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 싹 빠졌죠" 용인서 '9억 아파트' 불티나게 팔린 이유
[땅집고] “20년 후에나 들어올 삼성 반도체 산업단지, 반쪽짜리 노선에 불과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호재보단 특례보금자리론 영향이 컸죠. 호황기 때 15억원씩 하던 매물이 2021년 침체기를 맞으며 거래가 뚝 끊겼다가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된 올 초부터 9억원대에 아파트가 수십채 씩 팔려나갔어요. 급매가 사라지고 조금 반등한 건데, 거래량이 따라주지 않으면 이 가격대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예요.” (경기 용인시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해부터 침체에 빠졌던 경기 용인시 일대 아파트 가격이 최근 들어 수억원씩 반등해 눈길을 끈다. 지난달 경기 용인수지구 성복동 ‘성복역롯데캐슬골드타운’ 전용 84㎡(이하 전용면적)가 11억4800만원에 실거래돼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2021년 14억9500만원에 팔려 15억원 돌파를 넘보던 이 주택은 작년부터 가격이 빠지기 시작해 올 2월 9억5000만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4월 이후 예전 가격을 점점 회복하기 시작해 현재 호가가 15억원대에 이른다. 이 단지 주변 아파트들도 전부 4월 이후부터 가격이 1억~2억원씩 상승했고 거래량도 늘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용인시에 잇따른 개발 호재가 반영됐단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에선 정부의 대출 부양책이 용인시 집값 반등에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기존 보금자리론에 안심전환대출, 적격대출 등 정책 모기지를 통합한 특례보금자리론을 출시했다. 3%대 저리로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면서 출시 후 두 달여 만에 재원이 78% 소진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 재원이 바닥나면 용인 등 일부 지역에서 반등했던 집값이 가라앉는 등 경착륙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 한 달 새 2억원 상승 용인 아파트 “특례보금자리 효과 커”
용인 수지구 성복동 일대는 아파트가 많이 몰려있고 강남으로 곧장 연결되는 신분당선이 주택가 한 가운데 놓여 지난 부동산 호황기 집값이 크게 급등했던 지역이다. 하지만 침체기였던 지난해에는 집값이 수억원 하락하고 거래량도 뚝 끊겼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용인 수지구는 작년 1년간 거래량이 2965건에 그쳤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의 8175건과 비교하면 반토막도 안 될 정도로 침체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올 1월부터 5월 현재까지 수지구 아파트 거래량은 1655건으로 작년의 절반을 넘어섰다. 특히 2월 이후부터 200건이 안되던 거래량이 400건대로 크게 증가했다. 4월부터는 아파트값도 수억원씩 상승했다. 성복동 ‘버들치마을 성복자이 2차’ 157㎡는 지난 4월 10억6000만원에 팔려 지난 3월보다 2억1000만원 상승했다. 이 주택은 지난해 초 13억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지만 호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져 올 초 8억원대에 팔렸다. ‘버들치마을 성복힐스테이트 1차’ 134㎡도 지난 4월 9억2000만원에 거래돼 전달 7억5000만원에 팔린 것보다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 일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일차적으로 잇단 개발 호재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3월 정부는 경기 용인 남사읍 710만㎡(215만평) 일대에 300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042년까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장 5개를 지을 계획이다. 또 용인 기흥구 보정동 일대 273만㎡(약 82만평)에는 첨단 자족도시 용인플랫폼시티, GTX 용인역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개발 소식이 알려지면서 용인에서 입지가 우수한 성복동 일대에 수요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현지에선 정부의 대출 부양책이 호재보다도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박명순 성복동 자이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5억원이었던 아파트가 9억원까지 하락한 것은 단순 하락이 아니다, 정부가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그 상한선에 맞춰 거래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된 3월부터 용인 일대 아파트가 9억원대에 수십 채 거래됐고 급매가 사라졌다”고 했다.
성복동 롯데캐슬부동산 관계자는 “급매가 전부 빠진 시점에 용인시에 각종 호재가 터져 나오면서 4월 들어선 가격이 좀 더 올랐다”며 “현재는 매물이 다 소진됐는데, 거래가 계속 이어지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거래가 한 두 건에 그쳐 현재로선 반등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했다.
■ “집값 반등 일시적…특례보금자리론 소진되면, 집값 다시 하락”
4월 이후 갑작스러운 집값 반등은 용인뿐만 아닌 경기 남부 주요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초까지 하락세였던 경기 남부지역 아파트값 변동률이 5월 둘째주 상승 전환했다. 성남 수정구(0.15%)와 중원구(0.04%)는 지난주 각각 -0.02%에서 이번 주 0.02% 올랐다. 용인시는 반도체 특수가 있는 처인구(0.27%), 용인 수지구(0.01%)가 2주 연속 상승했다. 수원시(0.05%)와 광명시(0.16%)도 이번 주 상승세를 보였고, 화성(0.14%)과 오산(0.09%), 평택(0.08%), 하남(0.15%) 등도 하락을 고전하다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반등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 경기가 호전될 만한 요인이 전혀 없다, 지방 미분양에서 비롯되는 금융 불안 요소가 더 많다”고 했다. 이어 “대출 여력이 있거나 여유 자금을 보유한 수요자에 한해 일시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인데, 가격이 오른다고 능력 밖의 대출을 받아 함부로 집을 사선 안 된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데다 재원도 소진됐기 때문에 머지않아 다시 가격이 가라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글=김리영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