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적이는 거리에서 벗어나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냥 스쳐갈 법한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
하지만 이곳은 결혼을 앞둔 젊은 커플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한 장소다. 20년 이상 된 낡고 불규칙한 구조의 집에, 인더스트리얼 감성과 따뜻한 손길이 더해지자 전혀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

이 집의 구조는 전형적인 긴 박스형 아파트로, 빛이 들어올 틈이 없었다. 기존에는 거실과 주방이 벽으로 막혀 있어 채광은 발코니 한 곳에만 의존했다.
이에 디자이너는 칸막이 벽을 허물고 주방 앞에 유리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다. 이렇게 만든 반투명 문은 뒤쪽 발코니의 빛을 거실과 다이닝룸까지 쭉 끌어당긴다.

서재에 설치한 유리 진열장은 빛의 흐름을 막지 않으면서도 피규어 수납과 공간 분리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이 작은 선택이 집 전체를 밝히는 결정적인 열쇠였다.
좋아하는 것을 제대로, 피규어의 세계관까지 담다

소유주는 액션 피규어 수집가다. 수십 개의 피규어가 단순히 보관을 넘어, 하나의 세계를 이루길 바랐다. 서재 벽을 따라 회색 유리 진열장을 설치했고, 철제 프레임과 조명 스트립으로 전시 효과를 살렸다.
피규어는 자연광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조형물로 다시 태어났고, 회색 바닥과 나무 그릴은 그 세련됨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무엇보다 전시 공간이 곧 채광 통로가 된다는 점은 이 집만의 독창적인 특징이다.

친구들과 비디오게임을 하기 위해 넓은 거실을 희망한 입주자에게, 디자이너는 유연한 가구 배치를 해주었다. TV 앞 바닥 공간을 넓게 비워둬 좌식 활동이 자유롭고, 하단에 시스템 보드를 설치해 전자기기 수납을 해결했다.

거실과 식사 공간 사이에는 가로보를 남겨 공간을 나누면서도 답답하지 않게 시선을 유도했다. 회색과 나무톤의 조화를 통해 휴식과 소통이 동시에 이뤄지는 다이내믹한 거실이 구성됐다.

안방 역시 구조적 비대칭이 존재했으나, 수직·수평선을 맞추는 디테일로 조화를 이뤘다. 드레스룸, 독서 공간, 화장대가 서로 연결되며 유연하게 쓰인다.

특히 욕실은 벽을 일부 이동시켜 4피스 구조를 도입하고, 물결 유리와 슬레이트 타일로 감각적인 공간을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