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한군 3천명 러시아서 훈련” 러 “허위”…혼란 증폭
미국 “북한군 전투에 투입될지는 알지 못해”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는 한국 정부 발표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일부 내용을 공식 확인하며 무게를 실은 가운데, 러시아와 친 러시아 진영에서는 “허위 과장”이라며 반발하는 등 사실관계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강하게 경고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도 고조되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3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북한 파병설은) 허위·과장”이라며 “러시아는 우리 국가와 국민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모든 조처에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또 한국 대통령실이 지난 22일 북한군 철수를 요구하며 북-러 군사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공격용 무기’ 지원 카드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발표한 데 대해 “한국 정부의 반응이 당혹스럽다”며 “한국 정부는 ‘테러 정권’인 우크라이나 정권에 놀아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 안보에 미칠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성 발언도 했다.
자하로바 대변인의 브리핑에 앞서, 미국 정부는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일부 진입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브리핑을 열어 “우리는 10월 초순과 중순에 북한이 적어도 병력 3천명을 러시아 동부로 보낸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들이 강원도 원산에서 선박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 러시아 동부의 군 훈련시설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이 병력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에 투입될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가담한다면 병력 손실이 큰 러시아의 절망적 상황을 보여주는 게 될 것이라고 러시아와 북한을 압박했다.
서방 국가들은 잇달아 북한의 파병 움직임을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 국정원이 지난 18일 밝힌 ‘최정예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특수부대 4개 여단 1만2천명 규모’ 등 북한군의 파병 범위와 역할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파라 다클라라 대변인은 연합뉴스에 보낸 서면 입장문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증거를 동맹국들이 확인했다며 “이 병력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 위한 목적이라면 이는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원과 관련한 중대한 긴장 고조”라고 짚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도 이날 양국 군사협력 인 ‘트리니티 하우스 협정’ 체결 기자회견 중 북한군 파병 관련 질문을 받자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도 우크라전 최전선에 배치될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친러 성향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북한 파병설이 “터무니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차 머물고 있는 러시아 카잔에서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 만나 “푸틴의 성격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에 자국 군대를 참전시키려 다른 나라를 결코 설득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 아래 “특정 국가의 병력이, 심지어 벨라루스라 할지라도, (대치 중인) 접촉선(contact line)에 배치된다면 이는 긴장 고조를 향해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 경우엔 “결국 나토 병력도 우크라이나에 배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21일 가브리엘 란츠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교장관은 폴리티코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전투 부대가 북한의 탄약과 군사 인력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정보가 확인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했던 ‘지상군 배치' 아이디어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며 사실 확인을 전제로 나토 파병 논의 주장을 꺼낸 바 있다.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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