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1배 미만은 경영 실패"…밸류업 의무공시 논의 격화 [현장+]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PBR 1배 미만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토론회 현장. /사진=최종원 기자

코스피 기업 63%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에 대한 공시 의무화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제도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의무화 방식에 대해서는 이견이 뚜렷했다.

"저평가 이유 설명하라"…주가 정상화법 논의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PBR 1배 미만 상장사 기업가치 제고 공시 의무화를 통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 토론회에서 국내 증시의 구조적 저평가 원인과 해법을 두고 정책·학계·자산운용 업계 간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하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했다. 최근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지수는 상승했지만, 저PBR 기업 비중이 높은 질적 불균형이 문제의식으로 제기됐다.

김 의원은 "코스피 상장사의 63%, 코스닥의 41%가 PBR 1배 이하"라며 "이는 개별 기업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반의 구조적 현상"이라고 짚었다. 투자자들이 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과 주주환원 의지를 신뢰하지 못한 결과라는 진단이다.

김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주가정상화법'은 2개 사업연도 연속 PBR 1배 미만 기업에 대해 △배당가능이익 처분 계획 △자기주식 취득·소각·처분 계획 △사업구조 개선안 등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를 의무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은 "경영을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대한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라며 "저평가 원인을 스스로 진단하고 투자자와 공유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발제를 맡은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기업가치 제고의 본질을 ‘자본 효율성’으로 규정했다. 그는 “기업 가치는 자기자본이익률(ROE)가 자본비용을 초과할 때 창출된다"며 "PBR 1배 미만은 자본비용도 벌지 못하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자본수익성 진단 △자본배치 전략 △지배주주 인센티브 재설계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성과 지표로 총주주수익률(TSR)을 강조했다. "주주환원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기업 밸류업 미흡"…도쿄증권거래소 개혁 언급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대기업의 소극적 대응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최근 삼성전자, 삼성생명의 밸류업 계획은 분량과 내용 모두 부족했다"며 "이사회가 자본비용을 인식하고 자본배치를 주주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설적인 비판도 나왔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PBR 1배 미만은 영업가치가 마이너스라는 의미"라며 "경영진 교체 사유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사례도 언급됐다. 김 본부장은 도쿄증권거래소(JPX)의 개혁을 소개하며 "프라임 시장 상장사의 93%, 스탠다드 시장의 51%가 기업가치 제고 공시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실제 성과로도 이어졌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프라임 시장에서 PBR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2022년 7월 50%에서 지난달 기준 27%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스탠다드 시장도 같은 기간 64%에서 49%로 감소했다. ROE 8% 미만 기업의 비중도 프라임 시장에서 47%에서 43%로 줄어들었다.

김 본부장은 THK의 사례를 들며 "일본 기업들은 대표이사가 직접 ROE 10% 조기 달성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로드맵과 이행 상황을 숫자로 제시한다"며 "한국 기업들도 저평가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구체적인 실행 타임라인을 공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형식적 공시 우려" vs "의도적 저평가 방지"

/사진=최종원 기자.

제도 설계를 둘러싼 시각차도 뚜렷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저PBR 기업의 4분의 3은 수익성 저하와 낮은 주주환원에서 비롯된다"며 "의무화 시 형식적 공시나 단기 주가 부양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신 세제 혜택, 지수 편입 확대 등 인센티브 중심 접근을 제안했다.

반면 최준철 브이아이피자산운용 대표는 의무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 대표는 "한국의 저PBR 비중은 주요국 대비 2배 이상"이라며 "지배주주가 의도적으로 저평가를 방치할 유인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외부 압력 없이는 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며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시 시점을 정기주총 이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제언도 덧붙였다.

토론을 종합하면 저PBR 해소를 위한 공시 강화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의무화와 자율 사이에서 정책 방향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양상이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TSR을 통해 지배주주 인센티브와 기업가치를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벌칙과 인센티브의 균형을 반영해 법안을 보완하겠다"며 자본시장법 개정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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