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주는 대통령 부인?”…나라 뒤흔든 주가조작사건, 모든 게 이날 시작됐다 [저격]
※45화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시작, 46·47화는 전개, 48화는 마무리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저격-46]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대신 ‘내부 레드팀’ 형식의 검토를 거쳐 사건을 최종 처분할 방침입니다. 이번 주 초 수사팀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최종 결과 보고를 한 뒤 오는 17일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수심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지방검찰청 검사장은 심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에게 서면으로 수심위 소집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수심위 대신 검찰 내부 의견을 수렴해 법리적 판단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검찰 외부 전문가들의 권고안이 수사팀 결론과 엇갈릴 경우 자칫 불필요한 논란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김 여사를 최소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라도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검찰은 김 여사를 불기소하는 데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화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선수’로 활동한 이정필씨를 검거했습니다.
이씨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였던 김건희 여사의 10억원 신한증권계좌를 맡아 관리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했습니다.
심사를 마친 권 회장은 ‘혐의 인정 여부’, ‘김건희씨와의 관계’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떠났습니다. 이날 심사에서 검찰과 변호인 양측은 프레젠테이션으로 범죄사실에 대한 공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주가 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권 회장이 주변에 호재성 정보를 알려주면서 주식 매매를 유도한 뒤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매수 주문을 허수로 내거나, 외부 세력을 동원해 주가를 띄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권 회장과 공모해 주가 조작에 가담한 투자회사 대표 이모씨 등 ‘선수’ 3명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전달 25일과 그 달 5일 각각 구속기소됐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과정에서 돈을 대는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고발장을 접수해 해당 의혹을 수사했습니다. 다만 권 회장의 영장 청구서에는 김 여사와 관련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1년 12월, 검찰은 권오수 회장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습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검사 조주연)는 김 여사에 대해 소환 통보를 했고,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 회장은 2008년 말 도이치모터스 우회 상장 이후 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자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속칭 ‘선수’ 이모씨(구속 기소) 등과 공모, 91명 157개 계좌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김 여사는 이 과정에 이른바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습니다.
앞서 김 여사 관여 의혹의 근거가 된 경찰 내사보고서에는 김씨가 2010년 2월께 당시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10억원이 들어있는 증권계좌를 권 회장 소개로 만난 이씨에게 맡겼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은 권 회장 기소 당시 “이씨의 진술서 등은 이 사건 수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그간 당시 윤 후보 측은 “(김 여사가) 윤 후보와 결혼하기도 전에 주식전문가로 소개받은 사람에게 거래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회수했다”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한편 검찰은 김 여사의 ‘전시기획사 협찬 등 관련 고발사건’도 수사를 이어갔습니다. 김 여사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를 운영하며 수사선상에 오른 회사들로부터 협찬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코바나컨텐츠가 주관한 행사에 기업들이 수사·재판 관련 편의를 위해 협찬을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부분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도 진행했지만 청탁금지법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검찰의 대응이 주목됐습니다. 검찰 주변에서는 김 여사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사건이 종결될 가능성도 흘러나왔습니다. 검찰은 그동안 “국민적 의혹이 있는 주요 인물 등의 본건 가담 여부는 계속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혀왔지만,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의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2010년 5월 이후에도 김 여사의 주식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활발히 거래됐고, 이 거래들은 윤석열 당시 후보 측이 경선에서 공개한 신한증권 계좌가 아니라 DS·대신·미래에셋 등 다른 증권사 계좌로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0년 10월부터 2011년 3월까지 확인한 거래 횟수는 40여 차례였습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단이 시세조종에 이용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계좌는 모두 150여 개에 거래량은 1600만주, 거래 금액은 646억여 원이라고 공소장에 적시했습니다. 범행 기간은 2009년 12월 23일부터 2012년 12월 7일로 되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김 여사의 계좌에서 거래된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146만 주로 50억 원어치였으며, 거래금액으로 보면 전체의 7.7% 규모였습니다.
김 여사의 계좌 주식 거래는 검찰이 주가 조작 1단계와 2단계로 지목한 시기에 이뤄졌는데, 이른바 ‘선수’가 개입해 주가 조작의 재료를 모았다는 1단계엔 신한증권 계좌가 주로 주식을 사는 데 이용되었다가, 이후 통정매매 등 비정상적인 거래로 주가가 2000원 대에서 8000원대로 뛴 2단계에선 다른 증권사 계좌로 매도와 매수가 반복됐습니다.
검찰은 김건희 여사 계좌의 의심스러운 거래가 2012년 11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는 10년으로 아직 지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2022년 1월 김건희 여사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김건희 여사에게 비공개 소환을 통보했지만, 당시 김건희 여사는 대선 후에야 소환조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22년 4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의 5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전직 증권사 직원 A 씨가 권 전 회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과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식 호가장을 공개했습니다.
검찰이 공개한 기록에 따르면 A 씨는 2012년 7월 권 회장에게 ‘혹시 주변에 물 타실 분이 있으면 방어라도 해 달라’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곧 권 전 회장은 김 여사 계좌로 도이치모터스 주식 1500주를 매수했습니다. A 씨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맞느냐는 검찰 질문에 “제가 부탁하니 샀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A 씨는 “1500주면 (다 합쳐) 500만 원 정도”라며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A씨가 권 전 회장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3300원 정도로 수개월 전에 비해 절반 이상 하락한 상태였습니다. 검찰은 “조금씩 사서 보태준 모양새가 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검찰은 A 씨가 김 여사의 계좌를 이용해 거래한 20만여 주의 블록딜 내용도 공개했습니다. ‘블록딜’은 주식을 대량보유하고 있는 매도자가 자신의 매도물량을 인수할 수 있는 매수자를 구해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시간외매매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말합니다.
검찰은 김 여사 명의의 DS증권 강남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 6000주를 매도한 기록을 제시하며 블록딜 거래를 한 이유에 대해 물었습니다. A 씨는 모 자산운용사로부터 매수자 2명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겠다는 제안이 와서 자신이 주선한 것이라며, 당시 매수인이 싼 가격에 사길 원해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2012년 8월 김 여사 계좌에서 1만 주를 매수한 호가장도 공개됐습니다. 검찰은 “김건희 계좌가 자주 등장하는데 김건희가 권오수 주변 계좌가 맞느냐”고 물었고, A 씨는 “(호가장에) 매매 내역 이름이 안 나와서 알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검찰은 A씨 등 속칭 ‘선수’들이 먼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구매한 뒤, 권 전 회장에게서 들은 내부 정보를 자신이 관리하는 고객과 지인들에게 흘리며 매수를 유도한 것으로 봤습니다.
검찰은 김 여사가 이들의 주가조작 과정에서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범죄 혐의가 있는지 살폈습니다.
송씨는 2013년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작성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내사자료를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관에게 받아 2019년 10∼12월 2개 언론사 기자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해당 자료에는 김 여사에 대한 언급과 함께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변동과 일일 거래내용,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이 기재됐습니다. 송씨 쪽은 앞선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금융 수사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해당 보고서를 받았고,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을 위해 공익제보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검찰은 송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공무원으로서 공무상 비밀을 엄수하고 관련 법령 및 내부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본분을 저버리고 우연히 취득한 수사 내부 정보를 임의로 기사화하기 위해 유출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범행으로 어떤 대가를 받거나 이익을 취한 바는 없는 점 △내사가 중지돼 있던 사안에 대해 새로이 수사가 개시돼 관련자들이 구속기소되는 등 피고인의 행위가 결과적으로 공익에 기여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으로 징계처분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점 △초범인 점 △경찰공무원으로서 특별한 과오 없이 모범적으로 근무해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검찰은 사건을 마무리하려면 김 여사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검찰이 기소 여부에 대해선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진 않았지만, 김 여사 조사 필요성에는 수사팀은 물론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도 모두 의견일치를 봤습니다. 수사팀 내에선 2년 넘게 끌어온 사건을 김 여사 조사 없이 마무리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조사 방식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대선 전에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김 여사가 현직 대통령 부인으로 신분이 바뀐 점이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입니다. 김 여사 연루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 부인을 소환하거나 직접 조사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김 여사 조사를 아예 생략하면 검찰이 권력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이 뻔했습니다.
결국 검찰 내부에선 서면조사가 유일한 선택지라는 의견이 힘을 받았습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또 다른 사건인 전시기획사 코바나콘텐츠 불법 협찬 의혹 역시 수사팀에선 김 여사를 상대로 서면질의를 통해 답변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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