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울면서도 측근을 처벌한 이유…믿음을 주는 단 하나의 방법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10. 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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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중국 춘추시대 5패 중 한 명인 진문공(晉文公)의 일화는 앞의 회차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군주 자리를 놓고 벌어진 다툼에서 밀려 19년 동안이나 중원 각지를 방랑하며 망명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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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자-정치적 인간의 우화] 춘추 5패 진문공이 총애하는 전힐의 등을 벤 이유 (글 : 양선희 소설가)
 

지피지기 백전불태! 친중(親中), 반중(反中)을 넘어 극중(克中)을 위한 지식충전소! 진짜 중국을 만나러 갑니다!
 

중국 춘추시대 5패 중 한 명인 진문공(晉文公)의 일화는 앞의 회차에서도 다룬 적이 있습니다. 군주 자리를 놓고 벌어진 다툼에서 밀려 19년 동안이나 중원 각지를 방랑하며 망명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하죠. 한식의 유래를 만든 개자추와의 일화도 앞에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어쨌든 문공은 진나라 군주 중에선 가장 앞줄을 차지하는 명군으로 꼽힙니다. 또 패자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말이기도 하고, 나라를 굳건히 성장시켰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한비자>에는 그가 패자로 가는 길의 첫 관문에 대한 일화가 있습니다.
 
#1
진문공이 호언과 묻고 답했다.
"나는 달고 살찐 고기를 당상의 신하들과 두루 나누고, 소 한 마리를 잡으면 온 도성 안에 골고루 나눴으며, 연간 새로 들어오는 옷감으로 병졸들의 옷을 해 입혔소. 이제 백성들을 전쟁에 내보낼 만하오?"
"부족합니다."
"나는 관과 시장의 세금을 줄이고, 형벌을 너그럽게 했소. 그것으로 백성을 싸우게 할 수 있겠소?"
"부족합니다."
"내 백성이 상을 치를 때 비용을 대주게 하고, 친히 낭중에게 일러 일을 돌봐주게 했으며, 죄가 있는 자들을 용서하고 빈궁하고 부족한 자들에게 나누어 주었소. 그것으로 백성을 싸우게 할 수 있겠소?"
"부족합니다. 이 모든 것은 생계를 지키는 것입니다. 전쟁에 내보내는 것은 죽이는 것입니다. 백성들이 공을 따르는 것은 생계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공이 이를 빌미로 죽음으로 보낸다면, 이는 공을 따르게 하는 이유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전쟁에 나가도록 할 수 있겠소?"
"전쟁에 나가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전쟁에 나가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어떻게 말이오?"
"신상필벌입니다. 전쟁에 임하도록 하는 것은 그것으로 족합니다."
"형벌의 끝은 어디까지여야 하오?"
"친하고 신분이 높은 자들을 피하지 말고, 아끼는 자에게 법을 집행하십시오."
"알겠소."
진문공은 다음날 포륙에서 사냥을 명하며, 시간을 정오로 정하고 시간에 늦는 자는 군법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때 문공이 총애하는 자 중에 전힐이라고 있었는데, 그가 늦어 관리가 죄를 청하자 문공은 눈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관리가 말했다.
"일을 집행하도록 해주십시오."
마침내 전힐의 등을 베어서 백성들에게 돌려가며 보이면서, 법을 확실히 집행한다는 것을 믿도록 했다. 이후 백성들은 모두 두려워하며 말했다.
"군주가 전힐을 대단히 귀중하게 여겼는데 군주는 법을 집행하였다. 하물며 나에게는 어떠하겠는가."
문공은 백성들을 싸움터로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이때에 마침내 군사를 일으켜 원나라를 정벌하여 이겼다. 또 위나라를 쳐서 동서로 길을 내어 통하게 하고, 오록 땅을 취했다. 양을 공격하고, 괵을 이기고, 조를 쳤다. 남쪽으로 정나라를 포위해 성벽을 무너뜨렸고, 송나라에 대한 포위를 풀어 되돌아와 초나라와 정복에서 싸워 초나라가 크게 패하게 하고, 돌아오는 길에 천하의 맹주가 되었다.
한번 일어나 여덟 개의 공을 세운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라 호언의 지모에 따르고 전힐의 등을 베었기 때문이다.

참 참혹한 일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례는 역사에 꽤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제갈량의 '읍참마속'도 같은 부류의 이야기입니다. 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으려면 법의 기강을 서야 하고, 법의 기강을 세우는 것이 군주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들입니다. 백성들 사이에 법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옛사람들도 알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법에 대한 믿음을 세우기 위해 문공이 전힐의 등을 베고, 제갈량이 마속을 참한 것입니다.

'법의 공정성'이란 구호로만 끝나선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사람들이 믿어야만 비로소 나라의 기강을 세우고 질서를 잡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최고 권력자가 법 앞에서 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친소관계를 떠나 법은 반드시 지키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군주부터 공정성을 증명해야 사람들이 법을 신뢰하기 시작하니까요.

죽음까지 내리지 않더라도 태자의 잘못도 법대로 처리한 관리를 높이고, 태자를 망신 준 초나라 왕도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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