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잔고만 100조라더니.." 엔비디아와 손잡고 테슬라 노리는 '이 기업'

글로벌 IT 업계의 시선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로 일제히 쏠렸습니다.

LG그룹 최고 경영진이 총출동해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친선 도모나 원론적인 수준의 업무협약이 아닙니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차세대 AI 정의 차량(SDV) 플랫폼을 정조준한 대형 프로젝트입니다.

LG 구광모 회장과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사진=LG그룹

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의 치열한 소프트웨어 전쟁이 한창인 지금, LG는 왜 엔비디아를 찾아갔을까요?

그 이면에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거대한 밑그림이 숨어 있습니다.

수주 잔고 100조 원의 거인, 무엇을 만들어 왔을까?

오늘날 LG를 단순한 가전 제조사로 기억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자동차 부품을 담당하는 LG전자 VS사업본부는 2022년 첫 흑자 전환을 달성한 이후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습니다.

연간 매출은 11조 1,357억 원, 영업이익은 5,590억 원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했습니다.

확보해 둔 전장 사업 수주 잔고만 무려 100조 원에 달합니다.

벤츠 MBUX 하이퍼스크린 /사진=Mercedes-Benz

이 막대한 수주의 중심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모듈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MBUX 시스템과 랜드로버의 PIVI Pro 인포테인먼트가 LG의 손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와 원격 제어의 핵심인 텔레매틱스 모듈은 전 세계 신차 4대 중 1대에 탑재되는 세계 1위의 위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차체 빼고 다 만든다? 숨겨진 하드웨어 제국

LG의 모빌리티 역량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머물지 않습니다.

인수한 오스트리아 조명 전문사 ZKW는 BMW의 지능형 램프와 포르쉐의 첨단 매트릭스 LED인 PDLS 플러스를 독점 공급하고 있습니다.

볼보 EX30의 가변형 토르의 망치 헤드램프 역시 이 회사의 정밀 기술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ZKW 지능형 가변 헤드램프 /사진=Volvo

여기에 LG마그나의 전기차 모터와 인버터, 글로벌 최상위권 점유율을 지키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더해집니다.

LG디스플레이는 캐딜락과 벤츠의 대화면 커브드 화면을 도맡고 있으며, LG이노텍은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용 카메라와 고성능 레이더 센서를 생산합니다.

차체 섀시를 제외하면 전기차 한 대를 완벽히 구성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이미 그룹 전체가 손에 쥐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완벽해 보이는 신체 구조에는 치명적인 빈자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센서가 읽어 들인 도로 상황을 초고속으로 판단하고 차선을 스스로 바꿀 '두뇌', 즉 고성능 자율주행 반도체와 운영체제가 빠져 있었습니다.

1,000TOPS 토르 칩과 14개 센서, 무엇이 달라질까?

LG가 엔비디아와 손을 잡은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글로벌 표준으로 통하는 '드라이브 하이페리온(Hyperion)'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완성차 제조사가 맨땅에서 개발할 필요 없이, 정해진 센서 규격과 컴퓨터 칩을 그대로 탑재하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든 청사진입니다.

엔비디아 하이페리온 표준 아키텍처 /사진=NVIDIA

새롭게 공개된 차세대 '하이페리온 X' 표준은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초당 1,000조 회 이상 연산이 가능한 엔비디아 '드라이브 토르(Thor)' 차세대 칩셋을 중앙 컴퓨터로 채택했습니다.

여기에 외부 카메라 14개, 고성능 레이더 9개, 라이다 1개, 초음파 센서 12개와 실내 카메라 4개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레벨 4 수준의 고도 자율주행을 지원합니다.

엔비디아가 이 강력한 두뇌와 소프트웨어 규격을 제공하면, 하이페리온 표준에 필요한 14개의 카메라와 레이더 센서, 통신 모듈과 디스플레이는 LG가 원스톱으로 공급하게 됩니다.

폭스바겐의 20조 실패, 완성차가 턴키 플랫폼에 주목하는 실익

이 결합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가져올 파급력은 상상 이상으로 큽니다.

폭스바겐은 소프트웨어 자체 개발을 추진하다가 수년간 2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 손실을 냈고, 주요 신차 출시가 줄줄이 연기되는 쓰라린 아픔을 겪었습니다.

카메라 데이터와 프로세서의 신호 규격을 맞추고, 다중 센서 간 0.01초 미세 오차를 잡아내는 통합 작업은 기계 중심 완성차 업체들에게 거대한 장벽이었습니다.

엔비디아 드라이브 토르 칩셋 /사진=NVIDIA

LG와 엔비디아의 연합은 완성차 제조사에 시동 키만 꽂으면 작동하는 '턴키(Turn-key)' 통합 플랫폼을 제안합니다.

소프트웨어 칩셋만 판매하는 퀄컴과 달리, LG는 칩과 소프트웨어에 센서와 램프, 모터, 배터리까지 완벽히 조율된 패키지로 일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완성차 기업은 막대한 소프트웨어 개발 실패 위험을 피하고, 차체 설계와 브랜드 디자인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실질적 이점을 얻게 됩니다.

실제 운전자 입장에서도 기술의 진보는 즉각적인 편의성으로 이어집니다.

도심 정체 구간이나 장거리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고 차선 변경과 속도 조절을 온전히 차에 맡기며, 대화면 인포테인먼트로 실시간 경로 정보를 편안하게 확인하는 여유로운 이동이 일상화될 전망입니다.

100조 네트워크가 열어젖힐 보편화된 자율주행의 내일

물론 통합 플랫폼의 양산 일정과 첫 탑재 고객사 확정이라는 실질적인 과제는 남아 있습니다.

경쟁사인 퀄컴이 BMW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고, 삼성전자와 하만이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LG가 지난 10여 년간 쌓아 올린 100조 원의 탄탄한 수주 잔고는 이미 전 세계 유수 브랜드들과 두터운 신뢰를 구축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LG 엔비디아 SDV 플랫폼 핵심 요약

LG는 이미 부품을 공급받고 있는 충성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가장 강력하고 검증된 차세대 자율주행 풀패키지를 제안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 있습니다.

테슬라 FSD의 독무대로 여겨졌던 고도화된 자율주행과 AI 기반 차량 제어가 머지않아 더 많은 제조사의 대중적인 신차로 폭넓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포츠 나파가죽 스티어링 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