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카니발 라이벌인데 출시 1년 만에 단종된 희귀한 국산 미니밴!

2018년에는 꽤나 많은 부분을 변경한 2차 페이스리프트 모델 '2018 코란도 투리스모'를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티볼리로 대표되는 쌍용차의 새로운 패밀리 룩을 적용한 외관은 날렵해진 그릴과 LED 주간주행 등을 품은 헤드램프가 달라진 분위기를 주도했고, 스키드 플레이트, 더욱 커진 18인치 크롬 휠로 전작 대비 훨씬 세련된 인상으로 거듭났습니다.

헤드램프와 그릴은 더욱 날렵해졌지만 강화된 보행자 안전 규정에 대응하기 위해 보닛을 부풀리면서 쌍용차 특유의 듬직한 인상까지 그대로 의지했고 샤프해진 올 뉴 카니발과 대비되던 외관이 드디어 볼만해졌죠. 꽤나 많은 사양이 변경되어 직전 모델에 비해 상품성이 크게 개선됐지만 가격 인상은 거의 동결에 가깝게 최소화한 것도 좋은 부분이었는데, 이번에도 타이밍 조절 실패로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또 가격이 동결된 이유 역시 문을 열자마자 바로 찾을 수 있었습니다.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앞좌석 통풍 시트, 스마트 미러링이나 애플 카플레이 등 최신 폰 커넥트 기능까지 지원해 편의성을 높이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십수 년 전 로디우스와 별반 다르지 않은 센터페시아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기에 충분했어요. 2004년 아버지가 타시던 로디우스의 느낌을 굳이 2018년 출고하는 신차에서 받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과거에 머물러 있는 투박한 마감과 소재감도 그 사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었죠.

무엇보다 사이드 및 커튼 에어백에 무릎 에어백까지 기본 사양으로 달려 나오는 시기에 달랑 앞좌석 듀얼 에어백, 그나마 커튼도 아니고 사이드 에어백마저 옵션으로 선택해야 되는 부분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 차가 패밀리카로 사용되는 미니밴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었어요. 커튼 에어백도 없는 마당에 차선이탈 경고, 긴급제동보조 같은 능동형 안전장치는 기대조차 할 수 없었죠. 가뜩이나 차도 큰데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기껏해야 '샤토'에만 넣어놓은 것도 아쉬웠고요.

파워트레인 역시 동결, 한편으로는 수출형 렉스턴에 올라간 2.0L 가솔린 터보 사양이 추가되길 내심 기대했는데 이변은 없었습니다. 물론 판매량이 의미있게 늘어나진 않았겠지만 특유의 매력적인 승차감에 가솔린 엔진의 정숙성이 더해졌다면 좋은 시너지를 일으켰을 것 같은데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디젤 파워트레인에 대한 선호도가 갈수록 낮아지는 데다 카니발의 대 배기량 가솔린 엔진에 부담을 느끼는 일부 소비자를 흡수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길에서 보신 분들은 많지 않을 거예요. 출시 1년 만에 단종됐기 때문입니다. 부분 변경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었고 나날이 강력해지는 배출가스 규제까지 발목을 잡으니 쌍용에서도 더 이상 손을 쓰는 게 무의미했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코란도 투리스모는 로디우스를 뜯어고친 높은 수준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었지만, 출시 초 쌍용차는 이 차를 로디우스의 후속 모델로 강력하게 어필했고 그 전략이 통하면서 직전 모델 대비 판매량이 10배가량 뛰어오르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특히 신차로 판매될 당시 국산 4륜구동 MPV는 이 차와 '그랜드 스타 렉스'를 빼면 전무했기 때문에 SUV를 따라갈 수 있는 유일한 가족형 미니밴으로 캠핑, 낚시 등 아웃도어 열풍을 타고 소소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거친 환경의 울릉도에서는 택시로 쓰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골을 우리다 못해 냄비까지 태워버린 걸까요? 이후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전작인 로디우스의 전철을 그대로 밟았습니다. 그 사이 모델 체인지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비싸지는 카니발에 비해 가격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뛰어난 가성비를 내세웠고 현재 팔리는 카니발에도 없는 4륜구동을 내세웠고 꾸준한 수요를 형성하긴 했지만, 깊숙이 배어 있는 로디우스의 향기를 완전히 지워내는 데는 실패해 판매량이 급격하게 떨어졌죠.

다행히 로디우스처럼 달리다가 주저앉아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어졌지만, 그 외에 고질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소비자들을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출시장에서도 전작의 이름 그대로 로디우스와 스타빅, 일부에서는 투리스모로 이름을 변경했지만, 역시나 출시 초에만 반짝했을 뿐 처참한 성적을 이어갔죠.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이대로 끝내기엔 아쉬웠는지 쌍용차는 완전한 후속 모델인 'A200'을 전륜구동 플랫폼으로 준비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감을 품었지만, 역시나 회사가 온갖 풍파에 휩쓸리면서 진행이 무기한 고려됐죠.

다행히 'KG모빌리티' 체제로 전환된 지금 다시 미니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으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지금까지 비운의 MPV 쌍용 '코란도 투리스모'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세단, SUV, 미니밴의 장점만을 한 대 모은 듯한 훌륭한 컨셉으로 출발해 기아 카니발이 불을 지핀 미니벤 시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쌍용 자동차의 집안 분위기처럼 여러가지가 뒤엉킨 혼란스러운 상품성으로 많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진 못했죠.

그래도 독보적인 4륜구동의 든든함, 매력적인 승차감으로 탄탄한 매니아층을 확보했고 캠핑, 차박 등 레저 열풍에 힘입어 가성비 좋은 중고차로 재조명받기도 하면서 지금도 수많은 가족의 발이 되어주는 든든한 미니밴으로 도로 위를 누비고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해당 유튜브 채널의 이용 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움도 많았지만 회사의 주인이 숱하게 바뀌는 어수선한 분위기, 만성적인 자금난으로 개발비조차 제대로 조달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던 쌍용차 실무진의 노력이 돋보이는 모델이었어요. 과연 후속 모델 'A200'은 예정대로 도로 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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