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생, 사랑해서 더 특별했던 '경성크리처2'[TF인터뷰]
전승제약 비밀 실험 쿠로코 대장 役
"'이무생로랑', 감사해…이제는 받아들일 때"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작품마다 얼굴을 새롭게 갈아 끼우는 것 같다. 배우 이무생은 선역이든 악역이든 중요치 않고 자신만의 높은 캐릭터 소화율을 보여줘 많은 시청자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경성크리처2'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만큼 부담감도 있었지만 이무생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부담감에서 벗어나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성크리처2'가 공개된 지금 이 순간이 인생의 명장면이라는 이무생이다.
이무생이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극본 강은경, 연출 정동윤, 이하 '경성크리처2')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쿠로코 대장 역을 맡은 이무생은 "시즌1에는 함께 안 했지만 마치 같이 나온 듯한 느낌이 든다. 더 확장된 세계관에 새롭게 투입한 만큼 상당히 기대가 컸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성크리처2'는 2024년 서울, 태상(박서준 분)과 모든 것이 닮은 호재(박서준 분)와 경성의 봄을 살아낸 채옥(한소희 분)이 만나 끝나지 않은 경성의 인연과 운명, 악연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총 7부작으로 지난 27일 전편 공개됐다.
이무생이 맡은 쿠로코 대장은 전승제약의 비밀 정예 요원인 쿠로코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그는 잔혹한 일도 서슴지 않는 냉철한 판단력부터 쿠로코들을 통솔하는 묵직한 카리스마까지 지녔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거침없이 행동하며 전승제약의 어두운 비밀을 실행에 옮기고자 한다.
이무생은 이런 쿠로코 대장을 보고 오묘한 느낌을 받았단다. 그는 "전사가 많이 밝혀지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너무 전면에 나서서 캐릭터의 모든 서사가 밝혀지는 것보다 은은하게 시청자분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게 색다르게 다가왔다"고 전했다.
"쿠로코 대장은 1945년에 일어났던 일들을 경험하지 못한 인물이잖아요. 결국 사람들에게 학습되고 교육받아서 전승제약의 실험을 이끌죠. 어떤 후손으로서 이 전승제약의 안녕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일 수도 있지만 회사원의 느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쿠로코 대장이 잘 맞닿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사가 없는 인물이어서 연기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이무생은 정동윤 감독의 디렉팅 하에 인물의 서사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각 회차마다 마지막에 쿠키 영상처럼 쿠로코 대장의 이야기가 몇 번 나온다. 이런 지점에 포인트를 주신 것 같다"며 "인물의 서사가 도드라지지 않는 게 개인적으로 좋았다"고 설명했다.
"쿠로코 대장은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인물이다 보니까 '절제'에 가장 집중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노력하고 잘한다 한들 모든 걸 쿠로코 대장이 짊어지고 가야 하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더 완벽할 수밖에 없고 더 철두철미해진 것 같아요. 좀 예민하기도 하죠. 결국 나진과 인간의 욕망 때문에 영원히 살아갈 수는 있지만 행복하게는 살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쿠로코 대장이라고 생각해요."
쿠로코 대장은 결국 자신이 꿈꿔온 원대한 계획을 이루기 위해 전승제약에서 일을 시작했다. 다리가 마비된 여자 친구를 치료하기 위해 나진의 힘을 빌리려고 했던 것. 이에 대해 이무생은 "성공을 했을지 실패를 했을지는 모르는 문제인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여자 친구를 실험의 대상으로 봤을지 아니면 진짜 '사랑꾼'이었는지는 시청자분들의 해석에 맡기는 것 같아요. 다음 얘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죠. 쿠로코 대장이 어떠한 인물인가 더 궁금해지게 만든다고 생각해요. 답답함을 느끼는 시청자분들이 계실 수도 있지만 저는 여지를 남겨둘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둘 중 어떤 게 정확히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무생은 '경성크리처2'가 주는 메시지가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단다. 그는 "이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님과 감독님을 통해서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히 듣고 출발했다. 배우와 시청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바라봤다"고 밝혔다.
"결국 '기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거죠. 과거를 경험해 보지 못한 후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잊지 말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이 메시지가 굉장히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어요."
애정을 갖고 출연하게 된 만큼 이무생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캐릭터를 완성했다. 특히 감정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모든 방면에서 절제된 캐릭터의 성격을 살리고자 노력했다. 발음 하나까지도 신경 써서 캐릭터를 구축한 이무생이다.
"쿠로코 대장이 '어떤 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나른한 느낌을 주려고 말투나 억양에도 신경을 많이 썼죠. 눈빛 하나에도 '재규어가 먹이를 노리는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표범이나 고양이가 먹이를 잡을 때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흐트러짐 없이 먹이를 주시하잖아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2006년 영화 '방과후 옥상'으로 데뷔한 이무생은 선역과 악역을 오가는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특히 '더 글로리'에서 짧은 분량이었지만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호평받았으며 '마에스트라'에서는 첫사랑을 향한 직진남 면모를 보여줘 안방극장에 설렘을 자아냈다.
이에 매 작품마다 얼굴을 새롭게 갈아 끼우는 연기력을 보여준 이무생에게 명품 연기력을 뜻하는 '이무생로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무생은 이에 대해 "이제는 받아들일 때가 온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제 이름보다 '이무생로랑'을 더 많이 불러주셔서 한 편으로는 쑥스럽지만 그래도 너무 감사해요. 이제는 좋고 싫음을 떠나서 받아들일 때라고 생각해요. 이제 새로운 별명을 얻기 위해서 더 많은 작품으로 더 넓은 연기력을 보여드리겠다는 목표 의식도 생겼어요."
이무생에게 2024년은 그 누구보다 바쁜 해였다. 올해 초 종영한 '마에스트라'를 시작으로 '하이드' '지배종' 그리고 '경성크리처' 시즌2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렇게 바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그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무생은 잠시의 고민도 없이 "작품"이라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저도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할 줄은 몰랐어요.(웃음) 정말 좋은 기회로 좋은 작품을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데 반응이 또 좋게 나오니까 더 감사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저를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돼요. 저는 매 작품을 진심을 다해 사랑해요. 사랑하다 보니까 작품을 더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또 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 그러다 보면 다시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무생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행복함이 가득했다. 어쩌면 그것이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그만의 이유가 아닐까. 이무생은 "지금 이 순간이 제 인생의 명장면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저는 매 작품 후회 없이 임해요. 그러다 보니 최근에 한 게 가장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작품이 끝나고 마지막 순간에 제가 어떠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가 항상 궁금해요. 작품 성적은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제가 웃을 수 있으면 된 것 같아요. 이 작품 하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그게 저한테는 가장 뜻깊은 순간이자 인생의 명장면이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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