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로 떠난 바이올렛 스케이트 크루
빌 스트로벡(Bill Strobeck)은 작년에 그가 설립한 글로벌 스케이트 크루이자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인 바이올렛(Violet)의 첫 번째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마이애미를 목적지로 점 찍어두고 있었다. 우선 여행을 떠난 시점이 겨울이기 때문에 뉴욕은 너무 추웠고, 겨울에는 야외 캠핑과 스케이트 트릭 촬영이 가능한 여행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설적인 스케이트 필르머 스트로벡이 1999년 프로 스케이터 롭 다이덱(Rob Dyrdek), 조쉬 칼리스(Josh Kalis), 프레드 갈(Fred Gall), 앤서니 반 엔겔렌(Anthony Van Engelen)과 함께 처음으로 스폰서를 받고 떠나 에일리언 워크샵(Alien Workshop)의 ‘Photosynthesis’ 비디오를 촬영한 여행의 목적지도 마이애미였기 때문에 이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선택이기도 했다. ‘Photosynthesis’를 촬영했을 당시 스트로벡의 나이는 21살에 불과했다.
“당시 나는 갈, 앤겔렌과 한 방을 같이 썼다. 둘 다 약에 취해 마이애미에 놀러 갔다가 돌아오던 날 밤이 기억난다. 내가 자고 있는 동안 그들은 벽과 서로에게 맥주병을 던지기 시작했다.”라고 그는 회상한다. “감시하는 사람이나 전화 같은 것이 없었기 때문에 더 자유롭고 거칠게 행동할 수 있었다... 바이올렛의 이번 여행은 크루의 첫 여행이었기 때문에 더 순조로웠지만, 나 또한 그 여행에서 다른 바이올렛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뉴욕, 로스앤젤레스, 파리,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온 9명의 흥미진진한 젊은 스케이터들(세븐 스트롱(Seven Strong), 카일 테(Kyle Teh), 에프론 댄지그(Efron Danzig), 트로이 깁슨(Troy Gipson), 아우구스트 부즈나드(Auguste Bouznad), 크리스 브라운(Kris Brown), 카데르 실라(Kader Sylla), 마이크 워드(Mike Ward), 패트릭 오마라(Patrick O’Mara))로 구성된 바이올렛 크루 또한 마이애미에서 꽤나 거친 밤을 보냈다. 이들은 해가 진 후 도시의 화려한 네온사인이 비추는 사우스비치(South Beach)를 돌아다니며 담배를 피우고 클럽에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 낮에는 공원과 주차장에서 몇 시간 동안 스케이트를 타다가 경비원에게 쫓겨나기도 하고(몇 시간 후에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제트스키를 빌려 파도를 가로지르기도 했다.
이 모든 솔직한 순간을 사진작가 샌디 김(Sandy Kim)이 포착했다. 패션 매거진에 여성 사진작가가 스케이트 여행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지 모르지만, 스트로벡은 그의 작품에 스케이트와 잘 어울리는 날것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샌디 또한 스케이터를 촬영하는 데에 잔뼈가 굵었다. 그는 슈프림(Supreme)의 의뢰로 숀 파블로(Sean Pablo), 나켈 스미스(Na-Kel Smith) 등의 사진을 촬영한 바 있으며, 그의 이미지는 전통적인 스케이트 사진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스케이트와 패션의 세계를 넘나드는 샌디의 스타일리시함은 바이올렛 크루와 닮았다.
“나는 다른 무엇보다 특유의 스타일 때문에 스케이트에 빠지게 되었다.”라고 스트로벡은 말한다. “탈색한 머리, 42사이즈 청바지, 그립 테이프에 영구 마커로 남긴 글씨, 화려한 의상, 청바지 구멍을 억지로 닫는 안전핀, 벨트처럼 사용하는 신발끈, ‘나는 원하면 어디서든 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는 식의 ‘좆까’라는 태도... 스케이터는 곧 펑크족이자 반항아다.”
당연히 바이올렛은 스케이트 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팀의 멤버들이 라벨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스케이터’이지만, 그들 중 다수는 예술 작품이나 의류를 제작하고 있으며, 스트로벡은 이들이 스포츠를 넘어 더 큰 생각을 하도록 독려한다. “요즘은 더 이상 모든 것을 장르로 구분 짓고 판단하는 시대가 아니라 규칙을 바꾸는 시대인 것 같다.”라고 스트로벡은 말한다. “바이올렛은 스케이트를 좋아하는 멋지고 밝은 아이들이 모인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올렛을 특별하게 만드는 에너지와 이번 여행에 대해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스트로벡에게 요청하여 샌디에게 마이애미에서 크루를 촬영한 경험에 대해 물어보았다.
스트로벡: 마이애미는 너무 멋진 곳이라 우리의 첫 번째 여행지로 적합했던 것 같다. 촬영을 위해 마이애미에 출장 가본 적이 있나? 사진 촬영과 관련해서 마이애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무엇인가?
샌디: 마이애미에 사진을 촬영하러 가본 적은 없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촬영지는 밤의 사우스 비치였다. 더운 날씨, 활기찬 거리, 다양한 문화, 그리고 네온사인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내가 사는 곳과 다른 환경에 있다는 것도 자극이 되었지만, 함께한 친구들이 없었다면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촬영했을 것이다. 바이올렛 크루와 매력적인 장소 덕분에 이 프로젝트는 특별함을 갖게 되었다.
스트로벡: 나는 오래전부터 팬으로서 당신을 알고 지냈는데, 촬영할 때 마치 친구와 일하는 것처럼 친근하게 상대방을 대하는 당신의 작업 방식이 마음에 든다. 당신은 자기 스스로를 사진에 반영하고, 그래서 당신의 사진이 이렇게 특별한 것 같다. 당신의 작업 과정은 어떠하며,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처음 만났던 뉴욕 시절의 작업 방식과 다른 접근을 택한 부분이 있을까?
샌디: 멋진 표현 감사하다. 촬영할 때 당신이 말한 바로 그런 느낌을 유지하고 싶다. 나는 내 자신이 완전히 편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 가장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촬영하는 사람들 또한 내 주변에서 편안함을 느껴야 포즈를 취하지 않은 듯한 순간을 잘 포착할 수 있다. 내 촬영 과정은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우선, 촬영 대상과 친해져서 그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나는 하루 종일 얼굴에 카메라를 대고 촬영해도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피사체가 내가 사진을 찍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셔터 소음을 당연한 배경 소음으로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 나는 벽에 붙은 파리처럼 눈에 안 띄고 싶다.
스트로벡: 스케이트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어땠나? 이번 촬영에서 업무적으로 눈에 띄었던 점은 무엇인가?
샌디: 스케이트 여행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밴드와 떠나는 투어 여행 뿐이다. 두 여행 모두 마법같은 순간이 펼쳐질 때까지 오랜 시간을 운전하고 앉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스케이트 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넘어진다는 점이다. 그들은 육체적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곧바로 다시 일어나 트릭을 성공할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한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스케이터들을 새롭게 존경하게 되었다. 우리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 홀푸드(Whole Foods)에 가서 아침을 먹고, 목적지로 차를 몰고 가서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혹은 경비 요원에게 쫓겨날 때까지 트릭을 시도한 다음 다음 장소로 차를 몰고 가는 식이었다. 하루 종일 스케이트를 탄 뒤 모두 지치면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신다. 매일 같은 스케줄의 반복이다.
스트로벡: 스케이터들과 함께 SUV를 타면 어떤 기분인가... 분위기는 어떤가?
샌디: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았다. 내 생각에는 장시간 같이 차를 타면 상대방의 성격을 잘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장시간 이동 중에도 기분 나쁜 티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기분이 좋지 않더라도 혼자서 삭이고 다른 사람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모두가 잘 지냈고 문제가 생기면 열린 의사소통으로 빠르게 해결했다. 젊고 밝고 희망찬 에너지가 넘쳤다.
스트로벡: 마이애미 여행용 단톡방이 있는데, 단톡방의 분위기도 대부분 활기차고 재미있었다. 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메시지를 읽곤 했을 정도다. 우리는 파티도 자주 했고 셀카도 몇 장 올렸다. 여행이 재미있었나?
샌디: 너무 즐거워서 여행이 끝나지 않길 바랄 정도였다. 살아 있다는 실감과 젊음을 느꼈다. 특히 단톡방이 정말 재미있었다. 사람들이 서로 까내리는 게 가장 재미있었고, 포토샵으로 우스꽝스럽게 편집한 당신의 사진이 정말 웃겼다.
스트로벡: 내가 알기로는 여성이 i-D나 주요 잡지의 에디토리얼을 촬영하기 위해 함께 스케이트 여행을 떠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되어 감격스럽나?
샌디: 당연하다, 스케이트 신의 대모라고 불러달라. 하하.
스트로벡: 차를 타고 같은 지역을 여러 번 반복해서 방문해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이 일을 어릴 때부터 해 와서 익숙하지만, 스케이트 여행 촬영은 철저히 계획된 촬영과는 너무 다르다. 즉흥적인 촬영 방식이 마음에 들었나?
샌디: 나는 즉흥적인 것을 선호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미지 대부분은 매우 활기찬 순간부터 평범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계획에 없던 순간에 촬영한 것이다.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완벽한 순간이 눈 앞에 펼쳐지면 좋은 조명이나 플래시로 포착해야 한다.
스트로벡: 실라와 함께 탄 슬링샷(slingshot, 3륜 자동차)은 어땠나? 무섭지는 않았나? 엄청 무섭게 생겼던데. 나는 슬링샷을 타고 한 블록 정도 돌아봤는데, 고속도로에서는 무조건 뒤집힐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친구들과 제트 스키도 탔는데, 어땠나?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나?
샌디: 슬링샷은 실라가 운전대를 잡아서 더 무서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짜릿한 모험을 즐긴다! 무서웠냐고? 아니, 처음 1분 정도만 무서웠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액티비티들은 보통 약간의 위험이 수반한다. 제트 스키도 처음 타봤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남자아이들이 제트스키로 서로에게 계속 물보라를 일으켰다. 내가 계속 흠뻑 젖어서 특히 기억에 남고 재미있었다.
스트로벡: 바이올렛 크루는 당신이 여행에 합류해 정말 기뻐했다. 당신은 우리 크루와 정말 잘 어울렸다. 긴 여행이었지만 멋진 사진을 찍어주셔서 감사했고, 그 느낌은 지금 스케이팅이나 패션에서 볼 수 있는 것과는 정말 다르다. 스트리트 포토나 캔디드(candid) 장르의 사진처럼 느껴진다. 우리 크루와 함께 더 많은 여행을 떠날 의향이 있는가?
샌디: 프로덕션 전체가 동행하지 않는 사진 여행, 즉 매 순간 클라이언트의 간섭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공간에 올 수 있어 매우 신선했다. 모두가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가족 여행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길고 지루한 순간도 있었지만 꼭 다시 함께하고 싶다.
스트로벡: 마이애미, 특히 사우스비치를 떠올리면 봄 방학, 화려한 의상을 입은 사람들, 가짜 가슴, 긴 밤, 베르사체(Versace)의 집, 쿠바 음식, 네온 조명, 멋진 자동차 등이 떠오른다. 어땠나? 수영도 좀 했나? 하모니 코린(Harmony Korine)과 연락이 닿았더라면 멋진 걸 많이 보여줬을텐데, 미리 연락하지 못해 아쉽다.
샌디: 수영은 전혀 못했지만 물에 발을 담그긴 했다. 해변에 갈 시간이 날 때는 대개 늦은 밤이거나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중간에 잠깐 들르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 데 더 집중했다. 대신 아이들과 함께 밤 늦게까지 놀기도 했다. 어느 날 밤에는 배드 버니(Bad Bunny)의 클럽에 가서 마이애미의 진짜 밤문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허름한 옷차림과 술에 취한 사람들이 많았다. 오마라가 부즈나드의 위조 신분증을 먼저 사용해서 입장할 수 있게끔 했는데, 오마라가 문 앞에 도착했을 때 경비원이 갑자기 프랑스어로 말해보라고 요구했다. 오마라는 프랑스어를 전혀 할 줄 모르기 때문에 그와 부즈나드, 실라는 그렇게 아무 것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다. 나는 10분 정도 클럽에 들어갔다가 아이들을 남겨두고 온 것이 미안해져 일찍 나왔다.
스트로벡: 도시 곳곳의 색색의 조명이 사진 촬영하기에 정말 재미있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장소나 좋아하는 사진이 있나?
샌디: 마이애미의 밤문화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에 컬러 조명을 활용했다. 네온 조명이 비추는 인물 사진을 가장 좋아한다.
스트로벡: 마이애미에서 가장 맛있게 식사한 음식점은 어디였나?
샌디: 이름이 기억 안 나는데, 당신이 매일 밤마다 가자고 했던 그 곳이 정말 맛있었다.
스트로벡: 푸에르토 사구아 레스토랑(Puerto Sagua Restaurant). 우리 모두 카운터에 앉아 식사를 했던 날 정말 근사했다. 열다섯 명 정도 앉았는데 클래식한 옛날 분위기가 났다. 그 때 어떤 음식을 주문했나?
샌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요리는 밥, 콩, 질경이를 곁들인 치킨이었다. 그날이 내가 도착한 첫날 밤이었는데, 식당이 문을 닫기 5분 전에 도착해서 카운터 전체를 점령했던 기억이 난다.
스트로벡: 자꾸 음식 얘기를 해서 무슨 식도락가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지만, 식문화는 마이애미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마이애미의 식문화는 무슨 일이 생겨도 매일 휴가처럼 느끼게 만들어 준다... 예를 들면 조의 스톤 크랩(Joe’s Stone Crab)처럼? 버터 앤 크랩(Butter and crab)은 정말 매일 먹을 수 있다!
샌디: 조의 스톤 크랩에서 돈 엄청나게 쓴 것 알고 있다. 댄지그는 식사 후 토했고, 제트스키 크루는 마이애미 식당에서 에어컨을 너무 세게 틀어놓는 바람에 엉덩이가 얼어붙을 것 같았는데, 종업원이 식사하는 동안 몸에 두를 수 있도록 테이블 커버를 갖다 주었다.
스트로벡: 들었을 때 이번 여행을 떠올리게 할 노래가 있을까?
샌디: 새시 009(Sassy 009)와 비건(Vegyn)의 ‘Mystery Boy’.
Photography Sandy Kim
Models Seven Strong, Kyle Teh, Efron Danzig, Troy Gipson, Auguste Bouznad, Kris Brown, Kader Sylla, Mike Ward, Patrick O’Mara, Rico Abdou and Jax Effs
Thanks to the whole Violet crew, Miami friends, Lot 11 skatepark heads, Puerto Sagua Restaurant, Cardinal film lab, all the sponsors that helped make the trip happen and Sandy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