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0.053. 숫자가 너무 낮아서 타격 부진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19타수 1안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지 8경기가 지났고, 그 안에서 안타는 단 하나뿐이다. OPS는 0.196. 리그 기준으로 이 수치는 타석에 서지 않는 것과 통계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단순히 "복귀 초반이라 적응이 필요하다"는 설명으로는 지금 수치를 설명하기 어렵다.

오른손 중지 힘줄 파열 수술을 받은 뒤 마이너리그 재활 9경기에서 김하성은 타율 0.286, OPS 0.733을 찍었다. 컨디션이 돌아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런데 빅리그 복귀 후 수치는 거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재활 성적과 복귀 후 성적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다. 이것이 이 상황을 단순한 적응기 이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오른손이다. 중지 힘줄 파열은 단순한 통증 부위의 문제가 아니다. 손가락 힘줄은 배트 그립과 스윙 궤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우타자인 김하성에게 오른손 중지는 배트를 컨트롤하는 핵심 손가락 중 하나다. 수술 후 신체적으로 회복됐다고 해도, 실전 타격 감각을 요구하는 근신경 연결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19일 마이애미전에서 나온 장면들은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3회 첫 타석에서 맥스 마이어의 바깥쪽 변화구 두 개에 연달아 배트가 헛돌았다. 공을 읽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접촉 단계에서 배트 컨트롤이 무너진 것처럼 보였다. 8회 마지막 타석에서는 시속 145km짜리 커터 하나를 맞혀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맞히긴 했지만 타구 방향과 각도 모두 힘이 실리지 않은 접촉이었다.
볼넷을 골라낸 5회 타석은 반대로 긍정적인 신호다. 유인구를 참을 수 있다는 것은 공의 궤적을 판단하는 눈 자체는 살아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공을 판단하는 능력이 아니라, 배트를 통해 타구로 전환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무언가 맞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적 맥락도 짚어야 한다. 김하성은 2024년 어깨 수술, 2025년 햄스트링 부상, 2026년 손가락 힘줄 파열 수술까지, 3년 연속 시즌 초반을 부상자 명단에서 보냈다. 매년 복귀 후 적응 기간을 반복하는 선수는 실전 감각의 절대적 누적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부상 이전 수준의 감각을 회복하는 속도가 나이가 들수록 느려지는 경향도 있다. 지금의 부진이 단기 변수인지, 누적된 구조적 문제의 결과인지를 구분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리고 이 시즌이 갖는 FA 계약상 의미는 사안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애틀랜타와 맺은 현재 계약은 1년 2000만 달러. 이 계약의 전제는 건강한 김하성이 유격수 자리에서 수비와 타격을 모두 소화해내는 것이다. 시즌이 끝난 뒤 다시 FA 시장에 나오려면 후반기 성적이 결정적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태로 시간이 더 흐르면, 후반기에 '반등'을 보여주기에는 경기 수 자체가 빠듯해질 수 있다.

남은 시즌에서 주목해야 할 지표는 명확하다. 변화구 대응 피안타율과 타구 속도 및 발사각 데이터다. 볼넷을 고르는 선구안이 살아 있는 이상, 타격 메커니즘이 돌아오기 시작한다면 수치는 비교적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반대로 배트 스피드와 접촉 품질 지표가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문다면, 이건 복귀 적응이 아닌 더 근본적인 문제다.
0.053은 반등이 가능한 숫자다. 하지만 그 반등이 일어나려면 지금 당장, 다음 몇 경기 안에 접촉의 질이 달라져야 한다. 숫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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