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전 무명→지금은 MVP 유력' 축구-야구 뒤흔든 '듣보'의 반란 [스한 위클리]

이재호 기자 2025. 8.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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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5시즌이 시작하기 전인 2월로 돌아가 '올시즌 K리그 MVP는 전진우가 유력하고 KBO리그 MVP는 안현민이 유력하다'고 예언했다면 어떤 반응일까?

아마 축구와 야구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결같이 '무슨 소리야' 혹은 '그게 누군데'라는 반응이었을 것이다.

그렇다. 2025시즌 K리그의 가장 유력한 MVP후보인 전진우(25·전북 현대)와 KBO리그 유력 MVP 후보인 안현민(21·kt wiz)은 반년전만 해도 무명이었지만 축구와 야구 시즌 2/3를 지나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는 축구-야구 팬들에게 있어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는 대반전의 선수가 됐다.

듣도 보도 못한 '듣보' 선수들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살펴본다.

실패한 유망주에서 반년만에 K리그 득점 1위-MVP 유력선수가 된 전북 현대의 전진우(왼쪽)와 야구팬들도 모르는 선수에서 반년만에 MVP급 선수가 된 kt wiz의 안현민. ⓒ연합뉴스

▶실패한 유망주, EPL 감독 만나 MVP 유력

축구팬들에게는 개명전인 '전세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전진우. 매탄중-매탄고를 졸업해 10대에 프로 데뷔한 수원 삼성의 '성골 유스'로 기대받았던건 맞다. 그러나 스무살에 접어든 2년차부터 그의 빛나던 재능은 사라졌다.

2년차에 20경기 무득점으로 실망시키더니 상무로 입대했지만 상무에서 2년간 고작 2경기 출전에 그쳤다. 심지어 상무에서 교통사고까지 당해 무릎 후유증까지 앓았고 전역 후 수원에서 8경기 0골로 촉망받던 유망주는 3년간 무득점의 부끄러운 공격수가 됐다.

2022년 K리그 25경기 6골 3도움으로 부활의 기미를 보이는가했지만 2023시즌 21경기 1골 1도움에 그치며 수원 삼성의 2부 강등의 원흉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2부리그를 가서도 16경기 1골 1도움으로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수원은 전진우를 포기하듯 전북 현대로 보내버린다.

전진우는 지난해 여름, 전북에 가서도 12경기 2골로 환경을 바꿔도 크게 반등하지 못하며 이대로 '한때 기대받았던 유망주' 정도로 프로 커리어를 보내는 평범한 선수로 남는가했다.

하지만 2025시즌을 앞두고 전북은 EPL 감독 출신에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위해 면접까지 봤던 거스 포옛에게 사령탑을 맡긴다. 이 변화는 전진우라는 실패한줄 알았던 유망주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다.

빠른발이 장점이었던 전진우는 포옛을 만나 그 스피드를 강약 조절을 하며 쓸 수 있게 됐고 예전에는 밀면 날아갔던 몸싸움에서도 큰 개선을 보였다. 여기에 지속된 부진 속에 위축됐던 자신감이 다시 살아나 적극적인 일대일 돌파와 양발 슈팅으로 2025시즌 24경기12골 2도움으로 K리그 득점 1위로 거듭났다. (8월13일까지)

특히 지난 5월말에는 16경기만에 11골을 넣었는데 이는 전진우가 프로 통산 7년간 넣었던 득점 숫자인 11골과 같았다. 이런 활약으로 인해 생애 첫 국가대표에 선발되는건 물론 소속팀 전북 역시 21경기 무패(16승5무)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으로 2위 대전 하나시티즌과 무려 승점 15점차의 압도적 리그 1위로 우승이 유력한 상황이다.

좋은 지도자를 만난 '실패한 유망주'는 이제 우승과 MVP가 유력한 국가대표 선수가 됐다. 6개월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축구계의 변화다.

ⓒ연합뉴스

▶무명의 안현민, 폰세에 대적할 MVP 적수로

앞서 언급한 전진우는 그래도 어린시절 이름 날리던 유망주였고 인기팀 수원 삼성 소속이었기에 '잊힌 유망주' 정도였다.

하지만 안현민은 다르다. 올시즌전만 해도 냉정하게 kt 팬들 중에서도 안현민의 이름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됐을까. 2022년 2차 4라운드에 kt에 지명된 안현민의 그해 순번은 38번. 100명이 뽑혀 38번째로 뽑혔으니 높다가 볼 수 있지만 매해 100명이 뽑히는데 고작 38순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 현실.

게다가 고졸이었던 안현민은 지명후 3개월만에 군대를 갔고 프로 경력이 적어 상무에 가지 못하고 양구 21사단 일반 사병(취사병)으로 복무하다보니 kt 팬들에게 더 잊힌 선수일 수밖에 없었다.

군 전역 후 2024년, 안현민은 1군 16경기 타율 0.200에 그쳤고 대부분을 2군에서 보냈다. 올시즌 역시 4월초까지 2군에서 보내다 일주일가량 1군에 콜업됐지만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이렇게 흔한 2군선수로 끝나나했던 안현민은 4월30일 다시 kt 1군의 부름을 받았고 여기서부터 그의 역사, KBO리그 역사에 지각변동이 일어난다.

5월1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두산의 특급 마무리 투수인 김택연을 상대로 9회 동점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시즌 첫 홈런을 신고한 안현민. 이때부터 안현민의 전설이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타율, 출루율, 장타, 홈런 등 대부분의 지표에서 '배리 본즈'급 활약을 이어간 안현민은 지난 8월2일 경기를 통해 규정타석에 진입했고 타율 0.365 출루율 0.476 장타율 0.642로 해당 부분 모두 KBO리그 1위로 차트인했다.

안현민은 아무래도 5월부터 1군에서 본격적으로 뛰다보니 누적 기록 부문에서는 부족하지만, 비율 기록 부문에서는 압도적 리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25년의 안현민은 1993년 양준혁, 2006년 류현진을 소환하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루키시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제 안현민은 '개막 최다 15연승-최소 경기 200탈삼진'을 기록한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와 함께 'MVP 2파전'을 펼치고 있다.

흔하디 흔한 2군 선수에서 리그 MVP 후보까지 4개월여만에 환골탈태한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소속팀 kt 이강철 감독은 "밖에서는 '로또 맞았다'고 하지만 저는 안현민을 보면 '노력한만큼 가져가는 선수'라고 본다. 밖에서는 안현민이 얼마나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지 잘 모를거다. 하지만 이 친구는 스스로 정말 엄청난 노력을 하는 선수다. 말 못할 정도로 대단한 자기 노력을 하고 관리를 한다"며 "일각에서는 '반짝 활약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을거다. 물론 지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구안이 좋고 노력하고 야구를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 좋은 선수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월까지만해도 진성 야구팬들이라도 이름도 몰랐던 '안현민'은 이제 국내 최고 인기종목 프로야구 MVP를 두고 경쟁하는 국민적 스타가 됐다. 알다가도 모를 스포츠 선수들의 인생이다. 

ⓒ연합뉴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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