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푸조 in 서킷, 뛰어난 밸런스..주행성능 인상적

푸조 전 라인업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시승했다. 푸조 대표 모델인 408을 비롯해 3008 SUV, 5008 SUV, 그리고 전기차 푸조 e-208, e-2008 트랙에서의 주행을 통해, 한계 상황에서 예측 가능한 움직임과 날카로운 코너링 성능은 푸조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느끼게 했다. 
푸조 브랜드는 129년간 모터스포츠에서 활약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라 불리는 '파리-보르도-파리 트레일'을 시작으로, 내구레이스 '르망 24'를 비롯해 F1 레이스, 가혹한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서 활약했다. 푸조 9X8 하이퍼카는 르망 24에 참가하고 있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이해가 높은 브랜드의 차만들기에는 그만의 철학이 녹아들기 마련인데, 푸조의 경우가 그렇다. 푸조는 전통적으로 핸들링에 강점을 보인 브랜드로, 전륜구동(FF) 양산차에서는 현재까지도 푸조의 핸들링 가치는 유효하다. 이런 특성은 전 차종에 녹아있다.
'푸조트랙데이 2024'는 처음엔 다소 의외의 행사로 다가왔다. 푸조 전 라인업의 파워트레인이 200마력 미만의 비교적 낮은 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킷에서 저출력 차량은 따분하지 않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푸조 라인업은 밸런스와 코너링으로 그만의 재미를 전했다.
푸조의 한국내 모델 라인업은 푸조 408, 푸조 3008 SUV, 푸조 5008 SUV, 그리고 전기차 푸조 e-2008로 구성된다.(2024년 11월 기준) 전통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디젤 라인업을 제외하고, 내연기관 전 차종 1.2리터 3기통 가솔린 터보+8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채웠다.
본격적인 서킷 주행에 앞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짐카나, 인제 스피디움 앞마당에 마련된 공터에서 푸조 408로 랩타임을 측정했다. 슬라럼과 8자선회, 회피조향과 제동으로 이뤄진 짧은 코스지만, 가장 빠른 시간내에 차량의 기본적인 거동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푸조 408은 푸조답지 않은 긴 휠베이스와 높은 최저지상고를 지닌 쿠페형 크로스오버다. 태생적으로 이같은 코스에 불리한 조건인데, 차체와 타이어 그립과의 조화가 아주 뛰어났다. 여기에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민첩하게 차의 머리를 돌려놔 안정적인 거동을 보인다.
짐카나에서의 안정적인 거동은 실제 사고예방에서도 유효한데, 긴급제동이나 회피제동시 운전자 의도에 따른 움직임은 사고 발생의 위험을 현저히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전자적 안전장비로 브랜드간 격차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나, 기계적 밸런스는 제어 개입을 줄여준다.
본격적인 서킷 주행에서는 푸조 408을 비롯해 푸조 3008 SUV와 5008 SUV가 함께 했다. 일상주행에서 꽤나 부드러운 승차감을 전하는 SUV 라인업이기에 큰 기대는 없었다. 하지만 실제 주행에서는 작고 빠른 푸조 308을 타이트하게 추종할 정도로 코너링 성능이 좋았다.
플랫폼이나 섀시와 타이어의 밸런스가 좋기 때문인데, 비교적 크고 높은 차체를 지녔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롤은 억제하면서 한계 코너링에서도 요란하게 ESC가 개입하지 않는다. 이런 셋업은 차체 밸런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타이어 그립만 좋다고 가능하지는 않다.
푸조가 출고용 타이어로 장착하는 미쉐린 제품과의 궁합이 특히 돋보였다. 푸조 3008 SUV GT의 경우 205/55R19 규격의 미쉐린 프라이머시3 타이어로 인제 서킷의 헤어핀 코너를 무리없이 주파한다. 차량 구성상 넓은 타이어 단면적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만족스럽다.
파워트레인은 1.2리터 3기통 PureTech 가솔린 터보와 EAT8 자동변속기로 전 모델이 동일하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3.5kgm를 발휘한다. 제원상 수치는 평범한데, 실제 감각은 기존 푸조의 1.5 디젤의 출력과 토크를 그대로 1.2 가솔린으로 옮겨온 것처럼 느껴진다.
기존 푸조 1.5 디젤에서 만족했던 소비자라면 만족할만한 구성이다. 가속페달을 한번에 깊게 밟는 것보다는 지긋이 눌러주는 다소 디젤차스러운 방식으로 운영하면, 속도와 연비를 모두 얻을 수 있다. 가솔린 엔진임에도 70~80km/h의 저부하 주행 연비는 20km/ℓ 전후다.
다시 서킷으로 돌아와 고회전을 유지하면서 풀가속으로 코스를 공략하면 꽤나 경쾌한 가속을 이어간다. 이 부분은 실제로 경험해야 하는데,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특성에 따라 동일한 출력, 토크에서도 뻗어주는 감각이 다르다. 푸조 1.2 터보는 고회전까지 꾸준히 뻗어준다.
풀가속에서 이어지는 강한 제동 후 코너링에서는 리니어한 제동 감각이 특징이다. 페달을 밟는 양과 속도에 따라 제동력을 달리하며, 리니어한 감각으로 제동 양을 조절하면서 코너링이 가능하다. 코너링시 롤은 허용하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롤은 억제하는 모습이다.
내연기관차에 이어 시승한 e-208 전기차는 서킷에서 가장 재밌는 전기차 중 하나로 생각된다. 일반적인 전기차 특유의 커다란 차체와 무거운 공차중량을 대신하는 푸조의 작은 차체와 비교적 가벼운 공차중량은 빠른 코너링 스피드와 민첩한 회두성, 탈출 가속을 자랑했다.
최근 선보이는 다양한 전기차가 커다란 배터리팩과 2.5톤을 넘나드는 무거운 공차중량을 극복하기 위해 거대한 브레이크 시스템과 엄청난 광폭의 타이어, 후륜조향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풀 가속과 풀 제동 몇 번만으로 제동력이 달라지는 등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푸조의 50kW급 배터리가 탑재된 1.5톤 남짓한 e-208, e-2008이 보여주는 움직임은 푸조의 핸들링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B모드 기준 제동과 타이어 그립에서도 한계를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탈출 가속이 더해지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서킷 주행 이후 이어진 일반도로 와인딩 주행에서는 푸조 3008 SUV의 범용성이 돋보였다. 넓직한 실내공간을 제공하지만, 코너링에서는 푸조 고유의 핸들링 특성을 유지, 대부분의 코너를 빠르게 주파해도 매끄럽게 소화한다. 매우 밝은 헤드램프는 야간 안전을 돕는다.

푸조의 전 차종 시승은 브랜드 가치를 다시 한번 상기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된다. 서킷에서의 안정적인 밸런스와 날렵한 핸들링 성능은 일상주행에서도 사고 위험성을 낮춰주는 중요한 요소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가 함께 하는 과도기적 시기에도 푸조의 가치는 유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