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Cars] SUV 샀는데 세단 탄 느낌… 르노 필랑트의 반전

임주희 2026. 3. 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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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급 정숙성·SUV 공간성 결합
도심주행 75% 전기모드 구현
3개 스크린·AI 음성비서 적용
앞에서 이 차를 봤을 땐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을 중심으로 구현된 그라데이션 패턴이 눈에 띄었다. 르노코리아 제공


가속 페달을 밟자 차가 조용하게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갔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세단처럼 정숙하면서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여유로운 공간도 확보한 이 차는 르노코리아의 크로스오버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르노코리아의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르노 필랑트'는 이달부터 인도를 시작한 르노 오로라 프로젝트의 두 번째 모델이다. 한국과 프랑스의 르노 디자인 센터 간 협력으로 탄생해 디자인으로 호평받은 그랑 콜레오스처럼 세련된 이미지를 풍겼다. 또 전통적인 차체 형식에서 벗어나 세단과 SUV의 특성을 고루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르노 필랑트. 르노코리아 제공


전장 4915㎜, 전고 1635㎜의 낮고 긴 차체는 SUV의 공간감과 세단의 비율을 동시에 가져갔다. 루프라인은 쿠페처럼 떨어지지만, 실내 공간은 SUV 수준으로 확보됐다. 실제로 뒷좌석에 앉으면 다리를 편하게 둘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무릎 공간과 답답함 없는 헤드룸이 체감됐다. 트렁크는 기본 633ℓ의 공간을 제공하며, 뒷좌석 폴딩 시 2050ℓ까지 확장된다.

필랑트 레터링과 함께 '별똥별'에서 기원한 차명에 어울리는 별이 그려진 후면부. 임주희 기자


앞에서 이 차를 봤을 땐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을 중심으로 구현된 그라데이션 패턴이 눈에 띄었다. 상단부는 차체와 동일한 색상으로, 하단부는 유광 블랙으로 마감돼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뒤에는 필랑트 레터링과 함께 '별똥별'에서 기원한 차명에 어울리는 별이 그려졌다.

착좌감이 부드러운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 르노코리아 제공


실내는 르노가 강조한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 콘셉트를 그대로 반영했다. 좌석은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라는 이름답게 착좌감이 부드럽다. 장시간 주행에서도 피로가 덜했다. 동급 최대 사이즈인 표면적 1.1㎡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개방감을 확 끌어올렸다.

르노가 강조한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 콘셉트가 반영된 실내. 임주희 기자


그랑 콜레오스처럼 세 개의 12.3인치 스크린이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성을 갖도록 설계된 '오픈R 파노라마 스크린'이 적용됐다. 단순히 큰 것이 아니라 사용성이 좋아서 운전자가 운전 중일 때 동승자는 앞에 놓인 스크린을 통해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에이닷 오토'가 적용되면서 기존 차량 음성인식보다 훨씬 편리했다. 자연어 대화, 차량 기능 제어, 목적지 추천 등 운전 중 손을 쓰지 않고 대부분의 기능을 처리할 수 있다.

필랑트를 타고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정숙함'이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순간 외부와 단절된 듯한 고요함이 실내를 감쌌다. 이 차에는 전 트림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이 기본 적용됐다. 여기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까지 더해지면서 도심 주행에서는 엔진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저속 구간에서는 전기모드 비중이 높아 체감상 정숙성이 더 두드러졌다. 르노코리아는 도심 주행의 최대 75%까지 전기모드로 운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같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쓰는 그랑 콜레오스와 비교해도 확실히 한 단계 위였다. 노면 소음 억제력, 엔진 개입 시 이질감, 진동 차단까지 전반적인 완성도가 올라갔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 차선을 바꾸거나 코너 구간에서도 차체가 쏠리는 느낌이 적었고, 불안감이 크지 않았다. 여기에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가 적용되면서 노면 대응도 자연스러웠다.

SFD는 주행 상황별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를 감지해 도심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안정성을 위한 최상의 차체 거동 제어 성능을 발휘한다.

르노 필랑트. 임주희 기자


필랑트는 가솔린 1.5ℓ 터보 직분사 엔진에 100㎾의 구동 모터 및 60㎾의 시동 모터를 결합했다. 시스템 최고출력 250마력, 엔진의 최대토크 25.5㎏.m를 발휘한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5.1㎞/ℓ이며, 실주행시 18㎞/ℓ는 훌쩍 넘었다.

총평을 하자면 필랑트는 세단과 SUV의 중간이 아닌, 양쪽의 장점을 균형 있게 묶어낸 결과물이었다. 세단의 정숙성, SUV의 공간성, 하이브리드차의 효율, 인공지능(AI) 기반의 사용자 경험(UX)이 차에 있는 모든 시간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같은 르노 라인업인 그랑 콜레오스와 비교하면 정숙성, 승차감, 고급감에서 확실히 우위가 느껴졌다. 그랑 콜레오스가 정통 SUV를 원하는 소비자가 찾는 차라면 필랑트는 세단의 정숙함과 승차감을 놓치고 싶지 않은 소비자를 겨냥한 모델이다.

필랑트의 가격은 테크노 4331만9000원부터 시작하며, 아이코닉 4696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9000원이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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