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인에게 물어본 몽골인 시력의 비밀
이 영상을 보라. 하늘이 온통 뿌옇고 비가 오는 흐린 날씨. 바로 앞의 파도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흔들리는 배 위에 두 명의 몽골인들이 섰다. 배의 형체조차 보이지 않는데 건너편 배에 쓰여 있는 한자를 맞추는 도전.
몽골인은 무려 1500m 거리에서 5개를 다 맞췄는데, 어떻게 그렇게 멀리 있는 글씨가 보일 수 있지? 유튜브 댓글로 “몽골인들의 시력은 왜 이렇게 좋은 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몽골 안과에서 쓰는 시력검사표라고 하는데 ‘ㅌ’ 모양글자가 사방으로 어지럽게 쓰여 있다. 한국에서 쓰는 숫자판이랑은 다른데. 글자를 읽지 못하거나 아직 다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표라고 한다.
오른쪽이 뚫려있는 E 모양은 이예(yie), 위쪽이 열려있는 이건(ш) 몽골 알파벳으로 이시(ish), 왼쪽이 뚫려있는 건 숫자 3으로 읽는다고 한다. 글자를 모르면 손가락 3개로 모양을 만들어 검사한다.
이렇게 검사해서 나오는 몽골인들의 시력은 2.0을 넘고 심지어 3.0 이상인 사람들도 흔하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어릴때 시력이 엄청 좋았다가 자라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많은데, 몽골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 시력을 찾기가 더 어렵다고.
서울 동대문에 있는 몽골타운을 방문해 왜 이렇게 시력이 좋은지 물어봤다. 한국에 산 지 13년째라는 몽골인 게렐토야님의 설명.
[게렐토야씨]
“(저는) 시력이 2.2 … 여기 몽골이 너무 넓어요. 초원이 너무 넓어서 시력이 다 우리 멀리 보게 돼요. 지금 이렇게 하늘 보게 돼요. 하늘, 산 멀리 보게 돼서 시력이 좋아요”
흔히 몽골 하면 드넓은 초원이 떠오르는데, 늘 멀리 보다 보니 시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 게렐토야님은 한국에 건물들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이곳에 살면서 눈이 나빠졌다고 한다.
[게렐토야씨]
“안 좋아졌어요. 맞아요. 한국에 와서 특히 완전 안 좋아졌어요. 한국이 눈이 멀리 못 봐요. 가까이 보게 돼서 처음에 왔을 때 눈이 너무 피곤했어요. 너무 아프고 멀리 보고 싶어서 산도 찾아갔어요.”
몽골에 쭉 사는 게렐토야님 아버지는 시력이 무려 3.0이라는데 한국에 놀러 왔을 때도 멀리 있는 게렐토야님을 너무 쉽게 찾았다고 한다 시력이 좋으면 간판이나 길 찾기도 쉽다고 하는데 너무 부럽다.
[게렐토야씨]
“아직도 우리 아버지 한국에 잠깐 왔다가 가요. 아버지 시력이 너무 좋아서 제가 어딘가 길 잃어서 ‘아버지 어디 있어요?’ 이렇게 했더니 저기서 완전 멀리서 저 보고 있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시력이 다 좋다 보니 몽골에서는 안경을 끼면 오히려 놀림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에 허리 치료를 받으러 울란바토르에서 왔다는 몽골 외교관 투굴두르(Tuguldur)씨에게도 물어봤다.
[투굴두르씨]
“몽골인들의 15%가 안경을 껴요. 학교에서 안경을 끼면 놀림을 받곤 하죠."
게렐토야님에 따르면 몽골은 스넬런 시력표(Snellen)를 사용하는데 6/3, 6/6, 6/15 등으로 표기한다고 한다.
6/15는 남들은 15미터에서 보이는걸 5미터에서야 보인다는 것으로 시력이 나쁘다는 걸 의미한다.
어쨌든 분수를 소수점으로 표기하면 한국에서 보통 쓰는 10진수와 같아져 시력 0.4를 의미한다. 결국 분수를 쓰냐 소수점을 쓰냐의 차이. 몽골국립대학원 자료를 보면 몽골인의 평균 시력은 2.03으로 한국인 평균인 1.07보다도 1.0 정도 높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마트폰, 티비의 영향으로 몽골 사람들의 시력이 나빠지고 있다고도 한다. 특히나 어린아이들의 눈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고 하는데.
거기에 더해 몽골은 한겨울에 날씨가 영하40도까지 가기 때문에 김이 서리는 것이 불편해 여전히 안경 착용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다.
몽탄신도시라 불릴만큼 한국을 닮으려하고 한국 기업들도 많이 진출한 몽골에선 요즘 시력교정을 받으러 한국 안과에 오는 몽골인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투굴두르씨]
“왜냐면 좋으니까요. 가격도 착하고 품질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