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IT와 금융 시장을 발칵 뒤집어 놓은 엄청난 뉴스가 발표됐죠. 우리나라 최대 포털 기업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가상자산 거래소 1위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품게 됐다는 소식입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무려 기업가치가 2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초대형 핀테크 기업이 탄생하게 됩니다. 과연 이 결합이 우리의 일상, 특히 '네이버쇼핑'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요.
'간편결제 1등'과 '코인 1등'의 만남
먼저 두 회사가 어떤 곳인지 짚어볼까요? 네이버파이낸셜은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네이버 앱 내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만든 곳입니다. 복잡한 공인인증서나 실물 지갑 없이, 비밀번호 하나만 누르면 네이버쇼핑에서 손쉽게 물건을 사고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결제할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이죠.
반면 두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수많은 종류의 코인을 사고파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코인 거래만 돕는 게 아니라,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전 세계로 빠르게 쏘아 보낼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꽉 쥐고 있는 기술 기업이기도 합니다.
환전·수수료 필요 없는 '스테이블코인'의 마법
그럼 이 두 기업은 왜 갑자기 하나로 합치려는 것일까요? 코인과 결제는 사실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 이유는 애초에 코인이 탄생한 목적 자체가 '은행이나 카드사 없이 사람들끼리 직접 돈을 주고받기 위해서'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결제 시스템은 중간에 신용카드사, 밴(VAN)사, 은행 등 여러 상인이 끼어들어 2~3%의 수수료를 떼어갑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쓰면 마치 친구에게 1만 원짜리 지폐를 직접 건네주는 것처럼 중간 과정 없이 빠르고 수수료도 거의 무료에 가깝게 결제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은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매일 널뛰는 게 문제였는데, 가격을 원화나 달러에 딱 고정시킨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면서 이 문제가 완벽히 해결된 것이죠.

이 때문에 이미 간편결제와 코인 거래에서 각각 1등을 차지한 두 회사가 손을 잡으면, 여타 금융회사들도 쉽사리 넘보기 어려운 압도적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가 탄생하게 됩니다.
심지어 네이버는 결제뿐만 아니라 수백만 개의 스마트스토어가 입점해 있는 거대한 '온오프라인 쇼핑 인프라'까지 이미 꽉 쥐고 있습니다. 지금도 자체 구독서비스인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을 통해 각종 OTT서비스와 컬리, 우버택시, 배달 등 다양한 앱을 연결해 네이버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간편결제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쇼핑을 넘어 대중의 일상 곳곳에 침투하고 있는 것이죠.
보통 새로운 결제용 코인이 나와도 정작 물건을 살 수 있는 가맹점이 없어서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미 수천만 명의 소비자와 판매자가 매일 돈을 쓰는 완벽한 무대가 준비돼 있으니,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자마자 곧바로 실생활에 쓰이게 되는 겁니다.
특히 이 스테이블코인의 위력은 바다를 건널 때 진짜 빛을 발합니다. 우리가 해외 직구를 하거나, 반대로 외국인이 우리나라 물건을 살 때 가장 골치 아픈 게 바로 매일 널뛰는 '환율 변동'과 카드사에 떼이는 비싼 '해외 결제 수수료'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흔들리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전 세계 어디서든 결제하게 되면, 복잡한 환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고 중간에 글로벌 은행이나 해외 카드사가 끼지 않아 수수료도 확 줄어듭니다.
네이버쇼핑, 세계 최강 '아마존'을 이길 무기를 얻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점은 이 움직임이 세계적인 유통 공룡 아마존이나 월마트의 핀테크 전략과 정면으로 맞붙는다는 겁니다. 아마존과 월마트 역시 전 세계 고객을 묶어두고 신용카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독자적인 코인 결제망을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동안 네이버쇼핑은 국내에서는 적수가 없었지만, 해외로 나가려면 '국가별로 쪼개진 결제망'이라는 큰 장벽을 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손을 잡으면서, 네이버쇼핑은 아마존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강력한 글로벌 무기를 얻었습니다. 전 세계 어디서든 외국인 소비자들이 환율 걱정 없이 네이버 지갑에 코인을 충전해 두고, 한국의 K팝 굿즈나 화장품을 1초 만에 쉽게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판매하는 소상공인들 역시 해외에 물건을 팔고 돈을 정산받는 과정이 훨씬 빠르고 저렴해집니다.
네이버와 두나무의 만남은 단순히 'IT 회사가 코인 거래소를 샀다'는 의미로 끝나지 않습니다.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금융 고속도로를 깔아, 동네 단골손님을 넘어 전 세계 80억 인구를 네이버쇼핑의 장바구니로 불러 모으는 역사적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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