼의 마음을 읽겠다는 전략은 통했다. 2023년 PB 상품으로 7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고반발 드라이버 구매자들은 “정확한 타격감을 유지하면서 부담 없이 스윙이 가능하다”고 호평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구상이다. “일본, 대만과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구상입니다. 수출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죠. 골퍼이자, 나이 들어가는 입장으로서 제가 가지고 싶은 클럽을 만들자고 다짐합니다. 그런 제품을 기획해서 생산하고, 판매까지 이뤄지는 걸 보며 큰 보람을 느껴요.”
/진은혜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