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예고일에도 작성자 오리무중…야탑역 순찰 강화(종합)
(성남=연합뉴스) 권준우 김솔 기자 = 익명의 작성자가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경기 성남시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고 예고한 당일인 23일이 됐지만 해당 글 작성자의 행적과 신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예고 시각인 오후 6시가 지났음에도 야탑역 주변은 일대에 100명이 넘는 경찰력과 장갑차 등이 투입된 상태에서 긴장감이 여전하다.
다만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면서 시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당분간 일대 순찰 활동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흉기 난동 예고 사실이 알려진 지난 19일부터 범행 날짜로 예고된 이날까지 야탑역 역사와 인근 먹자골목 등에 기동순찰대와 기동대를 배치해 순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게시물 작성자가 범행 예고시간으로 밝힌 이날 오후 6시부터는 종전보다 80여명 늘어난 120명가량을 현장에 투입했다.
집중 순찰에는 분당경찰서 소속 30여명, 기동순찰대 2개팀 10여명, 기동대 1개 제대 20여명, 경찰 특공대 5명, 자율방범대·해병대전우회 소속 50여명이 투입됐다.
현장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장갑차 1대도 배치된 상태다.
순찰 인력들은 각자 구역을 나눠 역 내부와 출입구, 주변 먹자골목 등을 도보로 순찰하며 특이사항이 있는지를 지속해서 살폈다.
소총을 매고 순찰 중인 경찰특공대 대원들을 보고 놀란 시민들이 "여기에 무슨 일이 생겼느냐"고 묻는 장면도 자주 보였다.
퇴근 시간이 되자 많은 시민이 야탑역 주변으로 쏟아졌지만, 순찰 인력을 제외하곤 평소와 다른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민은 늘어난 순찰 인력에 크게 개의치 않고 각자의 목적지로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현재까지 야탑역 주변에서 흉기와 관련해 접수된 112 신고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지난 19일부터 이날까지 협박 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작성자의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분당지역 주민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맘카페에는 이날 오전부터 "야탑역 살인 예고 오늘이네요", "야탑역 오늘 모두 조심하세요!" 등 제목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아직도 범인 못 잡은 거죠? 가족이 대중교통 타고 출근하는데 너무 신경 쓰여요"라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다른 네티즌도 "시민들 불안감은 어떻게 책임질 건지"라며 "거의 일주일 동안 경찰이 배치되고 몇 명을 피곤하게 하는 것이냐"며 걱정했다.
한편, 경기남부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작성자를 검거하기 위한 자료 등을 확보하고자 지난 20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 최근 발부받아 집행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작성자가 게시글을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확보해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는 소개란에 "IP 추적과 신상 특정의 우려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라는 설명을 내걸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별도의 로그인 없이도 게시글을 올릴 수 있어 회원 정보 등만으로 수사 범위를 좁히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해당 사이트 운영 방식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해줄 수 없다"며 "IP 추적 외에도 관련된 수사 기법을 동원해 수사 범위를 좁히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의 추적을 받는 작성자는 지난 18일 오후 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야탑역 월요일 날 30명은 찌르고 죽는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렸다.
그는 오는 23일 오후 6시 야탑역 인근에 사는 자신의 친구들과 그들의 지인에게 흉기를 휘두르겠다고 밝혔는데,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아 이를 비판하자 "불도 지르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의 순찰 및 수사가 이뤄지고 있던 이튿날 오후 4시께에는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경찰차도 오고 나 참 찾으려고 노력하네. 열심히 찾아봐라 지금 야탑이니"라는 내용의 게시글이 추가로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은 추적 중인 작성자를 검거하는 대로 추가 게시글의 작성자와 동일인인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현재 두 게시글에 대해서는 경찰이 관계기관에 요청해 삭제 조치한 상태이다.
아울러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당분간 야탑역 일대에 대한 거점순찰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흉기 난동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존재하고, 아직 용의자가 특정되지 않은 만큼 당분간은 순찰 활동을 이어갈 방침"이라며 "다만 상황에 따라 동원 인력과 장비는 유동적으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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