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꿈속에서 채팅하는 시대 올까
데이터 담은 논문은 공개하지 않아.
지난 2010년 개봉한 영화 ‘인셉션(Inception)’은 간단한 기계장치를 통해 다른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미래 세상을 그렸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다른 사람의 꿈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잠을 자며 또 다른 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미국의 수면연구기업 렘스페이스(REMspace)는 지난 8일(현지 시각) 뇌파와 수면 장애 판별에 사용되는 수면다원검사 데이터를 통해 각자의 집에서 자던 두 사람이 세계 최초로 꿈에서 메시지를 주고받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현실로 만든 것이다. 다만 이번 실험은 논문 형식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어서 과학계의 인정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각몽 상태에서 대화” 주장
회사 측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두 사람이 자각몽(自覺夢·lucid dream) 상태에서 메시지를 순차적으로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자각몽은 잠을 자는 동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를 뜻하는 의학용어다. 그간 연구를 종합하면 인간의 20%는 주기적으로 자각몽을 꾸고 50%는 평생 한 번은 자각몽을 꾼다. 렘스페이스는 “자각몽이 그간 잘 몰랐던 인간의 잠재력과 새로운 차원의 소통 방법을 열었다”고 밝혔다.
자각몽은 일반적으로 수면의 여러 단계 중 주로 렘(REM) 수면 단계에서 꾼다. ‘빠른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을 줄임말인 렘은 꿈을 꾸는 동안 눈꺼풀 속 눈이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에서 유래했다. 사람이 잠들면 얕은 수면(렘수면)과 깊은 수면(비렘수면)이 반복된다. 비렘수면이 신체적인 회복에 필요한 수면이라면 ‘꿈꾸는 수면’으로 불리는 렘수면은 정신의 피로를 회복하는데 필요한 수면이다.
회사 연구진은 두 명이 자는 동안 뇌파(EEG)를 포함해 여러 인체 신호를 측정했다. 참가자들과 센서로 연결된 컴퓨터는 이중 한 명이 자각몽 상태에 들어가자 무선 이어폰으로 단어를 전송했다. 연구진이 앞서 개발한 얼굴 근전도 센서를 통해 꿈에서 나는 소리를 해독하는 ‘레묘(Remmyo)’라는 기술을 활용했다.
실험 참가자는 꿈에서 컴퓨터가 전송한 단어를 반복했고 센서는 이를 수집해 컴퓨터에 저장했다. 대화 상대인 다음 참가자는 8분 뒤 자각몽에 들어간 상태에서 첫 번째 참가자가 생성한 메시지를 받았다. 이 두번째 참가자는 곧바로 깨어나자마자 단어를 성공적으로 떠올렸다고 회사는 주장했다.
렘스페이스 측은 “이 실험은 꿈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은 최초의 ‘채팅’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영화 ‘인셉션’에 등장하는 기술과 비슷한 개념을 성공적으로 달성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몇 가지 기술을 보완하면 실시간 채팅도 몇 달 안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꿈 조작도 가능…”AI 다음 혁신될 것”
렘스페이스 측은 이번 성공이 5년간의 엄격한 연구와 기술 개발 끝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앞서 꿈에서 실시간 말과 멜로디를 전송하고 가상세계의 아바타나 트럭, 스마트홈을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확실하게 실험에 성공했는지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 회사 측은 이번 실험과 관련해 데이터를 공개하는 대신 보도자료와 영상으로 대체했다. 앞선 연구들도 정식 학술지 대신 동료 평가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논문을 올릴 수 있는 오픈소스플랫폼을 통해 공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류 언론보다는 대부분 가십거리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수면 상태에서 소통을 시도한 사례는 렘스페이스가 처음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수면 상태는 물론 꿈을 통제하고 설계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2021년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험 참가자 36명에게 렘수면을 유도한 뒤 자각몽 상태에서 이들이 새로운 정보를 인식하기도 하고 간단한 대답과 계산, 의도된 답변을 하는 능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영화처럼 꿈을 조작하는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카림 벤셰난 박사 연구진은 2015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생쥐가 잠을 자는 동안 특정 장소에 호감을 갖도록 기억을 이식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생쥐의 뇌에서 특정 장소를 기억하는 신경세포가 자는 동안 다시 활성화될 때 보상 중추에 전기 자극을 줬다. 이 생쥐는 잠에서 깬 뒤 전기 자극을 받았던 장소를 제외하고는 다른 장소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이 연구가 발전하면 끔찍한 사고 이후 정신적 고통을 받는 사람에게서 나쁜 기억만 골라 없애거나 반대로 좋은 기억을 심어서 나쁜 기억을 중화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참고 자료
Current Biology(2021) DOI : https://doi.org/10.1016/j.cub.2021.01.026
Nature Neuroscience(2015), DOI : https://doi.org/10.1038/nn.3970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과학영재교육 갈림길]② 의대 준비하러 대학 일찍 간 과학영재들, 조기진학제 손 본다
- [단독] 삼성전자, P2·P3 파운드리 라인 추가 ‘셧다운’ 추진… 적자 축소 총력
- [단독] 서정진 딸 관련 회사 과태료 미납, 벤츠 차량 공정위에 압류 당해
- [단독] ‘레깅스 탑2′ 젝시믹스·안다르, 나란히 M&A 매물로 나왔다
- “트럼프 수혜주”… 10월 韓증시서 4조원 던진 외국인, 방산·조선은 담았다
- 가는 족족 공모가 깨지는데... “제값 받겠다”며 토스도 미국행
- 오뚜기, 25년 라면과자 ‘뿌셔뿌셔’ 라인업 강화… ‘열뿌셔뿌셔’ 매운맛 나온다
- [인터뷰] 와이브레인 “전자약 병용요법 시대 온다… 치매·불면증도 치료”
- ‘꿈의 약’ 위고비는 생활 습관 고칠 좋은 기회... “단백질 식단·근력 운동 필요”
- 위기의 스타벅스, 재택근무 줄이고 우유 변경 무료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