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DSR 회피…아무도 말하지 않는 카드사 오토할부의 비밀
카드사 오토할부 편법의 고리➊
많은 소비자가 찾는 신차 구매 방식
할부 결제하고, 대출로 잡히지 않아
2014년 행정지도 무시한 오토할부
9조원 넘어선 오토할부 자산 규모
카드사 임시한도 남용 논란도 일어
DSR 규제 사각지대라는 위험성도
# 직장인 노성우(가명·38세)씨는 최근 타던 차를 바꾸려고 마음먹었다. 지금 사용 중인 경차의 연식이 오래된 데다 최근 둘째가 태어나면서 네 식구가 타기엔 비좁아졌기 때문이다. 노씨가 염두에 두고 있는 차종은 활용성이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port Utility Vehicle·SUV)이나 가족용으로 인기가 많은 레저용 차량(Recreational Vehicle·RV)이다.
물론 문제는 돈이다. 빠듯한 살림에 모아둔 돈은 적고, 정책적 이유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도 어렵다. 제2금융권인 캐피털 업체를 이용하려니 높은 금리가 꺼려진다. 차를 사기 위해 돈을 빌렸다가 대출이 막힐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 신차 구매 방식을 고민하던 노씨는 신용카드사의 '오토할부'를 이용하기로 했다. 60개월 할부로 차를 사면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출보다 할부 수수료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토할부가 대출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렇게 노씨는 오토할부를 활용해 SUV를 장만하기로 했다.
어떤가. 특별한 내용인가. 그렇지 않을 거다. '오토할부'는 새 차를 구입할 때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방식이다. 그 방법을 한번 더 설명하면 이렇다. "소비자는 원하는 차종을 결정하고, 신용카드사에 오토할부를 신청한다. 카드사는 고객의 신용도를 반영해 임시한도를 부여한다. 이 임시한도를 이용해 고객이 신용카드 일시불로 자동차를 구입하면 카드사가 이를 3~60개월 할부로 전환해 준다. 고객은 할부 수수료를 반영한 원리금을 할부기간에 갚으면 된다.
신용카드 결제가 일상화하면서 오토할부는 많은 소비자가 차를 구입할 때 이용하는 방식이 됐다. 그래서인지 오토할부는 시장 규모가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전업 카드사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동차할부 자산 규모는 9조6909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할부 시장이 10조원에 육박하는 크기란 얘기다.
하지만 여기엔 '아무도 말하지 않는' 비밀이 숨어 있다. 신용카드사의 오토할부는 2014년 금융당국의 행정지도를 무시하고 출시한 편법적 상품이다. 사실상 대출이지만 대출로 잡히지 않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출규제 밖에 있는 오토할부가 가계부채의 숨어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신용카드사가 오토할부에 적용하는 '임시한도'를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신용카드 임시한도는 결혼이나 장례, 자동차 구입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사용한도를 일시적으로 늘려주는 제도다.
상향한 임시한도의 유효기간은 최대 3개월이지만, 오토할부는 다르다. 오토할부를 이용하면 최대 1억원으로 늘린 임시한도 안에서 차를 구입하고, 이를 60개월에 거쳐서 상환할 수 있다. 한시적으로 사용해야 할 임시한도를 5년이나 허용하는 셈이다.
정상적인 할부거래가 아니다 보니 할부거래법에서 보장하는 소비자의 권리인 (할부)철회권과 항변권을 행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오토할부, 이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 그 안에 숨은 사각지대는 방치해도 괜찮을 만큼 사소한 걸까.
많은 이들이 오토할부를 이용한다는 점이 과연 '면죄부'를 받을 요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이 문제들은 더스쿠프 視리즈 '오토할부 편법의 고리' 2편에서 자세하게 다뤄보자.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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